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자·빵 다음 커피 지목...국제 시세 20% 하락
매일유업 내렸지만 업계선 '난감'..."원가 고려해야"
음료·유업체·프랜차이즈 "커피값 인하 검토 안해"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정부의 물가안정책으로 식품업계에 가격인하 릴레이가 이어지면서 다음 타자로 커피가 지목되고 있다. 그간 치솟던 커피 원두 가격이 올해 들어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매일유업이 처음으로 컵커피 가격 인하를 단행한 가운데 식품·커피업계에도 가격 조정 움직임이 나타날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내달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컵커피 14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5.1% 인하한다.
이에 따라 매일 카페라떼 마일드컵(220ml) 등 3종 가격은 2200원에서 2100원으로, 바리스타룰스 에스프레소(250ml) 등 제품 5종은 2700원에서 2600원으로 각각 100원씩 인하된다.
또 바리스타룰스 바닐라빈라떼(325ml) 등 6종 가격은 3200원에서 3000원으로 200원 낮아진다.
<이미지=매일유업> |
매일유업은 컵커피 가격 인하를 단행한 요인으로 소비자 부담 완화와 커피 원두가격 안정화를 꼽았다. 현재 우유 원유 가격 협상 중인만큼 다른 유제품 가격 인하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커피 원두 가격 안정화와 고객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원두 가격을 추종하는 국제 커피 선물 가격은 최근 두 달 사이 21.7%나 하락했다. 이는 지난 1월 중순 이후 5개월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커피 주재료인 원두 가격이 내려간 만큼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 가격 조정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해 제분업체들은 지난해 대비 올해 밀 가격이 하락한 점을 감안해 이달부터 밀가루 가격을 6% 가량 인하한 바 있다.
매일유업은 컵커피 시장 점유율 44%를 차지하는 1위 업체다. 컵커피와 캔커피 등을 포함한 전체 RTD 시장으로 확대하면 업계 2~3위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매일유업의 가격인하에도 RTD커피를 취급하는 주요 식품·커피업체들은 당장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칸타타, 레쓰비)와 동서식품(맥심 티오피)는 모두 'RTD커피 가격 조정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했다. 또 남양유업(프렌치카페), 서울우유(강릉커피)도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들은 원두 가격이 소폭 하락한 것은 맞지만 우유, 설탕, 인건비 등 그 외 원부재료 가격이 올라 가격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커피 원두 가격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아라비카 원두는 여전히 2년 전보다 20%가량 비싸고 로브스타 원두 가격은 계속 상승해 가격이 2021년 대비 두 배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RTD커피에 커피 원두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며 "그 외 우유를 비롯한 다른 원재료 비중이 높아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이디야 등 주요 프랜차이즈 커피업체들도 '커피 가격 인하는 계획에 없다'는 입장이다. 커피 원두 선물 가격 하락이 실제 업체들의 부담 완화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또 원두 외 물류비, 환율 등 요소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스타벅스는 지난해 1월 커피 등 음료 가격을 100~400원씩 올렸다. 2014년 7월 이후 7년 6개월만의 인상이다. 투썸플레이스도 같은 달 커피 등 음료가격을 최대 400원 올렸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12월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음료 57종 가격을 200~700원 인상한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음료 가격은 원두 외에도 원재료, 물류비, 환율 등 복합적으로 반영해 작용하고 있다"며 "지난 몇 년간 폭등해왔던 원두가격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확보 및 소비자 편의를 위해 가격인상은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가격 조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원두 가격 하락세 등 전체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라고 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