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정치 국회·정당

속보

더보기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⑰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기사입력 : 2023년03월17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3월29일 08:06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정치적 위기와 시간이라는 변수

정치적 위기와 문제는 어떻게 나타나는 것일까?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폴 피어슨(Paul Pierson) 교수의 저서 '시간의 정치: 역사, 제도와 사회분석'(Politics in Time: History, Institutions and Social Analysis, 2004)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정치에서 배제하고 있는 접근은 변화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가 발생하는 시점은 지금(t1)이지만 문제의 원인은 과거(t0)에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시점은 미래(t2)에 존재하기 때문에 반드시 시간이라는 개념을 숙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의 이론에서 중요한 개념은 인과적 사슬(Causal chain)이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모든 결과는 단기적 결과와 장기적 결과로 구분되고 원인 또한 단기적 원인과 장기적 원인으로 구성된다. 모든 원인과 결과는 순차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A. 단기적 원인 – 단기적 결과(부패스캔들로 인한 해당 정치인의 혐오)
해결책: 부패 당사자의 징벌, 반부패 정책

B. 단기적 원인 – 장기적 결과(부패스캔들로 인한 국가에 대한 국제적 신뢰와 이미지 추락;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의 붕괴와 경쟁력의 상실)
해결책 1: 부패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강력한 징벌, 법제화 추진, 재발방지
해결책 2: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로 정하고 관련기업 재정지원과 장기적으로 다시는 탈원전 정책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산업구조 개편, 에너지정책의 탈정치화, 정권 초월한 중립적 협의체 구성, 국가 미래 중대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회부제(스웨덴의 경우 1980년 탈원전 정책을 놓고 국민투표회부)

C. 장기적 원인 – 단기적 결과(누적된 부패로 인한 현 경제위기, 국제적 위기에 노출될 때)
해결책: 누적된 부패가 원인이지만 단기적으로 국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업지원, 소비진작을 위한 정책 추진. 장기적으로는 부패 원인 제거 없이 경제 체질의 약화로 인한 경쟁력의 추락과 비효율적 사회로 진입

D. 장기적 원인 – 장기적 결과(누적된 부패로 인한 민주주의 가치와 이상에 대한 실망과 불신)
해결책: 부패의 청산과 특권 정치의 청산을 위해 헌법 개정을 통한 권력구조 개선, 정치 부패에 대한 철저한 응징,
미 해결시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에 대한 관심 저하, 이민, 혹은 무관심, 정치 혐오, 국민저항으로 발전

위 네 가지 중 단기적 결과인 A와 C는 법과 정책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장기적 결과인 B와 D는 제도개혁으로 체제전환을 이끌어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위기에 대한 인식은 단기적 원인보다는 누적된 원인의 인과적 사슬 때문에 생긴 D의 경우로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와 이상에 대한 총체적 위기인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과 특권 청산을 위한 체제전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개혁의 방법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다 보면 더 어려운 것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는 신기능주의 이론이 제공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쉬운 것부터 시행하다 보면 누적된 신뢰관계가 더 큰 난제를 풀 수 있다는 신기능주의적 관점(Neo-functionalistic perspective)에 기초하는 이론이다. 한 방울씩 물을 떨어뜨리다 보면 언젠가 물컵의 물이 넘쳐 주위를 적시는 파급효과(Spillover effect)로 인해 큰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즉 체제가 전환되는 효과를 갖는다. 유럽연합이 이런 방식으로 처음 6개 회원국에서 현재 27개국이 가입한 경제동맹체를 매개로 한 유럽통합을 이루어냈다.

국가의 사회통합도 이를 본받아 쉬운 개혁부터 시작해 조금씩 더 어려운 개혁으로 진행해 나갈 때 적대적 세력들의 상호불신을 약화시킬 수 있어 한 단계씩 상향된 개혁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제도화의 시작

역사적 제도주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습관과 관행들이 모여 잠금 기능(Lock-in)이 작동되면 국가의 작동시스템은 그 틀 안에 갇히게 되고 사회구성원의 행태는 반복적 경로로 진입하게 된다. 이를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 한다. 이렇게 경로 의존적 행태는 모두에게 편하면 그대로 지속되는 힘을 갖지만 불평과 불만, 갈등과 불신 등으로 생긴 엄청난 변화의 동력이 내적으로 일거나, 전쟁, 자연재해, 팬데믹 등 외생적 충격이 가해질 때 새로운 변화의 요구가 거세진다. 모두 불편하고 힘들고, 모든 면에서 제도적 기능저하와 불만족, 양극화의 증가, 자살률 증가 등 총체적 국가적 난제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누적되기 때문이다. 이를 역사적 제도주의에서는 결정적 시점(Critical juncture)라 한다.

