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전쟁' 감독의 좌파·반일영화 논란도 관객 호기심 부추겨
신구조화 이룬 한국 영화 간판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여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파묘'의 누적 관객 수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파묘'는 개봉 32일 만인 24일 오전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넘겼다. 이로써 '파묘'는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긴 영화가 됐다. '파묘'가 1000만 명의 대기록을 세운 데 대해 영화계에서 부여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 의미들을 짚어봤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1천만 관객을 동원한 '파묘'의 출연진과 제작진들(왼쪽)과 축하 케이크. [사진 = 쇼박스 인스타그램] 2024.03.24 oks34@newspim.com |
'파묘'는 오컬트 무비다. 오컬트 무비는 초자연적 현상이나 악령, 영혼과의 교신, 사후세계, 점성술 등을 다루는 장르로 대중적인 상업영화보다는 마니아적인 요소가 더 짙다. '파묘'의 감독 장재현의 필모그라피를 보면 오컬트 무비에 특별한 재능을 보여온 감독임을 알 수 있다. '검은 사제들','사바하'등 전작들이 모두 오컬트 무비였다. '검은 사제들'의 김 신부(김윤석), '사바하'의 박 목사(이정재) 등은 영화 속에서 악령들과 싸웠다. 전작들은 마니아들에게 박수를 받았지만, 대중적인 성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오컬트 영화 최초로 1000만 명의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장재현 감독은 '파묘'에서 서양 귀신에서 벗어나 한국적 소재로 방향을 전환했다. 풍수지리는 물론 무속신앙으로 범주를 넓혀 오컬트 무비의 소재로 삼았다. 그런 소재를 다루면서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라인업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은 것도 성공 요인이다.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그의 오랜 동료인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한국의 매장문화에 관여해 온 인물들이라면 다른 한쪽에 무당인 화림(김고은)과 화림을 따르는 법사 봉길(이도현)이 등장한다. 이들은 매장문화 전문가와 달리 인간 세상의 길흉화복과 관련된 무속인들이다. 젊은 두 배우는 신들린 듯이 춤추면서 굿판을 주도하고, 온몸에 문신을 새기고 장발을 질끈 묶고 북을 잡았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영화 '파묘' 포스터. [사진 = 쇼박스 제공] 2024.03.24 oks34@newspim.com |
영화를 둘러싼 반일 논란도 1000만 명을 넘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장재현 감독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도구로 일제가 한국 땅의 정기를 끊어내기 위해 박아놓았다는 '쇠말뚝 뽑기 운동'과 친일파 집안이 숨겨온 집안 내력을 소재로 삼았다. 일제 시대에 우리 국토에 박아놓았다는 쇠말뚝을 제거하자는 운동을 펼쳐온 단체는 실제로 존재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하고, 전 국토에 있는 쇠말뚝을 제거하자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반일영화다, 아니다"라는 논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건국 전쟁' 감독이 영화 '파묘'가 "좌파, 반일영화"라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관객이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영화관으로 몰려가기도 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파묘' 포스터. [사진 = 쇼박스 제공] 2024.03.24 oks34@newspim.com |
영화계에서는 비수기에 극장 개봉을 택한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개학과 겹치는 2~3월은 극장가의 비수기 기간이다. 다행스럽게도 특별한 경쟁작이 없었던 것도 흥행의 비결이다. 동서대 영화과 교수인 이무영 감독은 "이 영화를 오컬트 장르만으로 분류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다"라면서 "한국인들의 삶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에 관한 관심을 영화의 한 가운데로 끌고 나와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 영화의 간판 배우들이 합을 이뤄서 신들린 연기를 펼친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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