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1심 판결에서 김건희 모녀 계좌 동원 인정
공소시효 남아 있는 2차 작전 시기 동원 사실 드러나
검찰 "공소시효 문제 아냐…수사 이어 나갈 것"
법조계 "공범 여부 입증 관건, 의혹 해소해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법원이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일부 동원됐다고 판단한 가운데 검찰 수사가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사건의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지만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검찰 측은 권 전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관련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권 전 회장 측과 김 여사의 공모 여부가 입증되지 않으면 사실상 수사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선고한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판결문에서 김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 씨 명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3.01.31 photo@newspim.com |
대표적으로 2010년 11월 2차 작전을 주도한 '주포' 김모 씨와 블랙펄 인베스트먼트 임원 민모 씨가 문자를 주고받은 직후 김 여사 계좌에서 8만주의 매도 주문이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이 주문들은 피고인들 사이에 연락이 이뤄진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이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된 것으로 인정된다"고 봤다.
특히 이번 판결로 김 여사의 계좌가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2010년 10월 이후인 '2차 작전' 시기에 동원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는 "1단계에 이어 2단계에서도 연속적으로 위탁된 계좌는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 씨 명의의 계좌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이 김 여사는 2단계 주가조작 기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과 다르다.
검찰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 과정에서 공소시효는 크게 문제될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주범들이 기소됐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중지된 상황은 아니며 (김 여사의) 공범 여부가 입증되지 않으면 그냥 종결되는 것"이라며 "1심 판결문을 잘 분석해 수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조작의 주범인 권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3억원을 선고받았지만,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가 김 여사 연루 의혹에 대한 결론은 내놓지 않아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검찰은 구체적인 수사 상황에 대한 말을 아끼면서도 "재판 상황 등을 종합해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권 전 회장 1심 선고 뒤, 더불어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문을 통해 김 여사의 혐의가 사실상 드러났다며 특별검사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검찰독재 정치 탄압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김 여사 특검 추진을 위한 회의를 개최했다.
참여연대 또한 논평을 내고 "공소시효가 도래하지 않은 2단계 주가조작에서도 김건희 여사의 연루를 의심케 하는 자료들이 드러났다"며 "김 여사와 선수 이 씨가 연루된 1단계 주가조작 시기뿐만 아니라 2단계 주가조작 시기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만큼, 이제 김 여사의 연루 의혹에 대해 더 이상 수사를 미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 사건의 본질은 대선 기간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사건을 억지로 공소시효를 늘려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매수를 유도당하거나 계좌가 활용당했다고 해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수사를 통해 김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여부를 입증하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밝히려면 주범들과의 공모 관계를 입증해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입증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