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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⑤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기사입력 : 2023년02월01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3월29일 08:32

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부패한 음식은 망설일 필요 없이 바로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아깝다고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생명에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채나 과일이 부패하면 아까워서 일부 썩은 부위를 도려내 먹기도 한다. 맛에 조금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영양분은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가 부패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버릴 수도 없고 도려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부패가 일상에서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만연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 부패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설사 안다고 해도 제대로 손도 댈 수 없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어떤 나라도 성공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태리는 새 정권이 들어 설 때마다 부패 청산을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지만 별반 효과를 보지 못했다. 마피아 조직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가 정계와 경제계 뿐 아니라 문화, 체육, 검찰, 사법부, 지역 상권과 개인 삶까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정부들도 예외 없이 현직 대통령이 정권 임기 중 부패스캔들로 낙마하거나 퇴임 후 본인이나 가족 중 한 사람이 사법적 심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부패청산이 어려운 이유

국가 부패의 고리를 끊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경험적 연구를 정리해 보면, 부패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득권층의 오래된 특권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권은 소수의 지배계층이 누려 왔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신분적 특수 가치를 말한다. 왕과 귀족, 그리고 성직자들이 누리던 신분적 지위는 극히 제한된 인원에게 엄청난 권력과 재화, 그리고 위엄이 집중되어 있다. 이 구조 속에서는 특권을 가진 자를 통해야만 제도권에서 활동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기에 부패 사슬구조는 끝없이 양산되고 확산된다. 중세시대 때부터 유지되어 왔던 길드제도는 직능 분야별로 기술자격증 획득과 활동을 보장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엄청난 권력이 집중되어 쉽게 부패할 수 있는 구조였다. 특권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득권자들은 이를 절대적으로 사수하고자 내부적으로 더 단단해 지고 조직화 하며 특권파괴세력을 서슴없이 제거하고자 하는 행태를 보이게 된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가에서 검사, 경찰서장, 시장 들이 암살되는 경우처럼 공권력이 특권의 성역을 건드리려고 하면 할수록 저항은 더 거세지며 절대 무너지지 않는 아성을 구축하려고 한다. 멕시코와 콜롬비아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둘째, 기득권의 카르텔 구조 때문이다. 기득권들끼리의 연결조직은 정치계부터 사법, 경찰, 관료, 경제, 교육, 문화, 체육 등 사회구석구석까지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어디가 숙주인지 알 수가 없다. 이태리 시칠리아 섬 중심으로 조직된 마피아와 나폴리 지역 중심의 까모라 조직은 하나를 제거해도 다른 조직이 남아 있으면 다시 재건을 할 수 있는 어망그물구조로 되어 있어 완전제거를 어렵게 하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카르텔 구조 속에서 새로운 엘리트는 순환되고 재탄생하는 빌프레드 파레토의 엘리트 순환론(Elite circulation)은 카르텔 구조의 견고성과 영속성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셋째, 관행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사고, 인식, 가치, 행태, 전통, 관습 등은 오랫동안 답습되어 왔기 때문에 문제를 알아도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는 고치기가 불가능하다. 부패가 만연된 나라에서는 병원, 경찰서, 동사무소, 축구경기장, 호텔, 시장 등 관계없이 거래를 위해 지불하는 뇌물의 규모, 힘 써줄 내부자의 유무에 따라 재화나 서비스의 질과 속도가 결정된다. 고위직 공무원이 퇴직 후 로펌에서 고액을 받고 활동하는 것을 당연시 하는 풍토도 관행의 늪에 빠진 경우다. 일반국민의 작은 부패(petty corruption)부터 고위공직자, 정치인, 경제인들의 큰 부패(grand corruption), 그리고 전체로 확산된 체계적 부패(systematic corruption, endemic corruption)까지 전 사회 구성원의 몸속에 배인 관행에서 발생하는 부패는 여간해서는 퇴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넷째, 정부와 관료, 정치인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부패를 아무리 청산하려고 노력해도 국민이 믿지 못하기 때문에 대개 실패하고 만다. 정부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을 통해 부패를 통제하고자 하지만, 부패의 온상은 사실 정당, 정부, 의회 안에 있다고 할 정도로 부패에 연루되어 있는 정치인이 많다 보니 전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몇 년 전 세계정치학회 부패연구 학자들 연구모임을 위해 브라질의 작은 도시 쿠리찌바(Curitiba)에 모여 국제회의를 하면서 왜 브라질이 그렇게 부패를 통제하기 어려운가를 논의한 적이 있었다. 대통령부터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총체적으로 부패의 사슬에 얽혀 있어 체제 리셋팅을 하지 않는 한 부패청산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또한 외부에서 투입된 청렴한 정치인이 무언가 해 보고자 해도 부모님 혹은 측근 등 가까운 인사가 부패에서 자유스럽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부패사슬 구조에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청렴한 사람조차 결국 믿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불신은 불만이나 포기, 이탈로 연결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기의 원인이 된다.