역사적 제도주의를 바탕으로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 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는 아직 낮은 수준에 있다. 인신공격과 알맹이 없는 대정부 질문, 근거 없는 폭로와 조롱의 상임위 토론, 인사청문회, 정기국회 개원을 위한 흥정, 국가원수의 시정연설 보이콧, 극과 극으로 치닫는 적과 아군으로 나누는 정치다. 정치적 경쟁이 아닌 전쟁 상태로 인식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이제 정치혐오를 넘어 '누가 이 체제를 넘어트려 주었으면' 하는 혁명 전야처럼 느껴진다. 제도적 정착을 이루지 못해 법과 원칙에 따른 경로적 의존성이 생성되지 못했고, 불평과 불만, 불신과 배척이 너무 강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결정적 시점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의 또 한 가지 위기 중 극소수가 다수를 지배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곧 팬덤의 정치다. 팬덤의 정치는 소수의 독재며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아무리 100만 명을 동원한 시위라 해도 묵묵히 일상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며 지켜보는 다수에 비하면 이들은 아주 작은 소수에 불가하다. 자기세력 결집에 더 큰 의미를 두는 동원의 정치는 단절해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기본권에 속하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 및 결사의 자유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어야 한다는 헌법의 기초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주말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할 권리,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도로에서 이동할 권리를 침해할 경우 헌법 정신에 저촉되는 사항이다.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이 주장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나의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있다는 사상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모든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개인의 권리로 채택하고 있다. 밀은 민주국가에서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는 것이 국민의 중요한 의무라 보았다. 그리고 이를 지키지 않는 대상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지켜 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로 간주했다. 소수는 다수보다 약자이지만 개인보다는 강자이기 때문에 헌법에서 보장하는 개인의 자유와 쾌적한 삶의 보장을 위해 거리 집회는 철저하게 제한되고, 넓은 공터나 폐쇄된 장소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도심 집회 허가는 철저하게 제한되어야 하지만 설령 집회를 허용하더라도 사전 공지와 함께 도로점유를 시도하는 시위대는 국민기본권인 이동의 자유를 침해한 경우이므로 철저한 규명을 통해 사후 책임을 지게하고 현장에서는 경찰이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

스웨덴 국회의사당 [사진=최연혁 교수 제공] kimsh@newspim.com

국가 체제 대전환을 위한 제자리 찾기

정치 대전환(Paradigm shift)은 격이 있는 정치의 복원이다. 우리는 한 번도 격이 있는 정치를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원상태로 세운다'는 복원의 의미는 맞지 않지만 1948년 번듯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보겠다고 국민의 열의를 모아 세운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회복이라는 뜻을 담는다. 정치가 제자리에 서게 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일련의 시도는 궁극적으로 각자 제자리 찾아가기 운동이다. 정치의 제자리는 국민을 위한 봉사이자 희생이다. 따라서 모든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대전환의 시작이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봉사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의원보좌관제 폐지와 기초 및 광역의원 무급제의 시행은 제자리 찾기의 일환이다.

스웨덴의 정치는 봉사와 희생을 보여 주는 롤모델이다. 정치가 버겁고 힘들어 정치를 떠나는 정치인들이 많은 사회의 정치인 정책능력과 그들의 정치적 도덕성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여야정치인들의 국가를 위한 타협정신이 높은 이유는 바로 정치를 나의 목적 달성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리인이라는 자세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일과 하루 24시간 중 국가의 세계적 위상,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 국민통합과 화합과 같은 큰 대의를 위해 바친 시간은 얼마나 될까를 반추해 보라. 글로벌 세계정치는 내가 아무리 강하다고 생각해도 나보다 더 강한 국가가 있으면 지게 되는 전쟁터와 같다. 재래식 무기를 아무리 많이 보유하고 있어도 대량살상무기 하나면 전쟁에서 진다. 우리는 지금 국론이 분열되어 있다. 가치사슬로 뜻을 함께 하는 국가들과 함께 할 때 더 강한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끼리 합의를 보지 못한다. 친일이니 친중이니 프레임의 논쟁으로 날을 지샌다.

