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미사일 대비, '핵협의그룹'(NCG) 신설
냉전 시기 '나토식 핵기획그룹'(NPG) 모델화
확장억제 실질 참여·핵반격 메시지 발신 기대
실제 운용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과 판가름
[서울=뉴스핌] 김종원 국방안보전문기자 =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확장억제(핵우산) 상설협의체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미국은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더 자주 전개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확장억제 실행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이 이러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美 "확장억제 공유·한국 관여 평시협의체"
한미가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기로 한 것은 냉전 시기 나토(NATO)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NPG)을 모델로 했다.
고위당국자는 "핵협의그룹은 우리가 지금처럼 잠재적 외부 위협에 직면했던 냉전이 한창일 때 유럽의 동맹과 한 것을 여러 면에서 모델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간에는 현재도 국방부 장관이 북한 위협에 대비해 안보협의회의(SCM)를 서울과 워싱턴을 번갈아 오가며 연례적으로 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신설된 외교·국방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도 운용되고 있다. 한미 외교·국방 차관보급 억제전략위원회(DSC), 국장급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 등 각 단위 수준에서 여러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미가 이번에 새로운 협의체 NCG를 신설한 것과 관련해 미 고위당국자는 "핵과 전략 기획 현안에 초점을 맞춘 정기적인 양자 협의 기구인 한미 핵협의그룹 창설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위당국자는 핵협의그룹 취지에 대해 "미국이 만약에 일어날 수 있는 중대한 사태에 대한 계획을 어떻게 구상하는지에 대한 한국의 이해를 돕고 그런 숙의(deliberation)에서 한국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미국이 확장억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공유하고 우방인 한국이 그러한 고려과정에 관여할 수 있게 하는 평시 협의체"라고 말했다.
현재도 한미 간 외교·국방 각 단위에서 협의체가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 공유 ▲위기 협의 ▲공동 기획 ▲공동 연습·실행 등 확장억제 전 과정에 걸쳐 한국이 적극 참여하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상설협의체의 제도화·시스템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 간 NCG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용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 실효적인 측면에서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미 고위당국자는 한국이 미국의 핵무기 사용 결정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한미가 이번에 신설되는 NCG를 어떻게 운용해 나가느냐에 따라 확장억제의 실효성 여부도 판가름 날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은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한 차원 더 높이기 위해 핵무기를 투사할 수 있는 전략자산을 보다 더 자주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했다. 핵탄두를 탑재한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인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도 포함된다. 전략핵잠의 한반도 전개는 198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라고 미 고위당국자는 설명했다.
한미 8차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 대표단이 2023년 2월 23일(현지시간) 핵무기를 탑재한 미 해군 전략핵잠(SSBN) 웨스트버지니아함을 찾아 강력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국방부] |
◆핵탑재 전략핵잠, 1980년대 초반 이후 처음 전개
다만 이 당국자는 전략자산을 상시로 전진 배치하는 것은 아니며 전술핵무기를 포함한 미국의 어떤 핵무기도 한반도에 재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거듭 분명히 했다. 한미는 미국의 전략 기획에 한국의 재래식 군 자산을 더 통합하는 등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 훈련과 연습, 모의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이런 새 절차와 조치를 통해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에 의문을 가지지 않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확장억제를 강화해 제공하는 대신 전술핵 재배치를 하지 않기로 다시 한 번 확인했으며 한국은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또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핵무기 사용 결정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에 새로운 상설협의체인 NCG가 신설됨에 따라 한국이 미 확장억제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NCG 창설 자체가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이 가해지면 미국이 핵반격을 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 발신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단 한미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의지와 신뢰'를 말로만이 아닌 문서로 '명문화' 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북한 정권이 핵사용 시도땐 정권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최고 수위의 경고는 있었지만 확장억제에 대한 별도 공동 문서화가 된 적은 없었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신뢰'가 공동 문서로 확약한다는 상징성이 있다. 미국은 그동안 핵무기 운용에 있어 다른 나라와 별도 공동 문건을 통해 문서화 하거나 확약한 적은 없다.
미국이 자국의 핵전력 운용과 관련해 다른 나라와 문건 형태로 별도의 합의를 내놓는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미 핵우산을 제공받는 나라는 한국·일본·호주뿐 아니라 나토 회원국 등 30여 국에 달한다. 한미가 이번에 확장억제에 대한 문서화를 내놓는 것은 여타 동맹국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특별 조치라는 평가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상설협의체를 신설해 제도화하기로 한 것은 북핵 억제력에 대한 한미 간의 실질적인 진전으로 평가된다.
kjw86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