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입사한 정통 하이트진로맨...새 먹거리 발굴 진두지휘
통합연구소·증류소 건립 본격화...베트남에 해외 첫 공장 건립 착수
10년 만에 소주 매출 감소...맥주 점유율 확대도 당면과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CEO의 일거수일투족은 해당 기업 임직원은 물론 시장 투자자 등 많은 이해관계자의 관심사다. CEO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의 활약상을 연중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올해 창사 100주년을 맞은 하이트진로가 앞으로의 100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증류식 소주, 위스키까지 발을 넓히고 해외 첫 소주 공장 설립에 나서는 등 다가오는 100년 기반 닦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김인규 대표이사(사장)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올해 14년째 경영지휘봉...새 100년 기틀 다지는 '하이트진로맨'
올해로 14년째 하이트진로의 경영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인규 대표이사는 1989년 하이트진로 전신인 하이트맥주에 입사해 30년 넘게 인사, 마케팅, 경영기획, 영업 등 다양한 직무를 거친 '하이트진로맨'이다.
2011년 4월 하이트맥주 대표직에 올랐으며 같은 해 9월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합병에 따라 설립된 하이트진로의 대표이사를 맡는 등 올해까지 14년째 하이트진로의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 [사진=하이트진로] |
특히 그는 2014년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본격적으로 회사경영을 주도했다. 2017년부터는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김 대표이사는 회사 창립 100주년인 올해를 '새로운 100년 기틀을 다지는 원년'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제72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도 맥주 부문의 시장점유율 상승과 소주 부문의 견고한 성장을 통해 새로운 100년의 기틀을 다지고, 제2의 도약과 변화의 원년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이같은 경영방침을 밝혔다.
특히 증류식 소주, 위스키 등 주종 확대를 본격화하고 해외 첫 소주 공장 설립에 나서는 등 새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는다. 김 대표이사는 "국내에서는 통합연구소와 증류소 건립 등 R&D 분야 쪽을 더욱 강화시켜 나아가겠다"며 "창립 이래 최초로 베트남에 해외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소주 세계화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이트진로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용인 동백지구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통합연구소를 짓고 있다. 기존 강원 홍천공장에 있는 맥주 연구소와 충북 청주공장의 소주 연구소를 하나로 합쳐 통합연구소를 발족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소에서는 현재 생산하지 않고 있는 청주, 위스키 등 다양한 주종 연구도 지속하는 등 다양한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증류소 건립도 추진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강원도 홍천 맥주공장에 증류소 부지를 확정하고 건립 사업을 구체화했다. 증류소 건립을 통해 증류 소주, 위스키 등 한국형 증류주 생산을 본격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영토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베트남 하노이에 건립 중인 소주 공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하노이 8만2083㎡(약 2만4873평) 규모의 토지 및 기반시설 전대차 계약을 맺었으며 내년 완공이 목표다. 베트남 공장을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 소주를 공급하는 '소주 세계화'기지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현지 생산을 통해 국내 대비 낮은 인건비와 물류비로 원가 경쟁력 확보하기 위한 취지다.
◆ '집토끼' 소주·맥주 점유율 확대는 과제
다만 기존 사업인 소주·맥주 사업 성장세 회복은 당면 과제로 지목된다. 국내 소주 1위인 하이트진로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야심차게 출시한 새 맥주브랜드 '켈리'가 기존 주력 브랜드 '테라'의 점유율을 잠식하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의 연결기준 소주 매출은 1조46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조4990억원 대비 약 300억원 감소한 수치다. 참이슬, 진로 등 주력 브랜드로 업계 독보적인 1위인 하이트진로의 소주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소주 매출 감소의 주 요인으로는 경쟁사인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 새로'의 거센 추격이 지목된다. 관련해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의 소주 부문 매출은 사상 최대인 4042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3410억원 대비 18.5% 증가했다. 제로슈거 특징을 앞세운 '새로'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끈 여파다. 하이트진로도 이에 맞서 '진로'를 제로슈거로 리뉴얼했지만 새로의 성장세를 잠재우기에는 쉽지 않았던 셈이다.
맥주 시장에서도 기대보다 아쉬운 성적을 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주력 맥주인 '테라'의 소매시장 점유율은 켈리 출시 직전인 지난해 4월 13.7%에서 12월 10.4%로 줄었다. 반면 카스의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39.1%에서 39.3%로 오히려 소폭 올랐다. '켈리'는 지난해 점유율 4.47%로 맥주시장 4위에 자리했다. 이는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4.2%) 보다 높지만 롯데아사히주류의 아사히(5%) 보다는 낮다.
다만 올해 100주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실적 성장세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관련해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 늘어난 621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4.9% 증가한 483억5196만원으로 집계됐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