모든 갈등을 국회로 수렴해서 대안을 놓고 토론해야 한다

쉬운 개혁은 국회의 여야 정당들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합의를 통해 시행할 수 있거나 국회법과 관련법을 개정해 바로 실천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운 개혁은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진행하고, 신뢰를 쌓아 진행해 나가야 한다. 보 로스타인(Bo Rothstein) 교수의 빅뱅이론에서 알 수 있듯 제도개혁은 짧아도 30년 정도의 한 세대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스웨덴 패러독스 모델의 성공 사례에서 다음의 두 가지 제도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가칭 '국가대전환을 위한 입법위원회'를 구성해 정권과 관계없이 유지되도록 상설기구를 설치할 것을 권고한다. 현 국회의 모든 정당이 동수로 대표를 선출해 구성하도록 한다. 이 의원 중심 위원회의 목적은 쉬운 것부터 하나씩 국회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개혁해 나가면서 장기적 비전까지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각 당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겠으나 국가의 백년대계를 보고 활동한다는 사명으로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시적 조직이 아닌 10년, 20년 이상도 바라보는 국회상설위원회로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합의사항은 해당 상임위에서 공동입법안으로 합의해 처리하고, 본회의에서 토론 후 표결로 결정하며, 국회법과 관련법을 일괄적으로 개정, 혹은 제정을 위원회 주도로 진행해 나가도록 한다. 만약 헌법 개정 사항이 있으면 충분한 국회의 논의를 거쳐 국민투표에 회부해 최종 결정하도록 한다.

둘째, 언제든 여가 야가 되고 야가 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가칭 여야동수 '헌법제도개혁 SOU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한다. SOU 제도는 북유럽 국가의 제도개혁과 사회갈등 예방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정부 주도의 특별위윈회 제도로 결과물을 SOU라는 국가기록물을 남겨 놓는다. 정부주도로 특별위원회가 설치되지만 독립적 기구로 진행되기 때문에 탈정치화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스웨덴의 경우 SOU 자료는 명칭 변경 이전까지 추적해 보면 1604년 헌법제도위원회의 활동을 시작으로 1905년까지 894개의 국가조사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 SOU 명칭으로 변경된 1922년 이후 2022년까지 8224개의 특별 보고서가 축적되었다. 전자문서로 변환된 이 귀중한 자료는 국가개혁의 역사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선거제도' 개혁의 역사를 보기 위해 키워드를 치면 235개의 스웨덴 선거제도 조사위원회 활동보고서를 단 몇 초 안에 화면에 띄울 수 있다. 이 연구서들은 당시 국내 자료, 해외 사례,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당시 설득 근거를 담고 있어 정치인들과 연구자들이 새 선거제도를 설계할 때 귀중한 근거자료가 된다.

다시 여야동수 '헌법제도개혁 SOU 제도'로 돌아가 보자. 여기서 여야라 함은 현 여야 의원만이 아닌 전문가 그룹 반, 의원 반으로 구성되는 구성체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문가 3명, 정치인 3명씩 양측을 대표하는 12인 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의 100년 대계의 새 판을 짤 수 있는 국민대회의의 기능을 갖도록 한다.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5-10년간 유지될 수 있는 방안도 있고, 아예 영국의 선거구획정 왕립위원회처럼 상설위원회 구성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민여론조사, 전국 각지 순회 학술세미나 및 공청회, 국내 및 세계 전문가 국제 전문가 콘퍼런스 등을 통해 우리의 정치문화에 최적인 정치제도와 국가의 틀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철저한 조사기간을 부여해 주도록 한다. 매년 합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SOU 결과물은 국회도서관에 등록해 영구 자료화 할 경우 후일 30년, 50년, 100년이 지나 우리 선대들의 국가개조를 위한 노력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개혁의 순서

쉬운 개혁은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쉬운 개혁을 제대로 시작해 뿌리를 내려도 사실 한국정치의 엄청난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개혁은 사실 모두 제자리에 돌아가자는 약속이다. 정치인은 정치영역으로, 시민은 가정과 일터로 돌아가자는 제자리 찾기 운동이다. 정치인이 정치 본연의 영역으로 돌아가게 되면 나라의 모든 문제는 국회로 수렴된다. 시민들이 매주 대치해 가면서 소모적 투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진다. 정치는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는 대립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이다. 정치가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지 않으면 결국 사회의 모든 대립과 갈등문제는 거리로 뛰 처 나갈 수밖에 없다.

