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박보영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5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병헌, 박서준, 김선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과도 연기 호흡을 맞췄다.
박보영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가장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인물 명화를 맡아 열연했다. 9일 개봉한 이 영화는 대지진으로 인한 재난이 덮친 서울, 단 한 채만 무사히 살아남은 황궁아파트의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출연한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2023.08.09 jyyang@newspim.com |
"리뷰를 찾아봤는데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 행복해요. 이 작품이 제 필모그래피에 남겨진다는 게 기쁜 일이 될 것 같아요. 5년 만에 영화 개봉인데 절대 그러려던 건 아니었어요. 늘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그래도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작품이 '콘유'라 만족스러워요."
박보영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세 번 정도 멈춰서, 한숨을 쉬었다고 했다. 그런 막막하기도 하고 먹먹한 감정들은 스크린에 그려진 작품으로도 또 한 번 성큼 다가왔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인 극중 재난 상황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고 이타적인 명화라는 캐릭터는 쉽지 않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CG와 편집이 다 된 상태에서 마주하니 시나리오를 보면서 제가 느낀 것들이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좀 스포일러인가 해서 조심스럽지만 마지막에 명화의 대사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냥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에요'라는 말요. 재난 속에서 모두가 여러 변화를 겪게 되는데 명화는 끝까지 신념을 가지고 가죠.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친구가 딱 하나뿐이어서 잘 그려내보자 하는 각오로 준비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출연한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2023.08.09 jyyang@newspim.com |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가장 큰 매력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모든 캐릭터가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그가 가장 끌렸던 명화의 마지막 대사와 엔딩도 어떤 이들은 희망차게, 또 어떤 이들은 절망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영화 속에서 관객 분들이 보시고 조금은 답답한 상황이라 느끼실 부분, 이슈가 생기는 부분에선 계속 멈춰서 숨을 골랐어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명화처럼 할 수 있을까. 민성의 변화를 보면서 이게 맞는 걸까? 명화 입장에선 그 변화가 어떨까. 주요 스포일러 장면에선 거의 입을 틀어막고 정지했었어요.(웃음) 마지막까지 읽었을 때 정말 이 작품을 너무 하고 싶었죠. 끝까지 본 관객분들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음 해요."
명화를 연기하면서 박보영은 어느 때보다도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스스로는 명화보다 훨씬 밝은 사람이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함께 실제로 목소리톤이 애교스럽게 느껴지는 문제에 늘 부딪혔다. 소속사 선배인 이병헌과 대면하고 연기하는 신에선 감탄을 하다못해 자신의 연기가 아쉬운 적도 많았다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출연한 배우 박보영 [사진=BH엔터테인먼트] 2023.08.09 jyyang@newspim.com |
"제가 일할 때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요. 습관적으로 콧소리를 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모니터 할 때 이렇게 애교스럽게 말하나? 싶어 아쉬울 때가 있었죠. 후시 녹음 때 더 단호한 말투로 해보고 싶다고 어필도 하고요. 이병헌 선배님은 늘 정답을 찾으시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잘 못할까. 고민이 컸어요. 선영 선배님과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 늘 느꼈죠. 너무 잘하시니까 좋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마음이 힘들기도 했어요. 결과적으로 저는 아직 병아리고 열심히 한다면 극복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어요. 여전히 선배님들도 작품 앞에서 긴장하고 걱정한단 얘길 들으니 위안이 되기도 했고요."
그간 주로 로맨스 코미디 장르의 작품에서 밝고 통통 튀는 역할을 맡아온 덕에 '국민 여동생'이란 별명도 얻었지만, 배우로서는 한계로 보는 이들도 없지는 않다. 박보영은 과거에는 그 점이 아쉬웠다면서도 지금은 만족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얼굴이 많은 만큼 새로운 작품들로 조금씩 달라질 모습을 스스로도 기대했다.
"많은 분들이 제게 기대하는 얼굴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조금 깨고 싶은 건 배우로서 욕심이겠죠. 알게 모르게 도전을 지속했지만 갑자기 180도 다른 걸 보여준다고 해서 거부감이 없을까 싶어요. 조금씩 변주를 줘서 스며들게끔 해야 하지 않을까요. 명화도 박보영에게 익숙한 얼굴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처음보는 얼굴은 아닐 거예요. 옛날엔 동안 이미지가 아쉬웠는데 지금은 감사한 줄 알아야지 해요. 장점이나 특징이 하나라도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아요. 아직 안해본 거 많으니까요. SF도, 액션도, 진짜 멜로로도 만날 수 있겠죠."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