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교제폭력 판례100건 분석] '범죄 심각' 법관들 끄덕여도…양형기준표 모호

기사입력 : 2024년05월17일 06:00

최종수정 : 2024년05월17일 14:03

'데이트폭력 심각하다' 최초 판결 10년
교제 관계 양형기준에 반영 안해
판사마다 기준 '들쭉날쭉'
"문제 심해지기 전에 제도화 필요"
"그루밍범죄·스토킹 같이 '사후약방문' 안돼"

[서울=뉴스핌] 방보경 노연경 기자 = '헤어지자'는 말에 계획적으로 여자친구를 유인해 살인한 혐의를 받는 의대생 사건이 알려지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선 '수능 만점', '의대생'이란 특이점이 없었다면 단순 교제폭력 사건만으론 이처럼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교제폭력에 대한 심각성이 그만큼 사회적으로 논의된 지 오래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17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국회에서 교제폭력 법안이 발의되기 전부터 법조계에서는 교제폭력의 특성을 형량에 고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교제폭력 고려 엄중 처벌" 건수 해마다 줄어

2015년 8월 광주지방법원은 '데이트폭력이라는 신조어가 상징하듯 연인관계에 있는 이성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적지 않게 문제 됐다'고 판시했다.

관련 사건은 2015년 9월 남자친구가 연인을 살해해 유기한 사건보다 앞선 2015년 4월에 일어났다. 당시 가해자는 피해자를 만지려다 거절당해 손으로 머리채를 잡아 벽에 10회가량 부딪히게 하고, 피해자의 뺨과 머리 등을 30회가량 때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에도 데이트폭력의 특성을 고려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한 판결은 약 164건으로 집계됐다. 이 건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수한 관계로 범행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행위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상당한 수준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야기하게 되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담긴 판결문만 추린 결과다.

문제는 교제폭력을 양형에 고려하는 것은 오로지 판사의 재량이라는 점이다. 대법원 소속 양형위원회에서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양형기준표'에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양형기준표는 폭력범죄에서의 가중요소를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존속인 피해자',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정도로만 들고 있다.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교제폭력을 불리한 정상으로 언급한 판시는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교제폭력이 공론화되고, 법제화 움직임이 생겼던 2020년, 2021년도에 교제폭력을 양형에 고려한 판결은 각각 30건, 40건에 달했다. 하지만 그 수는 점차 줄어 2022년에는 27건, 2023년에는 17건으로 줄었다.

이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특수한 관계를 양형 기준에 공식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도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변호사는 "성폭력범죄에서도 아는 사이나 신뢰관계에 기반한 사이일 경우 양형 가중 요소로 반영돼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 "교제폭력, 별도 법안 제정 또는 기존 법률 개정돼야"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교제폭력을 다루는 별도의 법안이 제정되거나, 기존의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별도의 법이 없어 교제폭력 가해자들은 일반적인 형법 조항(폭행 상해)으로 처벌받고 있다. '교제'라는 개념이 포괄적이어서 스토킹처벌법이나 가정폭력법로 규율되지 않기도 한다. 교제폭력 법안은 지난 2016년 20대 국회에서부터 21대 국회까지 지속적으로 발의됐지만, 단 한 번도 통과되지 못했다.

실제로 교제폭력은 가정폭력과 유사하게 피해자와 가까운 사이에 있는 가족에게도 피해가 미친다. 이별을 통보하러 찾아온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 모친까지 중상을 입힌 '김레아 사건'처럼 교제폭력은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범죄인 만큼 주변 사람도 위험에 노출된다.

뉴스핌이 교제폭력 관련 최근 판결문 100건을 분석한 결과 가족까지 피해를 입어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확인됐다. 2020년 8월, A씨는 당시 교제하던 B씨와 휴식을 취하던 도중 성기를 만지라는 강요를 받았다. A씨는 7살 딸이 옆에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지만, B씨는 A씨의 왼손을 억지로 잡아끌었다.

B씨의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 이후 A씨 몰래 딸에게 접근해 5번이나 성기를 주무르게 한 것이었다. 교제폭력이 미성년자 강제추행으로 나아간 만큼 형량은 셌다. 해당 사건은 원심에서 징역 4년을, 항소심에서는 5년을 받았다.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아들까지 때린 C씨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총 다섯 명의 여자친구를 폭행하거나 식칼로 위협하고 여자친구의 고모까지 때린 D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그루밍 범죄나 스토킹 처벌법처럼 '충격적인 사건' 이후 제도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레아와 의대생이 연인을 살해한 이후 교제폭력이 공론화되고 있는 것처럼 엽기적이거나 심각한 범행이 일어나지 전에 교제폭력 문제를 제도화·법제화해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도경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온라인 그루밍 범죄가 신설된 게 N번방 이후였고 스토킹 처벌법이 입법된 이유도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사회적으로 분노할 만한 사건이 있어야 변화되는 부분이 답답하다"라고 했다.

