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콘텐츠 확장은 큰 경쟁력으로
공정위 기업심사는 '한국판 넷플릭스' 미는 정부 덕에 '순항'
"지상파 낀 지분 구조 정리가 어려울 것"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콘텐츠 웨이브(웨이브)와 CJ ENM의 OTT 플랫폼 티빙이 상호합병 업무협약(MOU)를 통해 한솥밥을 먹게 됐다. 하지만 양사가 보유한 복잡한 지분구조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업계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티빙에서 서비스되는 주요 예능 중 하나인 '뿅뿅 지구오락실 시즌2' 포스터. [사진=티빙] |
6일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을 위한 MOU가 지난 4일 진행됐다. 현재 CJ ENM은 티빙 지분 48.85%, SK스퀘어는 웨이브 지분 40.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양사는 실사를 거쳐 내년 초 본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내년엔 최대 토종 OTT 플랫폼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는 실사 및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거쳐 내년 초 본계약을 맺는 것을 목표로 한다.
◆콘텐츠 경쟁력 상승엔 기대감…비용 축소 작용도 할 것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설은 무려 3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양사는 합병설이 불거질 때마다 부정해왔지만 넷플릭스의 국내 OTT 시장 독식과 쿠팡플레이의 상승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티빙은 지난 8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쿠팡플레이에 국내 OTT 월간활성이용자수(MOU) 1위 자리를 내줬다.
합병 이후 콘텐츠 분야 경쟁력 확보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크다. 티빙은 환승연애, 지구오락실 등 국내 예능과 케이블 드라마를 보유하고 있고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합작해 만든 웨이브는 지상파 드라마, 예능을 다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합병에 성공하면 단숨에 933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보유한 상태로 국내 콘텐츠를 총망라하는 초대형 토종 OTT 플랫폼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정덕현 평론가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플랫폼들이 헤게모니를 쥐면서 좋은 콘텐츠 기획이 몰리는 상황"이라며 "그 대안으로 토종끼리의 연합은 필요하다고 본다. 합병이 잘 되면 콘텐츠 집중력엔 힘이 실릴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면서 콘텐츠 제작비 확보나 마케팅 비용 축소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와 웨이브와 티빙이 보유한 주주 이해관계자에 따른 내부 협의가 합병 속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 정부의 OTT 정책 방향이 국내 OTT 기업의 글로벌화, 한국판 넷플릭스 탄생 지원인 점으로 볼 때 공정위의 심사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린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는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 결합인지 심사하는 것으로 지난해 티빙과 KT 시즌의 합병은 합산 점유율이 18% 수준에 그쳐 원활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티빙과 웨이브 합볍 법인의 합산 점유율은 32%에 달하기에 기업결합심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이다. 국내 1위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 점유율은 38%다.
티빙, 웨이브 CI. [사진=각 사] |
◆"지상파와의 이해관계 대립…콘텐츠 독점, 지분 희석 문제 예상"
양사의 복잡한 지분 구조 조정도 관건이다. 티빙의 경우 최대주주인 CJ ENM이 48.84%를 보유하고 있고, 주요 주주는 KT스튜디오(13.54%), 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13.54%), SLL중앙(12.75%) 네이버(10.66%) 등이다. 웨이브는 최대주주 SK스퀘어가 40.5%, KBS·MBC·SBS의 지상파 3사가 각각 19.8%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상파와의 지분 조정이 까다로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위원은 "합병 시 지분이 희석되면서 지상파가 갖고 있는 지분이 낮아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고, 콘텐츠 공급 방식이 독점이냐 아니냐에 따른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지상파나 콘텐츠 사업자들 역시 자신의 유통망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결합심사보다는 투자자간의 이해관계가 더욱 큰 문제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합병 성공을 예단할 수 없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양사의 합병은 내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나 웨이브가 다소 마음이 급하다. 웨이브는 2019년 출범 당시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투자 조건으로 5년 이내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상장 기한은 오는 2024년 11월. 상장 실패 시 웨이브는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받은 자금 2000억을 일시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한 이후에는 상장 가능성이 커진다.
이 수석위원은 "합병 시 재무구조도 일정 수준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상장 이후 재무적 투자자들의 투자회수 등이 진행될 수 있으니 양사 모두에게 합병 이후 상장이 이상적인 공식"이라고 말했다.
bean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