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올 여름 국내 첫 텐트폴 영화 '밀수'가 시원하면서도 유쾌한 해양 활극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밀수'가 18일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최초 공개됐다.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 베테랑 영화배우들이 총출동하고 '베테랑' '모가디슈' 등 흥행력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류승완 작품의 신작이다. 모처럼 여성 배우 두 명이 중심축이 돼 사기와 모략, 눈치싸움, 무력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열한 판이 벌어진다.
영화 '밀수'의 한 장면. [사진=NEW] |
◆ 70년대 항구도시 '밀수판' 재현…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열전
'밀수'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해녀들에게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외항선이 오가는 항구 진천에서 수산물을 채취해 생계를 이어가던 진숙(염정아)과 춘자(김혜수)는 공장 폐수로 해산물이 상하자 엉겁결에 밀수판에 뛰어든다. 호시탐탐 밀수 소탕 기회를 노리던 세관의 이 계장(김종수)이 밀수 현장을 덮치면서 군천의 호황은 예상치못한 비극으로 치닫는다. 모든 것을 잃고 출소한 진숙은 밀고자로 지목된 춘자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운다.
김혜수는 춘자 역으로 산전수전 공중전을 모두 겪은, 무서운 것이 없는 배짱의 여장부 캐릭터를 그려낸다. 유쾌하면서도 강인한 성격이 해녀복을 입은 그의 얼굴과 몸짓으로 드러난다. 군천으로 돌아온 춘자의 그 시절 패션, 한껏 멋을 낸 헤어 스타일링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혜수는 단편적이기보다 속사정이 많고 끊임없이 생존을 위해 머리를 굴리는 춘자의 면면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영화 '밀수'의 한 장면. [사진=NEW] |
진숙 역의 염정아는 남동생과 부친을 잃고 악과 깡만 남은 해녀 대표다. 모든 일의 원흉이라 믿는 춘자를 향해 이를 갈지만 사연이 그리 간단치는 않다. 새롭게 알게 되는 진실과 엇나가는 작전 속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그는 시시각각 새롭게 절망하고 다짐한다. 박정민이 연기한 장도리는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다. 춘자의 목숨을 담보로 쥐고 있는 권사장(조인성)은 중반부 그를 위한 액션신에서 여지없이 빛난다. 고마담 역의 고민시는 막바지까지 작품을 관통하는 웃음의 키를 쥔 히든카드다.
◆ 반복되는 '쪼는 맛'의 쾌감…모두를 구하는 여자들의 연대
영화 초반부터 춘자가 극중 말로 '썅년'이라는 장치를 깔아둔 류승완 감독은 진숙의 출소 후 사건을 한 꺼풀씩 벗겨내며 긴장감을 조였다 풀었다 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장도리와 고마담, 이 계장의 활약에 따라 반복되는 '쪼는 맛'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춘자 역의 김혜수가 걸치고 나오는 그 시대 복고 스타일링은 또 하나의 눈호강 거리다. 여기에 권사장과의 로맨스 아닌 로맨스도 한 스푼 추가됐다.
영화 '밀수'의 한 장면. [사진=NEW] |
무엇보다 눈 앞의 절망과 현실의 처참함을 받아들이는 진숙의 얼굴은 관객들을 그의 억울한 사연에 깊게 몰입하게 한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결국은 희망을 꺼내 보여준 권선징악적 결말이 조금 뻔할 수는 있어도 기분은 좋다. 류 감독은 늘 최악의 사람들이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되는 이야기를 지양하면서도 충분히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감독이다. '밀수'는 유쾌한 웃음과 시원한 카타르시스가 있는, 올 여름에 관객들이 보고싶어하는 영화 그 자체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