hello@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LH, 올 매입·전세임대 9만가구 공급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총 19만가구 이상의 공공주택과 2만8000가구 규모 공공택지 공급에 나선다. 또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21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고 재원조달 방식 등을 다양화해 재무여건 체질을 개선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21만 8000+α가구 규모의 주택 공급에 나선다. 사진은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5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서계동 복합문화단지 조성사업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DB] 2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핵심 업무인 주택 공급에 집중한다. 10만가구 사업승인과 매입·전세임대 9만가구 등 총 19만가구 이상의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동시에 민간 주택건설 활성화를 위해 2만8000가구 규모의 공공택지를 조성한다. 주택 착공물량은 지난해(5만가구) 대비 20% 증가한 6만가구를 추진하고 지난해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포함된 서울서리풀 등 5만가구 규모의 사업지구 역시 인허가 일정을 최대한 단축해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도심 내 신속한 주택공급과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해 신축매입임대 5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고 전세사기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해 피해 주택 7500가구를 매입한다. 올해 주택 승인물량의 37%를 청년·신혼·고령자에게 공급하고 출산가구 우선공급(통합공임)과 실버스테이 등 새로운 유형의 시니어 주택을 통해 가속화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아울러 쪽방·고시원·반지하 거주자의 주거 상향 지원을 지속하고 예술인 등 다양한 수요층에 부응한 특화형 매입임대도 확대한다. 공공주택은 합리적 가격의 고품질을 보장한다. 무엇보다 최근 급등한 주택 분양가격을 낮춰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는다. 이를 위해 사업지구별 목표 원가를 설정해 관리와 검증을 강화하고 가처분면적 확대와 사업일정 단축으로 조성원가를 인하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공공주도의 기술개발을 통해 민간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모듈러주택 표준평면 개발 등 OSC 공법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고 LH가 개발한 층간소음 1등급 설계기준과 국내 최대규모의 층간소음 시험시설(데시벨35랩)을 활용해 주택 품질 혁신을 추진한다. 관련 예산은 조기 집행한다. 전체 공공기관 투자계획(66조원)의 33% 수준인 21조6000억원을 차질 없이 집행할 계획이다. 특히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57%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다. 지역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3000가구를 매입하고 1기 신도시 특별정비계획 수립,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등도 차질없이 추진한다. 손실 최소화 등 재무여건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재원조달 방식도 개선한다. 광명시흥 등 대규모 사업지구에 LH와 기금이 함께 출자하는 신도시 리츠를 설립해 사업에 따른 재무부담을 완화한다. 또 토지 패키지형 공모 등 지구별 특성과 시장 여건에 맞춘 다양한 매각 방식을 도입해 판매여건 개선과 대금 회수를 촉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임금 직접지급 관리를 강화하고 설게 등 공모에 참여하는 외부 심사위원의 정성평가 비중을 축소해 업체 선정의 공정성을 제고한다. 이한준 LH 사장은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가 어려운 만큼, 올해도 신속한 주택공급과 투자집행 등 LH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선도적인 공적 역할을 통해 확실한 정책성과를 창출하여 국민 주거안정을 지원하고 국가 경제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min72@newspim.com 2025-02-23 20:07
사진
헌법재판관들 "공정" 49.3% "불공정" 44.9% [서울=뉴스핌] 이바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맡은 헌법재판관들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공정하다' 49.3%, '공정하지 않다' 44.9%로 팽팽했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0일 발표한 ARS(자동응답 시스템) 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헌법재판관들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49.3%가 '공정하다'고 응답했다. '불공정하다'는 답변은 44.9%로 오차범위 내였다. 5.8%는 '잘모름'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30·40·50대는 '공정'이 우세했고, 만18세~29세·60대·70대 이상은 '불공정' 응답이 많았다. 만18세~29세는 공정하다 44.7%, 불공정하다 47.8%, 잘모름은 7.5%였다. 30대는 공정하다 52.2%, 불공정하다 40.4%, 잘모름 7.3%였다. 40대는 공정하다 61.3%, 불공정하다 34.8%, 잘모름 3.9%였다. 50대는 공정하다 61.3%, 불공정하다 35.2%, 잘모름 3.6%였다. 60대는 공정하다 40.7%, 불공정하다 53.8%, 잘모름 5.5%였다. 70대 이상은 공정하다 31.6%, 불공정하다 60.4%, 잘모름은 8.0%였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인천, 광주·전남·전북은 '공정'으로 기울었다. 대전·충청·세종과 강원·제주,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은 '불공정'하다고 봤다. 서울은 공정하다 52.9%, 불공정하다 41.5%, 잘모름 5.6%였다. 경기·인천은 공정하다 50.8%, 불공정하다 44.0%, 잘모름 5.1%였다. 대전·충청·세종은 공정하다 41.8%, 불공정하다 50.7%, 잘모름은 7.4%였다. 강원·제주는 공정하다 44.6%, 불공정하다 48.6%, 잘모름 6.8%였다. 부산·울산·경남은 공정하다 43.8%, 불공정하다 49.3%, 잘모름 6.9%였다. 대구·경북은 공정하다 37.7%, 불공정하다 56.4%, 잘모름은 5.9%였다. 광주·전남·전북은 공정하다 28.2%, 불공정하다 67.6%, 잘모름 4.2%였다. 지지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은 88.7%가 공정하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90.0%가 불공정하다고 응답했다.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84.4%가 공정하다고 봤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공정하다 48.0%, 불공정하다 46.9%로 팽팽했다. 진보당 지지자들은 59.5%가 공정하다, 잘모름 27.0%, 불공정하다는 13.5%였다. 무당층은 51.8%가 공정하다, 32.9%는 불공정하다. 잘모름은 15.3%였다. 성별로는 남성 53.6%는 공정하다, 42.1%는 불공정하다였다. 여성은 45.1%가 공정하다, 47.7%는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사회의 마지막 성역이었던 헌법재판관의 양심까지도 공격하는 시대"라며 "대통령 탄핵 인용 또는 기각 이후 다음 정권에도 이러한 갈등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대은 미디어리서치 대표는 "지지층에 따라 서로 상반된 입장이 나오고 있어 향후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과 인용중 어떠한 판결을 내리더라도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전화 걸기)를 활용한 ARS를 통해 진행됐다. 신뢰 수준은 95%, 표본 오차는 ±3.1%p. 응답률은 7.2%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내용은 미디어리서치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ight@newspim.com 2025-02-20 11: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