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감산 효과·AI 제품 수요 증가에 실적 개선
D램, 2분기 대비 출하량 20% ↑
HBM3E 공급 등에 내년 흑자전환 기대감
[서울=뉴스핌] 이지용 기자 = SK하이닉스가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영업손실 규모를 1조원대로 줄였다. 내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D램의 흑자전환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 제품의 매출 성장을 이뤄내면서 실적 개선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내년 전사 실적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수조원대의 적자를 낸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자보다 일찍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 9조662억원, 영업손실 1조79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10조9829억원)에 비해 17.5% 감소했다. 전년 동기의 영업이익은 1조6605억원이었다.
지난 1분기 매출 5조881억원, 영업손실 3조4023억원으로 저점을 기록한 뒤 2개 분기 연속 20~30% 대 수준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선제적인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돌입하면서 가격 상승 등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DDR5 등 차세대 D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 등 인공지능(AI)에 필요한 글로벌 신제품 수요 증가 및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로 DDR5와 함께 HBM3 및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주력 제품이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SK하이닉스의 D램은 AI 등 고성능 서버용 제품 판매 성장에 따라 2분기 대비 출하량이 약 20% 증가했다. 평균판매가격(ASP)도 10%가량 상승했다. 낸드플래시도 고용량 모바일 제품 및 SSD(Solid State Drive) 중심으로 출하량이 늘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D램에서 34억43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 1분기(23억1200만 달러)보다 48.9% 급증한 것으로 분석되는 등 D램에서 급격한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SK하이닉스가 신제품 HBM을 글로벌 빅테크에 공급하면서 향후 수익성을 개선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5세대이자 최신 HBM 제품인 'HBM3E' 개발을 끝내고 이 제품의 샘플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SK하이닉스가 빅테크 물량 수주와 HBM 시장 확대 등을 통해 올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원 대 아래로 떨어진 뒤 내년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D램의 경우 우월한 실적 개선 속도로 D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HBM의 실적 차별화와 경쟁력 입증을 했다"며 "생성형 AI 솔루션 수요 강화로 SK하이닉스의 HBM 매출과 경쟁력이 탄탄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D램의 출하량 증가와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으로 흑자전환이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글로벌 HBM 성장률이 올해 대비 172%에 이를 것으로 분석한 만큼 HBM 시장 확대도 향후 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앞으로 5년간 AI 서버는 40% 이상 성장하고 HBM 시장은 5년간 연평균 60~80%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시설투자비(CAPEX)를 올해 대비 증가시키고, 투자효율성 및 재무건전성을 고려해 증가분은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아직 3조원 중반대의 적자에 머무르고 있는 삼성전자보다 뚜렷한 반도체 실적 개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실적에서 매출 67조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불안정한 수익 구조를 이어오고 있다.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는 스마트폰과 SDC(디스플레이) 등의 사업 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지난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등의 영업손실에서 3분기에 3조원 중반 대로 1조원가량 손실을 줄였을 것으로 분석되지만 여전히 수조원의 적자가 쌓여있는 만큼 본격적인 실적 반등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HBM 사업에서 아직 SK하이닉스보다 수익성을 내지 못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성도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HBM 등 사업에서 SK하이닉스에게 아직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업이익 구성 요소를 전환하고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성장 폭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삼성전자도 반도체 부문에서의 일부 적자 감소와 D램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올해 4분기와 내년 초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어 늦어도 내년 하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leeiy52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