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2024 파리 올림픽 사용 설명서

기사입력 : 2024년08월10일 05:54

최종수정 : 2024년08월13일 18:08

IOC와 조직위의 실수가 고의?…어김없이 등장한 음모론
패배한 선수에겐 감동이 없다?…승리에 초점 맞춘 중계
배드민턴협회는 원초적 피의자?…어른들부터 중심 잡아야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작심 발언'이 유행이다. 배드민턴 금메달을 딴 안세영이 일갈을 하고 나서부터다. 기자도 챌린지에 동참한다. 파리 올림픽, 할 말 많다. 대회 끝날 때가 다 됐는데 웬 뒷북이냐고. 아 모르겠고. 기자 마음이다. 올림픽은 4년 뒤에도 열린다. 관심은 덜하지만 동계 올림픽은 1년 6개월 남았다.

여느 올림픽이든 마찬가진데 파리는 시작부터 시끄러웠다. 2024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회식 때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불렀다. 세계가 주목한 초대형 실수였다. 우리 선수단과 정부는 강하게 항의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하는 등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 장면. [파리 로이터=뉴스핌]

잘못은 잘못이고, 이 정도면 되지 않았나. 뻔한 레퍼토리지만 세상사는 매번 그 다음이 문제다. 파리 조직위는 공식 SNS에 펜싱 금메달리스트 오상욱을 소개하면서 하필이면 오상구로 잘못 적었다. 욱(uk)이 구(ku)로 바뀐 것이다. 그러자 다시 난리가 났다. 누가 봐도 단순 오기인데 IOC와 파리 조직위는 한국인들에겐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팬들뿐만 아니라 언론도 공격에 가담했다. 그러고 보면 기자가 겁도 없이 '누가 봐도'란 전제를 붙인 건 당장 철회해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민첩한 한국 누리꾼들은 어느새 파리 흠집 찾기 모드에 돌입했다. 한 번 찍으면 끝장을 보는 그들이 아닌가. 실수는 금세 또 발견됐다. 조직위는 SNS에 태권도를 하는 소녀의 발차기 사진을 올리면서 유도로 잘못 표기했다. 언제 나오나 궁금했던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기자와도 친분이 있는 서 교수는 한 번씩 직업이 뭔지 헷갈리게 하는 분이기도 하다.

서경덕 교수의 SNS. IOC는 태권 소녀의 사진을 올리며 카테고리를 유도(왼쪽 아래)로 표기했다. [사진=서경덕]

이 정도로만 그쳐도 다행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IOC가 코리아 패싱을 넘어 '한국 지우기'에 나섰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일본이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뒤에서 조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작심 발언의 취지를 살리자면, 이쯤 되면 중증이라 할 만하다. 오상구도, 태권도를 유도로 표기한 것도 파리 조직위가 한국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나온 착오들이다. IOC가 겉으로는 홍보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해코지를 했다는 발상은 너무 창의적이고 깜찍하지 않은가.

일부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오로지 우리 선수의 승리에만 초점을 맞춘 중계를 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 그들에겐 우리 선수의 승리만이 감동인 듯하다. 이걸로도 성이 안 찼든지, 어떤 중계진은 상대 선수의 실수가 나오면 환호까지 하는 추태를 보였다. 게다가 상대가 일본 선수라면 발작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방송이 이러니 국민도 따라가지 않겠나. 유도 은메달리스트 허미미를 꺾은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는 한동안 끔찍한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이름만 봐도 짐작되겠지만 데구치는 일본 혼혈 선수다. 허미미도 재일교포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까마득한 현조부가 독립투사였다고도 한다. 그런데 어쩌라고. 스포츠팬들은 이제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에게 열광하는 열린 의식을 갖고 있지 않나. 왜 올림픽 기간만 되면 마음이 닫히는지 모르겠다.

[파리 로이터 = 뉴스핌 ] 박상욱 기자 = 허미미(오른쪽)와 크리스타 데구치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열린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kg 시상식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7.30 psoq1337@newspim.com

그러고 보니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3년 전 도쿄 올림픽이 생각난다. 당시 기자는 부끄러움에 숨이 가빠왔다. 대회가 개막하기 전엔 일본이 코로나19로 폐허가 돼 있는 줄 알았다. 불참을 고려한다더니 정작 참가한 선수단 중 어떤 이들은 올림픽에 참가한 게 아니라 독립운동 하러 간 사람들인 줄 알았다. 한국이 도쿄에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둔 것은 분명 이런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안세영이다. 총‧칼‧활이 아닌 종목에서 대회 첫 금메달을 딴 안세영은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하기에 충분했다. 무릎 부상에도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그의 재능을 감상하는 재미도 좋았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 중에 그것도 금메달을 딴 자리에서 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 운영에 문제를 제기한 그의 한 마디는 온 나라를 들끓게 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진실은 알 수 없다. 기자의 촉으로는 진상 조사위원회가 열려도 명쾌한 결론은 안 날 것이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치킨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종도=뉴스핌] 최지환 기자 =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가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배드민턴 협회 관련 입장을 밝히던 중 소속팀 관계자에 의해 중단된 뒤 공항을 떠나고 있다. 2024.08.07 choipix16@newspim.com

문제는 이 사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전혀 성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들이야 대부분 안세영의 편을 들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반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자들은 균형을 잡고 중심을 지켜야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정치권, 시민단체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은 이미 안세영에게 공익신고자 완장을 부여했다. 협회는 어느새 피의자가 돼 있었다.

