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반짝 금리인하 후 99년 금리인상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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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상용 글로벌경제 전문기자 = *①편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3. 시티의 `역주행 경고`
시티그룹 전략가인 제이슨 윌리엄스의 경고는 최근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의 우려와 맞닿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윌리엄스 전략가는 "채권시장 트레이더들은 당장의 연준 금리인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트레이더들은 짧은 금리인하 사이클 이후 재개될 수 있는 금리인상 가능성은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그 위험을 헤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개시 시점을 오는 6월로 예상하고 있는 시티는 향후 몇 년간 펼쳐질 연준 행보가 1990년대말, 즉 1998년 짦은 금리인하를 마치고 금리인상 사이클을 재개했던 1999년과 닮은 꼴이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연준은 1998년 러시아의 채무불이행과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파산사태에 직면해 기준금리를 연달아 세 차례 인하한 바 있다. 그리고 1999년 6월부터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다시 금리인상에 돌입했다.
윌리엄스 전략가는 "시장은 향후 나타날 연준의 금리인상 위험을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며 "1998년 사례를 주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은 1998년과 더 유사할 수 있다"며 "당시 금리인하 사이클은 짧았고 이후 더 많은 금리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 목표치로 되돌아가지 않을 경우 "향후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둘러싼 꼬리 위험은 현재 매우 낮은 수준에서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2월12일 현재 오버나잇인덱스스왑시장 참여자들은 6월 정책회의에서 연준의 첫 금리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완전히 반영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
이런 우려는 최근 연준 인사들 사이에서도 메아리치고 있다. 비둘기 진영을 이끌었던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경우 "최악의 결과는 섣부른 금리인하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가열 양상을 보이면서 금리를 다시 인상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 것"이라고 했다.
윌리엄스 전략가는 상존한 매크로 불확실성을 이유로 일방향으로 쏠린 베팅을 경계했다. 작년 11월 연준의 피벗 시그널 발신 이후 시장의 자가발전적 금리인하 베팅이 금융환경의 지나친 이완을 낳고 이게 다시 연준의 기대조정 작업을 불러오는 역설적 상황을 최근 시장은 경험하고 있다.
윌리엄스 전략가는 특히 "인플레이션이 끈적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연준의 중립금리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국채 수익률 곡선의 스티프닝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지난 2월5일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는 해당(중립금리)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카시카리 총재는 "미국 경제의 중립금리가 적어도 팬데믹 회복기 동안 높아졌을 수 있다"며 "일련의 지표들은 (달라진 중립금리 환경으로) 지금의 정책기조가 그렇게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때문에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경제지표 추이를 더 지켜볼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4. 시장의 순응과 연준의 위험관리
연준 인사들의 잇따라는 매파적 발언에 머니마켓과 채권시장 참여자들도 눈높이를 조정하고 있다.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격언이 모처럼 작동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평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시장의 3개월 예상 국채담보부 익일물 레포금리(SOFR)를 통해 추정한 결과, 시장이 예상하는 올해말 기준금리 수준은 최근 한달여 사이 50bp 가량 높아졌다. 금리 인하폭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후퇴한 것이다. 특히 2월 들어 시장의 기대는 올해 연간으로 `25bp씩 4차례 금리인하`쪽으로 좀 더 이동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는 작년말보다 50bp 가량 후퇴했다 [사진=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과 오버나잇인덱스스왑시장(OIS)에 반영된 금리인하 기대 역시 유사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작년말 한때 `올해 연간으로 25bp씩 7차례 총 175bp 금리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했던 트레이더들은 현재 `연내 25bp씩 4~5차례 정도 금리인하`로 눈높이를 낮췄다. 여전히 작년말 연준 인사들의 금리전망 분포(점도표)가 제시한 것보다는 1~2차례 더 많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한달 사이 시장의 기대는 연준 점도표 쪽으로 이동했다.
그렇다고 국채시장 참여자들이 작년 여름과 같은 소동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주 대체로 양호했던 리펀딩 국채 입찰 결과는 채권시장내 중장기물 수요가 견조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 7일 실시된 420억달러 규모의 10년물 리펀딩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4.093%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입찰 직전의 10년물 수익률) 4.105%를 밑돌았다.
금리인하 시점과 인하 폭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지만 연준의 향후 행보는 금리인하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 이는 장기물 국채를 매수하는 이들에게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계속 유념해야 할 것은 연준의 커뮤니케이션이 물가와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언제든 표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1월 FOMC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강조했듯 현재 연준은 "너무 늦게 움직일 위험과 너무 일찍 움직일 위험을 모두 관리하는" 위험관리 모드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입각하면 연준의 굼뜬 금리인하가 경제의 약한 고리들과 금융안정성을 흔들어 놓을 경우 연준은 언제든 신속한 태세전환에 나설 수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연준이 주시하는 금융환경지수는 여전히 작년 7월 이후 가장 이완된 상태며 최근의 고용과 소매판매 지표는 디스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일부 의문을 불러올 만큼 강하다.
osy7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