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모임, 위법계약에 따른 원금보장 및 가중처벌 요구
농협은행 시작으로 국민은행 등 금융사 규탄 집회 예고
참여연대·금융정의연대 등 금융당국 및 은행장 책임 규탄
피해자·금융사간 분쟁 중장기 불가피, 추가 조정안 나와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투자자들이 금융당국의 배상기준안을 거부하고 100% 보상을 받기 위한 투쟁에 돌입했다. 당국 조사에서 불완전판매가 입증된 '사기계약'인만큼 원금보장과 판매사 가중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 이른바 '피해자연대' 역시 금융당국의 배상기준안 재산정과 함께 은행장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신속한 사태해결을 위한 배상기준안이 오히려 분쟁을 키우고 있어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홍콩ELS 투자자 모임은 15일 서울 서대문 농협 본점앞에서 집회를 열고 불완전판매로 인한 사기 계약 원천 무효와 일괄 100% 보장 등을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투자자 모임 집회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에 이어 3번째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금융정의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홍콩 ELS 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2.15 mironj19@newspim.com |
◆ 투자자들 "원금보장하고 판매사 가중처벌"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배상기준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이 유리한 쪽으로 배상비중을 정했다는 주장이다. 은행들이 기준안에 맞춰 실제 배상에 나선다고 해도 단체로 거부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모양새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불완전판매가 입증됐음에도 배상비중이 20~40%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피해자 상당수가 원금손실가능성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으며 또한 과거 원금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은행이 고의적으로 숨긴 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기계약'이라는 입장이다.
길성주 피해자모임 대표는 "예적금 가입하려고 은행을 방문한 사람에게 고위험 상품이라는 걸 숨기고 홍콩ELS 가입을 유도했다. 이게 사기계약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법에도 사기계약을 당했으면 원금을 보장하고 판매자를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소법에서는 금융사가 적합성원칙이나 설명의무 등 6대 판매 원칙을 위반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 소비자가 5년 이내 해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해 피해자들은 차등배상이 아닌 계약해지에 따른 원금 100%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모임은 구체적인 피해사례 관련 자료를 모으며 장기전을 준비중이다. 오는 29일에는 최다 판매 금융사인 국민은행을 대상으로 한 집회도 예고했다. 정치권과 연계한 피해배상 요구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배상이 아닌 전액배상을 받을때까지 집단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길 대표는 "이복현 금감원장도 처음에는 은행의 조직적인 불법이 있다면 전액 보상한다고 했다가 이제와서는 말을 바꾸고 있다. 한심스러운 일"이라며 "명백한 사기계약이다. 계속 발생하고 있는 피해자들을 규합해 전액대상을 받아내겠다"고 강조했다.
◆ 투자자의 자율배상 거부, 배상분쟁 장기화 우려
투자자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 이른바 '피해자연대' 역시 배상기준안 재검토를 요구하며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미 2019년 DLF 사태로 금융권에의 금융소비자보호 미흡이 입증됐음에도 비슷한 사태가 발생한만큼 가중처벌 차원에서라도 DLF보다 더 큰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홍콩ELS의 실질배상은 20~40% 수준이 예상되는데 이는 불완전판매 대표사례가 55% 배상을 받았던 DLF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은 사실상 불완전판매 행위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한 금융당국에 있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의 직무태만 및 유기 등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도 완료한 상태다. 감사청구가 인용되면 김주현, 이복현 두 금융당국 수장에 대한 책임론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팀장은 "홍콩ELS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은행에서 금소법조차 지키지 않고 팔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현 금융시스템의 총제적인 부실이 드러난 사태"라며 "이에 따른 금융당국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 경영진을 향한 책임추궁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금감원 조사에서 은행 판매 시스템이 불완전판매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증거가 나온만큼 판매원 차원이 아닌 은행장 등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아직 금융당국 처분이 내려지기 전이지만 만약 은행의 자율배상을 이유로 은행장에 대한 적절한 제재가 나오지 않는다면 합당한 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지금은 합리적인 배상기준 재산정을 위해 피해자들과 공동분쟁조정 신청 등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ELS 투자자의 상당수가 수익을 얻은 뒤 재투자한 경우가 많아, 무조건적이고 일괄적인 배상은 안된다는 목소리도 많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