다섯째, 국가의 부패가 제도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의 부재 혹은 갖춰져 있더라도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편법이 용인되는 사회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법과 제도의 허점이 더욱 부패를 키우고 제거를 어렵게 한다. 법대로 절차가 이루어져도 내부거래자가 있으면 결과는 다르게 나온다. 엽관제도(spoils system, 당선자가 승리를 위해 도운 사람들을 주요 공직에 임명하는 제도)가 인정되는 국가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빈번해 권력자에게 충성을 담보로 줄을 서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못 하는 사람이 도리어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사진=게티이미지]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사회에 만연했던 부패를 청산했던 나라는 영국, 미국, 북유럽국가들, 싱가포르, 뉴질랜드, 스위스, 네덜란드, 독일 정도로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들 나라 중 스웨덴의 부패는 한 때 외교가에 회자될 정도로 우스개 꺼리의 소재였다. 스웨덴 외교사에 남겨진 기록을 보면 1771년 프랑스 대사의 귀국 보고서에서 "스웨덴은 정부와 의회의 모든 정치인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부패의 병에 감염되어 움직이는 나라"라고 적고 있다.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흘러 들어온 정치자금은 정치인들의 매수를 위해 쓰였고, 친러, 친불 정책을 이끄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동원해 친러, 친불 정책을 부추기고 1800년대까지 이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앞에서 지적한 5가지 부패의 특징이 모두 해당된 국가였다.

그렇다면 스웨덴은 어떻게 사회에 만연된 부패를 청산할 수 있었을까? 1770년대 외교관의 눈에도 확인될 정도로 심각한 부패국가에서 1900년대 초 들어서는 어떻게 부패청정 국가가 되었을까? 그 블랙박스를 열어보자.

예테보리 대학 정부의 질 연구소 소장이었던 보 로스타인(Bo Rothstein) 교수가 스웨덴의 성공사례를 통해 구축한 부패개혁이론(corruption reform theory)을 제시했다. 로스타인 교수의 연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부패문제를 다루어야 할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이론은 일련의 동시적(syncronized), 전방위적이며(multifaceted), 신속한(swift) 반부패 조치(anti-corruption measures)로 구성되는 대폭발 이론(bing-bang theory)에 집약되어 있다. 과학적 우주기원론인 대폭발이론을 탈부패의 모델에 적용해 탄생한 이 이론의 핵심은 이렇다.

최초의 개혁은 행정부개혁에서 출발한다. 정부주도로 개혁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행정부가 먼저 개혁의 최전선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1840년 행정부 개혁은 7개의 정부부처를 먼저 구축했다. 그 이전에는 왕실조직으로 정부를 이끌었지만, 왕실과 정부를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법무부, 외교부, 재정부, 육군부, 해군부, 종교교육부, 그리고 내무부로 구성되었다. 처음으로 제1장관제를 입명해 법무부가 그 역할을 맞도록 했다. 총리제의 전신인 제1장관제를 도입한 것이다. 이미 영국에서는 1721년 국사를 책임지는 제1장관(Prime Minister)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스웨덴에서 도입한 것은 한참 시간이 지난 뒤였다. 1840년대 영국과 미국도 비슷한 정부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이때부터 아직까지 국왕이 정부의 좌장이지만, 실질적 국사는 장관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입헌군주국(Constitutional monarchy)의 신호탄을 쏜 것이다. 부처별로 장관 밑에는 정치차관을 두어 장관의 실질적 업무를 보좌하도록 했다.

