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이하 서울아파트 매입 비중 40% 목전서 후퇴
성동·관악·강서·노원·구로 등 중저가 매물 인기
껑충 뛴 집값 부담...하반기 침체 우려도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집값 바닥론이 제기되면서 가파르게 상승하던 20~30대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주춤해졌다. 급매물 소진에 매도호가가 상승하자 매수가격에 대한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만큼 젊은층의 매수 움직임이 크게 약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40대 이상의 매수세가 더 강해지면서 30대 이하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오름세가 이어진 데다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고조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2030 서울 집 매수 비중 4개월 만에 줄어
7일 부동산업계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시에서 매매된 아파트 총 3711가구 중 1419가구를 30대 이하(38.2%)가 매입했다. 전달 39% 수준에서 소폭 내려앉았다.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올해 들어 4개월 연속 상승했다. 1월 30.8%에서 2월에는 34.7%, 3월 35.9%로 상승했다. 4월에는 아파트 총 2981가구 중 1156가구를 30대 이하가 사들여 비중이 38.8%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4월(42.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내 집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던 젊은층의 매수세가 비중 40%를 목전에 두고 후퇴한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김보나 인턴기자] |
지역별로는 성동구가 55.2%로 비중이 가장 컸다. 전달에도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으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비중이 절반을 넘겼다. 한강변에 위치해 지역간 이동이 수월한 데다 금호동, 성수동, 왕십리 등을 중심으로 거주 여건이 양호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들 지역은 재개발, 재건축뿐 아니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개발 호재도 있다.
이어 ▲관악구(48.4) ▲동작구(47.7%) ▲광진구(47.0%) ▲강서구(46.8%) ▲동대문구(45.7&) ▲노원구(44.9%) ▲구로구(43.8%) ▲서대문구 (42.5%) ▲마포구(41.5%) ▲성북구(40.6%) ▲강북구(40.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중저가 아파트 매물이 많은 지역에서 젊은충 비중이 높았다. 반면 고가 단지가 많은 강남구는 28.0%, 송파구 33.7%, 서초구 34.8% 수준에 그쳤다.
30대 이하 매수 비중은 집값이 고점을 달리던 2021년 9월 44.8%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주택경기가 급랭하면서 하락 반전하더니 작년 6월에는 24.8%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작년 말부터 회복세로 돌아섰다. 올해 1월 말부터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특례보금자리론이 신설되면서 대출 문턱이 낮아졌다.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 금리로 빌릴 수 있는 정책 대출 상품이다. 6%대 달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로 내려왔고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시각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급매물 소진으로 매도호가가 높아지자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 부담이 더 커졌다. 서울 주요지역의 매맷값이 저점 대비 20~30% 빠르게 반등하다 보니 매수 희망가격과 매도호가 간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영끌 비중이 높다. 이에 하반기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향후 주담대 금리가 재차 높아질 것이란 분위기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 반등한 집값에 추가 하락 가능성도 부담
하반기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분위기도 영끌족에게 부담이다.
경기가 위축되면 유동성 악화로 수요가 줄면서 금융자산뿐 아니라 건물, 토지, 아파트 등 실물자산의 가격 하방압력이 커진다. 집값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무턱대고 추격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 측에서도 현재 집값 수준이 여전히 높다고 인식하고 있다.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 방안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값이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리면 되레 규제강도고 높아질 여지가 있다.
최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가격 하락 속도를 완화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장기 하향 안정이 조금 더 지속적으로 갈 필요가 있다"며 "대세 상승으로 가기엔 시기상조"라로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집값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자산격차가 커지고, 생활비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핵심 지역인 강남 집값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리얼 & 인베스트먼트 민수진 센터장은 "올해 초부터 주요 아파트의 매맷값이 반등하면서 저점 대비 20~30% 회복한 모습"이라며 "금리인상 가능성, 경기침체 우려, 역전세난 확산 등으로 불안요소가 많아 무리한 레버리지로 영끌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