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서 공방…文 안보라인, 무죄 주장
"흉악범 국내에 두면 국민 안전에 피해"
檢 "귀순의사에도 북송, 살아있지 않을 것"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른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기소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이 "북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흉악범을 우리 해군이 나포한 사건"이라며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명백한 귀순 의사에도 위법하게 강제 북송했고 지금은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탈북 어민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허경무 김정곤 김미경 부장판사)는 1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탈북어민 강제 북송한 혐의를 받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서훈 전 국가정보원장,김연철 전 통일부장관이 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정보원법 위반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01 leemario@newspim.com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는 서훈 전 국정원장을 제외한 다른 피고인들은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정 전 실장은 "'탈북어민 강제북송'이라고 명명한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건은 북한에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NLL(북방한계선)을 침범해 무단으로 월선한 이들을 우리 해군이 제압해 나포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이들은 하룻밤 사이에 동료 선원들을 흉기로 살해한 흉악범"이라며 "정부는 사법절차에 따른 처분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고 이들을 계속 국내에 두면 국민 생활과 안전에 큰 피해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조기에 퇴거했다"고 주장했다.
서 전 원장도 "정 전 실장과 의견을 같이한다"며 "북송된 것은 사실이나 (북송) 결정이 위법하다는 전제하에서 이뤄진 공소사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전 실장 또한 "북송 의견에 '타당한 것 같다'고 수긍한 적은 있으나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하지 않았고 공모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국정원의 언론 발표와 국회 설명을 담당하는 역할과 기능에 충실했다고 생각하는데 왜 여기(법정)에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기소를 문제 삼았다. 그는 "통일부는 당시 합동조사에 참여하지 않았고 탈북 어민들의 수용과 퇴거를 결정하는 것도 통일부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날 검찰은 공소사실 요지를 진술하며 탈북 어민들의 귀순 의사에 반하는 위법한 강제 북송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탈북 어민은 헌법과 법률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북한이탈주민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이들은 수차례 명백히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외국인, 난민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조사 하루 만에 강제 북송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들은 당시 흉악범죄자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고 남북 관계 개선 목적도 엿보인다"며 "그러나 귀순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전례가 없고 국내 수사와 재판으로 책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검찰은 "탈북 어민들이 강제 북송되고 난 후 (북한에서)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현재까지 알려진 적이 없다"며 "지금은 아마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가입국이자 실질적 사형 폐지국, 문명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케이블타이에 (손발을) 묶어서 강제 북송한 것이 적법하고 정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게 해 이 과정에서 관계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특히 서 전 원장이 어민들의 귀순 요청 사실을 삭제하고 '대공 혐의점은 없다'는 왜곡된 사실이 기재된 합동조사팀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외교부와 통일부 등에 전파한 것으로 보고 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