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방송·통신 업계 위해 힘쓰는 위원장 되어주길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가 신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방송·통신 문외한, 철면피, 자진사퇴 등의 혹독한 비판을 받은 인사청문회가 끝난지 이틀 만이다.
방통위 정상화라는 거대한 과제를 짊어진 김홍일 위원장의 인사청문회는 방송·통신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을 불식하기엔 부족했다. 청문회 초반 질의는 김 위원장의 전문성과 적격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트위치, 망 사용료를 아느냐는 기본적인 지식 검증 질문부터 방송 관련 수사 경력을 점검하는 질문도 쏟아졌다.
방통위원장은 방송과 통신업계를 살피고 진단하는 전문가의 자리다. 법조인 출신이라고 비판받는 것이 아니다. 그의 경력 어디에도 방송과 통신에 관련된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도 법조인이었으나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장 경험이 있었고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방송법 전문 변호사였기에 전문성 논란은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경력엔 방송과 통신 분야 경험을 한 줄도 찾을 수 없다.
인사청문회란 후보자의 철학과 정책적 지향점을 살펴볼 수 있는 검증 과정인데 검증된 것이 없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서도 포털 제휴평가위원회 시스템, KBS의 프로그램 물갈이 논란, YTN 민영화 시도 등 민감한 현안에는 구체적 답변을 피하며 법적인 절차를 강조하며 일관되게 답변했다. 외부 평가를 의식한 듯 답변은 짧았다.
임명 이전까지 방송·통신 현안에 대해 답을 아낀 것이 신중하기 때문일지, 진짜 몰라서일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는 다소 걱정스럽다.
김 위원장이 2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그동안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이 정치와 자본, 내부의 힘에 좌우되지 않고 중립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도 언급했다. 포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면서 뉴스 추천과 배열 등을 결정하는 알고리즘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체제에서 추진했던 과제들이 어떻게 변화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취임사에선 가짜뉴스와 포털, OTT, 통신비 인하 등이 과제로 언급됐지만 외면받은 과제도 있다. 올 하반기부터 지속된 유료방송과 홈쇼핑 사업자 간의 송출 수수료 갈등이다.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홈쇼핑의 송출수수료 갈등은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다. 업계에서 정부의 개입을 원하는 만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합심한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당장 연말까지 결론을 내려야 하는 KBS2TV 등 지상파 사업자 재허가 문제와 더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방통위 정상화를 위해 김홍일 호 방통위도 임명 당일 국무회의에 배석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방통위의 숙제뿐 아니라 적격성과 전문성에 대한 개인적인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자진 사퇴 이전 인터뷰에서 "제가 그만두더라도 제2, 제3의 이동관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 업계는 히스토리가 길다. 김홍일 위원장이 단기간에 방통위의 모든 업무를 흡수하기 어렵다는 점이 명백한 만큼, 외부 입김에 대한 영향도 취약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주위 전문가들이나 내부 도움을 받겠다"고 말했다. 잘 배우려면 '누구'에게 배우는지도 중요하다. 김홍일 호 방통위는 '공정성'과 '적법성', '중립성'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공정성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위험한 단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업계는 이미 인지하고 있다. 방송·통신 업계를 위해 힘쓰는 위원장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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