사회개혁의 시작은 교육개혁에서 시작했다. 그동안 교회가 가지고 있었던 국민교육을 국가의 종교교육부에 두고 학교조직을 구축했다. 1842년 의무교육제를 도입해 국민의 지식함양을 통한 국민성의 개조와 인재배출이 급선무라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개혁의 청사진이 있어도 결국은 국민의식의 변화가 없으면 실패할 것으로 보았다. 교육은 더 이상은 기독교 교리와 성경을 공부하는 것이 아닌 국어, 수학, 인문지리, 과학적, 철학적 사고를 함양하고, 기술과 상업 등 스스로의 능력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식을 통한 변화 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기술 독점권과 상권을 장악한 길드조직이 남아 있는 한 교육으로 눈 뜬 새로운 기술자와 상인들의 자유로운 진입을 방해한다고 보고, 1846년 의회주도로 길드제도의 폐지를 결정했다. 이 제도의 폐지로 중세 이후 500년 이상 유지되어 왔던 견습 위주의 마스터제도, 인허가권을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길드단체들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길드조직이 갖고 있었던 교육기능과 인허가권은 국가교육 기관과 행정기관으로 이전해 관리했기 때문에 부패한 대학의 교육제도와 입학과 졸업의 전권을 가진 교수의 특권 박탈도 그 다음 수순으로 진행해 나갔다. 귀족자녀에게만 주어졌던 대학입학자격도 학점과 입시를 통해 선발하는 전면 개방제로 전환해 서민자녀들도 사회 주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었다. 이는 길드조직의 해체와 의무교육 도입 그리고 대학개혁을 통한 시너지 효과로 가능했다. 그 다음으로 기업의 자유로운 설립을 위해 주식법(1848)을 공표했다. 이 전까지는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했으나 이제는 누구나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었다. 이로서 자유시장주의 체제가 서서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고, 신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 다음 수순은 뭘까? 바로 관료제 개혁이었다. 1855년 고위관료는 오직 귀족출신에게만 개방되어 있던 폐쇄적 제도를 폐지하고, 실력위주 채용으로 전환했다. 관료들이 가지고 있었던 행정결정권, 예를 들어 집을 지을 때 행사하는 인허가권, 조달, 입찰 등의 모든 행정절차를 폐쇄적 체제에서 완전 개방제로 전환했다. 지방관료 개인의 결정권을 집단결정권으로 개선했고, 관료들에게 주어졌던 인허가 요금의 획득권을 박탈하고 일정 수준의 임금으로 전환했다. 그 이전에는 인허가에 따르는 행정결정권을 이용해 모든 요금을 관료가 착복하고 있었던 셈이다. 즉 세금을 제외한 모든 인허가권은 정부부처로 이관되고, 모든 수익은 국가에 귀속되었으며, 이때부터 관료는 봉급생활자로 전환되었다.

그 다음 수순으로 지방자치의 강화를 위해 조세제도와 법원개혁을 동시에 진행했다. 1860년 국가행정조직을 24개 행정서비스 단계로 나누고 광역단체인 란스팅(Landsting)을 설립했다. 지방 문제는 지역민이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란스팅은 의료서비스, 교통인프라를 책임지게 하고, 정부의 중앙조직은 교육, 치안, 선거관리, 재판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소득세, 재산세, 지방세, 재산세, 소득세, 인하가세, 인지세 등을 명확히 구분해 납부하게 하는 조세제도도 1869년 개혁되었다. 소득세와 재산세는 투표권 확대이전까지 선거권과 피선거권 부여를 위해 필요했기 때문에 조세개혁을 통해 유권자의 확대를 꾀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 현물로 세금을 낼 수 있었지만 화폐로만 징수하는 체제로 개선되었다. 따라서 주먹구구식이 아닌 보다 체계적인 징수체제가 마련되었다. 지방관료 들의 개인적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이권과 권력남용, 탈취 및 횡령 등 부패에 연루된 공무원에 대한 철저 규명과 해임, 사법적 책임을 강화에 부패의 씨앗을 제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2심인 고등법원제도를 구축해 3심 제도를 강화하고 지방조직이 갖고 있던 사법권을 박탈했다. 이를 위해 지방법원도 정비해 나갔다. 막스 베버(Max Weber)가 주장한 기독교 문화의 부의 축적이 자본주의의 중요한 요소로 보았지만, 스웨덴의 예에서 보듯 관료개혁과 사법개혁이 뒤따르지 않았다면 부패청산은 불가능했고, 자본주의로의 진입에서 관료가 큰 걸림돌이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마지막 단계에서 정치특권 개혁이 기다리고 있었다. 350년 이상 유지되어 온 4원제 의회, 즉 교회원로원, 귀족원, 시민원, 농민원으로 구성된 의회 체제를 개혁할 수순이었다. 1866년 교회원로원은 폐지하면서 성직자들의 정치개입을 배제했고, 귀족원은 폐지하지만 간접선거로 선출된 상원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았으며, 시민원과 농민원은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으로 구성하는 하원으로 통합했다. 법안과 예산안은 양원에서 찬성해야 통과할 수 있도록 균등하게 권한을 분산했다. 4원제를 양원제로 개혁하면서 세습권력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이전까지 고급장교, 외교관, 정치인, 고급관료 들은 귀족의 독차지였지만, 개방형으로 전환하면서 누구든 최고 위치까지 올라갈 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특권을 향유했던 귀족들의 반발은 컸다. 루이스 데예르(Louis De Geer) 당시 총리의 지도력과 협상능력, 시대의 변화를 꿰뚫는 통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5년 이상의 준비기간, 개혁안 제출 후 2년 이상의 설득과 협상기간 동안 귀족원의 두 번에 걸친 반대투표 후에야 교회원로원과 귀족원의 찬성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 모든 개혁을 이루는데 소요된 30년 동안 3명의 국왕, 3명의 총리가 교체되었다. 이렇게 빠른 기간 동안 압축적 개혁을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계몽군주 들이었다. 민주화 이전 모든 먹이사슬 구조를 동시에 제거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국왕 스스로가 권력을 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행정 권력을 행정부에 넘기고, 예산권과 입법권은 의회로, 그리고 사법권은 법원으로 넘겨주며,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이양함으로써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은 것을 시작으로, 귀족, 성직자, 관료의 모든 특권이 한 세대 안에 제거되었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실력위주로 신세대가 채워지면서 국가조직에 새로운 피가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신세대가 자라날 시간이 필요해서다. 특권을 폐지할 때 중앙과 지방에서 활동할 정치인, 관료, 외교관, 장교, 법관 등의 직업군이 키워져 투입되는 시간은 적어도 20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오스카 1세, 칼 15세, 루이스 데예르 [사진=위키미디어공용]