쉬운 개혁은 좁은 마음을 열고 가능한 것부터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하자.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권위를 내려놓으면 주권재민의 가치를 담고 있는 헌법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다.

새로운 출발은 내가 가진 믿음과 신념이 틀릴 수도 있겠다는 인정의 자세에서 출발한다. 나만 맞고 너희는 틀린 것이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으니 너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라는 상호적 교감에서 개혁은 출발할 수 있다. 이것이 정치적 상식이다. 상식의 회복이 곧 정치적 개혁의 시작인 셈이다. 내가 믿는 것만이 최고의 선이라는 인식이나, 절대 절명의 해결책이라는 시각은 이제 다 함께 버리자.

쉬운 개혁부터 시작해 정치적 합의가 필요한 어려운 개혁까지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신뢰의 단초를 놓을 수 있다. 어려운 개혁은 더 큰 것들을 내려놓고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리는 과정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익숙해 있었던 특권을 모두 내려놓는 것이다. 이 특권들은 사실 국민의 머슴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의 파기이자 이 땅에 사는 모두는 평등하다는 헌법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에 모순이다. 따라서 특권 내려놓기는 다시 헌법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개혁은 단계마다 한국 정치를 세계적 모델 중 으뜸가는 하나로 새롭게 만들어 가자는 비전을 담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민주주의 정당성의 문제를 보완하자는 이상도 담는다. 어려운 개혁의 지향점은 가장 효율적이며, 경제적이고, 국민의 수준과 요구에 부응하는 법치와 질서를 바탕으로 하는 최고 민주주의다. 정치가 주도하는 최고 종착역이다.

