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지자체로 업무 이관…중앙정부, 지원 축소
한동훈 위원장, 지원 확대 의지 밝혀…기재부 '난감'
노인복지법 개정 필요…"이른 시일내 추진 안될 것"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국민의힘과 정부가 앞으로 경로당에서 사용되는 냉·난방비 예산이 남으면 운영비로 돌려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다만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사업이 이미 지난 2005년 지방으로 이양된 데다 2019년부터는 국비까지 일부 지원돼 중앙정부보다는 지자체서 보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남은 경로당 냉·난방비 예산을 다시 경로당으로 돌려주려면 노인복지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 필수라 총선을 앞두고 노인층 표심잡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 지방이양된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사업…기재부 '당혹'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14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한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각 지역의 경로당에 난방비 예산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며 난방비를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노인정에서 난방비를 안 쓴 게 있다면 법상 돌려받아야 하는 게 맞기는 하다"며 "기본 재정 원칙에서 예외를 인정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어르신들 조금 잘해드린 것을 뭐라 할 것 같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6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1.14 mironj19@newspim.com |
현행 노인복지법상 경로당 냉·난방비는 국가와 지자체가 보조하고 있으며 남은 예산은 다시 반납해야 한다.
지난해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 예산은 715억원이었으며 올해는 이보다 85억원 증가한 800억원으로 편성됐다. 경로당 1곳당 250만원에서 269만원으로 19만원 인상됐다. 통상 예산의 90% 이상이 집행된다.
문제는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사업이 이미 2005년 지방이양된 사업으로 지자체서 운영비를 보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정부는 각 지역의 경로당을 지자체가 관리하라는 명목으로 지방으로 이양했고, 이후 각 지자체에서는 담당 경로당의 운영비를 지원해 왔다.
그러다 지자체 간 지원 편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2019년부터는 국비를 일부 지원해 냉·난방비를 보조했다.
다시 말해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사업 자체가 지방이양사업이기 때문에 부식비는 지방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란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으로 이양할 당시 기재부에서 재정이 과다 투입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보조금법에 국고와 지방비를 조정하고, 예외적으로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에 사용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만일 경로당 냉·난방비 예산이 부족해 노인 분들이 불편하시다면 그건 국고가 아니라 지자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경로당 앞을 노인이 지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 노인복지법 개정해야…"김태우 의원 법안 가능성 높아"
이렇듯 남은 경로당 냉·난방비를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게끔 다시 되돌려주려면 시행령이 아닌 노인복지법 개정이 필요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이양사업 자체가 원래 지자체가 운영비를 대야 하는 건데 우리가 예외적으로 허용한 측면이 있다"며 "여당의 요청대로 하려면 노인복지법 개정이 필수고 그다음 시행령 개정까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제21대 국회에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과 관련해 발의돼 계류된 의안은 총 11개다. 정부는 이중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김태호 의원 법안이 제일 현실성이 있다고 평가된다"며 그 이유로는 "다른 의안은 경로당 식료품비를 국비 지원 항목에 넣었는데, 김태호 의원 법안은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잔액에 대해서는 부식비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 예산 [자료=보건복지부] = 2024.01.22 plum@newspim.com |
일각에서는 당정이 추진하고 있는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 사업이 총선을 앞두고 노인 표심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경로당 냉·난방비에 국고 지원이 이뤄졌을 당시 기재부에서는 장애인, 아동 등 전국 사회복지시설에서도 운영비를 보조해달라는 주장이 나올까 봐 예외적으로 경로당에 한정했다"며 "지금 이걸 뒤집는 건 노인 표를 의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체계가 이미 다 수립된 상황에서 말 한마디로 법 개정까지 논의되는 건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선심성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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