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인옥 사회부장·부국장 =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정부와 의사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갈등이 서로의 불신만 확인한 채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추진에 따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이어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 최근에는 교수들까지 사직서 제출을 예고하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오는 25일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하면서 다른 의대들도 같은 날 일괄 사직서 제출 가능성이 커졌다. 응급수술을 집도하는 교수마저 병원에서 집단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본격적인 '의료 대란'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인옥 사회부장·부국 |
의료개혁은 필요한 과제 중 하나다. 지방 병원에서 잡아내지 못한 병을 서울의 대형병원에서는 고쳤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 주변 대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지방 소도시의 의료 수준은 현재 재앙에 가깝다.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개혁 과제가 의대 정원 논란에 사실상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환자의 생명과 밀접한 병원이 멈출 수 있다는 긴박한 상황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서로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정부와 의사 단체의 힘겨루기만 있을 뿐이다.
수술 지연과 진료 취소 등 환자 피해도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지난 한달여 기간 동안 509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고, 수술 지연이 350건으로 가장 많았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의 제자보다 환자를 우선시하는 의대 교수들조차 사직서 제출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정부와 의료계를 중재할 매개체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정 갈등의 배경에 '4월 총선'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관가에는 다음달 총선 전후로 이 같은 논란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의료 수가, 의료 분쟁, 공공의료 등과 같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의대 2000명 증원 논란에 모든 논의가 멈출 가능성도 크다.
민감한 의료 분쟁에 대해서도 정부는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의료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인 반면 의료계는 자율성 침해를 우려한다.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추가 논의는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에 '환자를 볼모로 삼는 것은 의료계나 정부나 매한가지'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때로는 전문가의 의견이나 정부의 판단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대신 중재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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