이런 가운데 대한체육회라도 중립적인 입장을 밝힌 데는 박수를 보낸다. 배드민턴협회는 얼마나 억울했던지 무려 A4 10장짜리 반박문을 내놓았다. 안세영이 말하지 않은 작은 것 하나까지 조목조목 해명을 했다. 협회 보도자료가 너무 길어 주목도가 떨어졌지만, 대표팀 코치들이 낸 입장문은 가슴을 울렸다.

그들은 "불편함을 느꼈다면 사죄한다. 어떤 사적 감정도 없었다. 올림픽을 위해 그동안 처절하게 준비해왔을 뿐이다"라고 했다. 말이란 것은 힘이 있어서, 그들이 느끼고 있는 곤혹스러움이 그대로 전해지지 않는가.

증오를 키우고, 상대를 곤궁에 빠지게 하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다.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선 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게다가 그 상대는 한솥밥을 먹던 가족 같은 사이가 아닌가. 이번 사태가 최적의 출구를 찾을 수 있게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물론 그렇지 않을 테지만. 스포츠 기자로 하계 올림픽만 9번째 치르면서 갖게 된 오랜 생각이다.

zangpab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중앙지법, 尹 구속적부심 18일 오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특검(특별검사)'의 재구속 적법성 여부가 오는 18일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형사9-2부(재판장 류창성)오는 18일 오전 10시15분 윤 전 대통령 측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을 진행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뉴스핌DB]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중앙지법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적부심의 일반적 법리인 구속이 실체적, 절차적으로 위법·부당하다는 점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다음 날 새벽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구속적부심사 청구가 접수된 후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심문하고, 증거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hyun9@newspim.com 2025-07-16 14:41
사진
'강선우 임명' 딜레마 빠진 대통령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보좌진 갑질' 의혹과 해명 번복, 임금 체불 논란 등이 이어지며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인사 원칙과 여성 내각 구성이라는 정치적 목표 사이에서 셈법이 복잡해진 분위기다.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지난 15일 마무리됐지만, 논란은 오히려 커졌다.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선 익명 폭로가 이어지고, 여성단체들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성명을 잇달아 내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부담을 토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 남은 청문회 과정을 모두 지켜본 후 종합 판단하겠다는 게 현재까지 대통령실 입장이다. 내부적으로 '임명 강행'과 '철회' 사이에서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4 photo@newspim.com ◆ 여성 인재 중용 기조...정치적 부담 상존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 인재 중용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대통령은 내각 여성 비율을 30% 목표로 한다고 공언했으며, 여성가족부를 존치한 배경에도 그 같은 상징성이 깔려 있다. 실제로 강 후보자 외에도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여성 후보자들이 줄줄이 청문회에 오르면서, 한 명의 낙마가 전체 균형을 흔드는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적 부담도 고려 대상이다. 강 후보자는 현직 국회의원이다. 만약 청문회를 거쳐 낙마할 경우, 이는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현역 의원 낙마' 사례가 된다. 이는 청문회 제도와 야당의 검증력을 키워주는 반면, 여당에겐 타격이 될 수 있다. 임명을 강행할 경우의 리스크도 작지 않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와 보좌진들 사이에 형성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도덕성과 인사 기준 자체에 흠이 날 수 있다. 강 후보자는 앞서 '사적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로 부인했으나, 이후 공개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07.14 mironj19@newspim.com ◆ '버티기 인사' 반복시 내각 전체 불신 확산 우려 또한 임명 강행은 향후 이진숙 후보자 청문회에도 불똥을 튀게 할 수 있다.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버티기 인사'를 반복하면, 결국 전체 내각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일부의 우려다. 대통령실은 16일 이후 여론 흐름 등을 토대로 강 후보자에 대한 거취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진숙 후보자 청문회까지 모두 지켜본 뒤, 장관 인선을 '패키지'로 정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권 초반 인사를 둘러싼 시험대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강 후보자의 임명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여성 인재 정책과 인사 기준, 여당 내 권력구도와도 맞물린 상징적 분기점이 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 모임인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의원에게 보좌진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의정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파트너이자 국민과 국회를 잇는 다리"라며 "그런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parksj@newspim.com 2025-07-16 14:3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