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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문학선집'... 출간과 함께 뜨거운 반향

기사입력 : 2024년07월15일 15:40

최종수정 : 2024년07월15일 15:40

여성문학사연구모임 첫 번째 프로젝트 결실
근현대 여성문학의 계보를 이해하는 최초의 기준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국여성문학선집'(전7권·민음사)이 출간되자마자 여성독자들의 뜨거운 반향을 얻고 있다. 이 책은 1898년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의 여성문학 100년을 아우르는 일곱 권짜리 방대한 선집이다. 여성주의와 여성문학을 연구해 온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이 펴낸 첫 번째 프로젝트. 민음사는 지난달 온라인 서점 알라딘을 통해 북펀드를 진행, 2주 만에 2800만원을 모았다. 초판 1쇄 분량인 총 295세트가 팔렸다. 알라딘에 따르면 북펀드에 참여한 92%가 여성 독자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출간과 함께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여성문학선집. [사진 = 민음사 제공] 2024.07.15 oks34@newspim.com

이 프로젝트는 "왜 우리에게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 같은 전복적인 여성문학사, '노튼 여성문학 앤솔러지' 같은 여성문학 선집이 없는가?"라는 의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여성문학사 서술은 문학사 탈구축 작업의 하나로 국민·국가, 남성·엘리트, 문학중심주의 등을 걷어내고 여성과 소수자 문학을 문학사에 반영하자는 움직임이었다. 민주화가 이루어진 1990년대 이후 한국에도 문학사 탈구축 작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남성 중심의 문학사에서 여성문학사는 서술을 시작할 텍스트 선별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한국 여성문학 선집'은 그동안 문학사에 없던 여성의 기준과 관점으로 근현대 한국 여성문학의 계보를 집대성하고, 제도 문학 중심의 구분에서 벗어나 장르 제한 없이 여성 지식 생산과 글쓰기 실천을 아카이빙한 최초의 작업이다.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은 '한국여성문학선집' 이후 본격문학과 국민문학을 넘어 대중문학과 퀴어문학, 디아스포라문학을 포괄하고 해외 학회와 협업한 다양한 선집을 후속 과제로 남겨 두었음을 밝혔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한국여성문학선집'을 내놓은 여성문학사 연구모임 회원들. [사진 = 민음사 제공]  2024.07.15 oks34@newspim.com

'한국여성문학 선집'은 근대 개화기 조선부터 1990년대 민주화 이후 한국까지의 시대를 역사적 전환점으로 구분하고, 시대마다 독자적인 개성과 전환을 이룬 여성문학 작가와 작품을 선별해 담았다. 시, 소설, 산문, 희곡뿐 아니라 잡지 창간사, 선언문, 편지, 일기, 노동 수기 등 제도화된 문학 형식 밖에 있다는 이유로 문학사에서 다뤄지지 못했던 다양하고 자유로운 '여성 글쓰기'를 총망라했다.

기존 문학사에서는 나혜석의 '경희'가 '여자계'에 발표된 1918년을 여성문학의 원류로 보았다면, '한국여성문학선집'은 그보다 20년 앞선 1898년 '여학교설시통문'을 '여성 글쓰기'의 원류로 본다. 이 글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받고 일할 권리가 있고 이를 위한 학교를 설립하자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두 여성이 신문에 투고해 발표한 글이다. '한국여성문학선집'은 이 글을 "근대 매체인 신문을 통해 공적 담론인 '선언문'의 형식으로 페미니스트 집합 의식을 발표한 최초의 글"(1권, 시대 개관)이라 평가하며 '여성 글쓰기'의 원류로 짚는다.

'한국여성문학선집'은 문학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도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백과사전식 구성과 글로 만들어졌다. '시대 개관'은 각 권을 여는 글로, 다루는 작품과 시대 전반을 설명하며 사회·정치·문화적 맥락에서 작품과 작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끄는 글이다. '작가 소개' 글은 작가의 생애와 작품, 문학사적 성취와 의미를 보여 주는 글로, 해당 작가를 연구해 온 연구자를 통해 방대한 자료와 엄정한 사실 검증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박순녀·이정호 등 여성 작가를 한국 문학사 안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여성문학사연구모임 남성 중심의 문학사 서술에 의문을 품고 한국 근현대 여성문학의 유산을 여성의 시각으로 정리하기 위해 2012년 결성된 모임이다. 국문학 연구자 김양선, 김은하, 이선옥, 영문학 연구자 이명호, 이희원으로 구성되었고, 시 연구자 이경수가 객원 에디터로 참여했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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