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외부 공기가 드나드는 통기구 시설 확인...왕궁리유적서 출토된 유물도 발견
[익산=뉴스핌] 홍재희 기자 = 전북 익산시는 서동역사공원 조성 부지에서 백제의 대형 석축 저온저장시설이 확인됨에 따라 24일 공개한다고 밝혔다.
발굴조사를 담당한 (재)전북문화재연구원은 2기의 저온 저장고 외에도 굴립주건물지 3동, 구상유구(溝, 도랑) 1기, 조선시대 기와가마 5기 등 16기의 유구를 확인했다.
익산 서동역사공원과 발굴장소[사진=익산시] 2023.03.24 lbs0964@newspim.com |
익산시 금마면 서고도리 374-4번지 일원에서 발굴된 2기의 저온 저장고는 국내 최초로 외부 공기가 드나드는 통기구까지 갖추고 있다.
기반토인 풍화암반층을 직사각형으로 굴착 후 그 안에 잘 다듬어진 석재를 조밀하게 쌓아 벽체를 구성한 구조이다.
1호는 길이 4.9m, 너비 2.4m, 높이 2.3m이고, 2호는 길이 5.3m, 너비 2.5m, 높이 2.4m로, 두 기가 거의 비슷한 규모이다.
저장고 동쪽 장벽의 상부에는 각각 3조의 통기구는 쪼갠 돌인 판석과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사용하여 50㎝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밖에서 안으로 19°~ 23°기울여 동쪽으로 돌출되게 만들어졌다.
이는 저장고 안의 더운 공기를 자연적으로 밖으로 배출하여 내부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기 위한 공법으로 판단된다.
바닥은 잡석과 사질점토를 섞어 반반하고 고르게 만들어 습기를 차단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대형 석축 저온 저장고는 치밀한 설계에 따라 건축된 당대 최고 과학기술의 집적체로 오늘날 냉장고와 같은 기능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저온저장고서 출토된 안장기와[사진=익산시] 2023.03.24 lbs0964@newspim.com |
저온 저장고 내에서는 백제 왕궁(왕궁리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과 동일한 벼루편, 전달린토기편, 뚜껑편(蓋), 대부완, 배(杯), 암수기와, 인장와(印章瓦) 등이 출토됐다.
1호에서 출토된 보주형 뚜껑과 2호에서 출토된 대부완은 한 벌을 이루고 있고, 1호와 2호에서 출토된 호형 토기편은 서로 접합되는 것으로 보아 동시기에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달린토기란 어깨에 전(넓적하게 둘러진 부분)이 있는 토기, 대부완(臺附盌)은 낮은 굽다리가 달린 완, 인장와(印章瓦)는 도장을 찍은 기와, 호형토기(壺形土器)는 항아리류 토기를 일컫는다.
또 1호에서는 참외, 들깨 등의 재배작물과 딸기속, 다래, 포도속, 산뽕나무와 같은 채집 종실류가, 2호에서는 참외, 밀, 조, 팥 등의 재배작물과 다래, 포도속과 같은 채집 종실류가 검출됐다.
저온저장고서 출토된 벼루편[사진=익산시] 2023.03.24 lbs0964@newspim.com |
학계는 "지금까지 백제지역에서 발견된 저장고는 왕도였던 공주 공산성과 부여 관북리유적 등 궁궐로 추정되는 유적에서만 확인된 사실로 미루어보아 이번에 발견된 저온저장고는 왕실과 관련된 시설일 가능성이 높아 백제 왕실 문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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