정치에서 출발한 변화는 대한민국의 사회 변혁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다. 파급효과 때문이다. 모든 기득권 내려놓기 운동으로 승화될 수 있다. 미래 정치꿈나무들은 기득권이 없는 국회에서 맘껏 설득의 기술과 솔선수범으로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영위할 수 있게 하자. 정치가 K-culture, K-economy를 선도할 때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로 성큼 다가서게 된다. 그 때는 우리가 K-Politics를 세계에 내 놓아도 부끄러울 것이 없겠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변상문의 화랑담배] "일장기가 내려졌다" 변상문의 '화랑담배'는 6·25전쟁 이야기이다. 6·25전쟁 때 희생된 모든 분에게 감사드리고, 그 위대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제목을 '화랑담배'로 정했다. 미 합참으로부터 일반명령 제1호를 하달받은 맥아더 장군은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던 미 제10군 예하 미 제24군단장 하지(John R. Hodge) 중장에게 1945년 8월 29일 한국의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일본군 무장을 해제하라고 명령하였다. 1945년 8월 기준 무장해제 대상 한반도 주둔 일본군은 14개 사단 35만여 명이었다. 이 명령에 따라 하지 장군은 예하 미 제7사단, 미 제40사단, 미 제96사단 배치 계획을 수립하였다. 미 제7사단은 서울과 개성을 포함한 38도선 일대 및 경기도, 충청도 일원을 맡도록 했다. 미 제40사단은 강원 및 경상도를, 미 제96사단(나중에 미 제6사단으로 변경)은 전라도를 책임 지역으로 할당하였다. 제주도는 미 제25기지창이 맡았다. 38도선 이남에 진주한 전체 미군 병력은 약 7만7645명이었다. 하지만 오키나와에 상륙함정이 부족하여 미 제7사단을 우선 투입하였다. 1945년 12월 19일 대한민국 임시 정부 환국을 환영하는 국민 행렬. [사진= 국사편찬위원회] 맥아더 장군은 미 제24군단의 한국 진주에 앞서 포고령 제1호를 발표하였다. 이 포고령 제1호에는 북위 38도선 이남 지역에 미군이 진주하여 일본군 무장을 해제하고, 유엔에 가입할 자격을 갖춘 독립된 국가를 수립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1945년 9월 8일 13:30 인천항. 미 제7사단 장병들이 상륙정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날씨는 맑았다. 바람은 따뜻했다. 부두 공간은 충분했다. 17:30 상륙을 마쳤다. 다음 날인 9월 9일 아침 철로를 이용하여 서울로 들어왔다. 1945년 9월 9일 일요일 서울 거리는 엄숙한 빛 속에 잠겨있었다. 높고 푸르게 개인 가을 하늘을 이고, 태극기, 성조기, 소련 기, 중화민국 국기 등이 나란히 휘날리고 있었다. 서울역에서 내린 미 제7사단 장병들은 대오를 갖추어 조선총독부를 향하여 행군하기 시작했다. 행군 대열 중간에는 하지 중장과 킨 케이드 제독, 그리고 영관급 이상 장교들이 지프차를 타고 있었다. 장병들의 얼굴은 승리자의 위엄보다는 예의와 신의를 존중하는 겸손한 빛이었다. 한눈을 팔거나 전투화 소리를 크게 내는 군인은 없었다. 서울역에서 조선총독부에 이르는 거리에는 사람들이 담을 쌓고 있었다. 대한국인으로서 체면과 위신을 거룩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미 제7사단 600여 명이 09:00경 조선총독부 광장에 천막을 쳤다. 이어서 16:00 일본군의 항복문서 서명식이 조선총독부 회의실에서 거행되었다. 연합국 측의 노엠 H 무어 중위가 개회사를 했다. 미군 장교 안내로 조선 총독 일본군 육군 대장 아베 노부유키, 쬬오쯔끼 조선주차군사령관, 야마구치 진해 해군경비사령관이 차례로 입장했다. 연합국 측 장교단 13명은 이미 착석한 상태였다. 곧이어 하지 중장과 킨케이드 제독이 수많은 내외 보도진의 플래시를 받으며 미 헌병 호위 속에 입장하였다. 16:06 하지 중장은 앉은 채로 조인식 시작을 선언하였다. 영문과 일문으로 된 항복문서가 파란 천이 덮여있는 일본군 측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쪼오쯔끼가 먼저 서명했다. 뒤를 이어 야마구치와 아베가 서명했다. 하지 중장, 킨케이드 제독 순으로 미국 측이 서명했다. 하지 중장의 간단한 폐식사와 함께 조인식이 끝났다. 아베 총독은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으나, 이날 가까스로 나와 항복문서에 서명한 것이었다. 아베가 항복문서에 서명한 것은, 미군 제24사단장 하지 중장에게만 한 것이었다. 소련 측에는 항복문서 서명을 안 했다. 한반도에서 유일한 항복문서인 이것은 한반도 전체를 미국에 인계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이날 1945년 9월 9일 16:00를 기해 38도 선 이남에서 일본 국기 게양이 금지되었다. 16:35 조선총독부 정문에 걸려 있던 일장기가 내려졌다. 대신 성조기가 게양되었다. 미군정의 시작이었다. / 변상문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2025-10-13 08:00
사진
국감, 與 조희대·野 김현지 놓고 '강대강' 예고 [서울=뉴스핌] 신정인 배정원 기자 = 오는 13일부터 약 3주간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감 증인으로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장을, 국민의힘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요구하면서 '강대강' 충돌이 예상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윤석열 내란 잔재 청산'을, 국민의힘은 '이재명 독재 저지'를 국감 기조로 규정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0.10 pangbin@newspim.com 특히 민주당은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사법개혁의 핵심으로 조 대법원장을 놓고 집중 추궁에 나설 방침이다. 통상 대법원장은 국감 출석 후 법사위원장의 동의로 이석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이석을 허용하지 않고 직접 답변을 듣겠다는 계획이다. 당에선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장 발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 등을 겨냥해 "개혁에 저항하는 반동의 실체들"이라며 "반격의 여지를 남겨두면 언제든 다시 내란세력은 되살아난다. 다시는 내란을 생각하지조차 못하도록 하는 것이 빛의 혁명의 정신을 이어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0.10 pangbin@newspim.com 국민의힘은 김 부속실장 출석을 요구하며 역공에 나선 상황이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김 부속실장의 총무비서관 재직 당시 인사 개입 의혹, 산림청장 천거 관련 보은 인사 논란 등을 겨냥해 "대통령 최측근이자 1급 공직자인 김 실장은 국감에 출석해 각종 의혹을 국민 앞에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김 부속실장을 두고 "성남 라인의 비선 실세들이 도처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독재를 저지하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국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당은 대통령실을 피감 기관으로 둔 국회 운영위원회뿐 아니라 김 부속실장의 각종 의혹에 대해 상임위별 증인으로 출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여당에 맞서 한미 관세협상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통신사 해킹 사고 등에 대해 정부의 실책을 따져물을 전망이다.  allpass@newspim.com 2025-10-12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기사제목
기사가 번역된 내용입니다.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