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린네대학 최연혁 교수의 제언
엘란데르 총리, '목요클럽'으로 타협의 정치 이끌어
"먼저 손 내밀어야...일회성 그치면 안 돼"
[서울=뉴스핌] 김승현 윤채영 기자 = 지난달 31일 시정연설을 전후해 윤석열 대통령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위주의적이고 일방적인 통치 스타일에서 야당을 향해 먼저 허리를 낮추고 협치를 요청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여당 소속이지만 모든 국민의 대통령인 윤 대통령에게 내년 총선은 중요한 정치 이벤트다. 집권 3년차를 맞으며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고, 남은 임기 국정운영 동력 확보를 위한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린네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고 있는 최연혁 교수는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지금의 윤 대통령과 또 이후 대통령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바로 '설득력'이라고 단언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주부, 회사원, 소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11.01 photo@newspim.com |
"미국 역대 대통령들을 4년마다 한 번씩 평가하는 것이 있는데 8가지를 측정합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력이죠.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가 있어도 국민들이 이해를 못하거나, 아니면 벽이 쌓여 있다면 국민들은 알지 못합니다."
"설득은 누굴 해야 할까요.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보다는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지지자들이 지지를 철회할 수 있고 또 그것이 아플 수 있지만 반대편도 끌어안는 것이 절실합니다. 결국 화해와 통합이죠"
최 교수는 그러면서 스웨덴 최고의 총리로 평가받는 타게 프리초프 엘란데르(Tage Fritiof Erlander) 총리를 소개했다.
엘란데르 총리는 1946년 10월 전임 총리가 급사하며 45세로 사회민주당 당수 및 총리로 선출됐다. 이후 1969년까지 23년간 당수 및 총리를 역임했다. '국민의 아버지'로 불리며 스웨덴 국민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정치인이다.
엘란데르 총리의 통치 기법은 '타협의 정치'다. 엘란데르 총리는 1950년대 정당간 경쟁을 이용 수많은 사회입법을 성립시켰다. 그렇게 스웨덴은 복지국가의 길을 걷게 됐고, 1960년대 고도 성장기를 맞이하며 전세계에 '스웨덴 모델'을 알렸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바로 '목요클럽'이라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사민당 소속인 엘란데르는 노조의 지지로 총리가 됐죠.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은 기업인입니다. 엘란데르는 취임 후 경제성장이 없다면, 기업인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세금은 누가 내나를 고민합니다. 그때부터 목요클럽을 시작했습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 상임위원장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국회] 2023.10.31 photo@newspim.com |
엘란데르 총리는 매주 목요일 만찬을 비우고 기업인들을 다수가 아니라 한 명씩 만났다고 한다. 처음부터 첨예하고 민감한 이슈를 거론하지 않고 부부 동반으로 만나서 식사를 했다.
"1년을 그렇게 지나면 친구가 됩니다. 그러면 '아, 나와 똑같은 걸 고민하는구나' 이 점이 맞춰지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포용이고 설득이죠."
"타협은 어떤 목적과 뜻을 놓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대화하는 자세, 애티튜드(attitude)에서 이뤄집니다. 나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또 일회성이 그치면 안 됩니다. 임기 내내 해야죠. 그리고 지지자들에 대한 보상은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책으로의 보상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지난 2일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를 취소했다. 다만 당사자들은 아직 진정성을 믿지 않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진정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징계 취소라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통합을 이루자는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을 아끼는 많은 내부인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엘란데르 총리의 목요클럽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복수의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윤 대통령이 일부 참모들을 벗어나 꾸준히 만남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종의 한국형 목요클럽일 수 있다.
일반 국민들과의 간담회도 좋지만 자신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야당 대표 및 의원들, 내부 비판자, 또 기업인 외에 양대 노총 지도부 등등 대통령이 만나야 할 인사들은 차고 넘친다는 의미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