부패청산을 위한 조건

스웨덴의 부패청산 성공모델은 위로부터의 개혁모델이다. 기득권자들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새로운 국가재건에 동참을 한 것이다. 지방 상권을 잡고 있었던 길드조직을 폐지해 지방조직 세력을 국가의 통제 하에 두었던 것도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경제자유화와 시장경제의 시작은 기업창업이 자유롭도록 주식법이 새로 제정되면서 가능했다.

로스타인 교수가 빅뱅이론에서 지적한 대로 이 모든 개혁은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신속하게, 전방위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빅뱅이론에서 빠진 것이 있었다. 바로 누가 이 개혁을 주도 하느냐의 문제다. 처음 이 개혁을 주도한 사람은 바로 1844년 국왕에 오른 오스카 1세다. 미국을 다녀와 미국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 1835, 1838)를 집필한 알렉시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과 가깝게 교제하면서 미국과 영국의 민주주의를 깊이 통찰할 수 있었으며, 독일, 프랑스, 이태리를 돌며 강대국들의 통치체제를 체험하고 돌아와 개혁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다. 오스카 1세의 아들 칼 15세는 아버지 뒤를 이어 1860년과 1870년대의 행정개혁과 정치개혁을 완성시켰다. 그들의 뒤에는 걸출한 정치인이 있었다. 루이스 데예르는 두 번의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세 명의 왕을 보필했다. 이 세 사람이 없었다면 스웨덴의 부패개혁은 아마도 실패했을 지도 모른다. 빅뱅이론과 리더십 이론의 결합은 부패척결의 설명력을 높여줄 수 있다.
반부패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반대세력이 다시 힘을 모아 반격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빠른 기간 동안, 총체적 개혁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갈 정치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현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한 세대를 끌고 나갈 수 있는 한 정당이 최고 지도자를 지속적으로 배출해 추진하거나, 정당 간 빅딜을 통해 국가 개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부패가 낮은 국가들의 공통점

부패를 측정하는 5가지 지표, CPI(Corruption Perception Index, 세계투명성기구), CCI(Control of Corruption Index, 세계은행), ICRG(International Credit Risk Guide, 세계은행), EQI(European Quality of Government Index, 예테보리대학 정부의 질 연구소), CI(Corruption Indicators , 예테보리대학 V-Dem 연구소) 등의 국제비교에서 부패가 낮은 나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 국가들은 예외 없이 민주주의의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 낮은 부패는 민주주의의 최고 정점에 오르기 위해 요구되는 핵심 요소다. 민주주의가 잘 구가 되고 있는 나라들 중에서 부패가 높거나 특권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나라는 없다. 부패가 없는 국가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적은 기회비용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공공성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과 같은 복지병이나, 무임승차등도 현격히 낮다. 높은 세금에도 국민저항이 낮은 이유는 부패가 없어 정부를 신뢰할 수 있고, 낸 세금으로 본인 뿐 아니라 자녀세대에서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부패가 낮은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높은 이유다. 합리적 선택이론(rational-choice theory)에서 말하는 집단행동의 딜레마(collective action dilemma)는 부패가 없을 때 사라진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낸 세금으로 다른 사람만 더 큰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불신감 때문에 세금을 면하려고 해외로 도피하거나, 탈세를 선택한다. 제로섬 게임이 아닌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사회모델은 부패가 낮아 신뢰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하다. 실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재들이 배치되기 때문에 국가의 시너지 효과는 최고조에 이른다. 노력한 만큼 기대한 성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의 행복감은 높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부패가 만연되면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가 된다. 상대방을 믿을 수 없으니 기회비용은 더 커지고,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접근하려고 다양한 부패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아무리 해도 안 되니 상대적 가치박탈과 양극화는 더 커진다. 가진 자 중심의 사회가 되고 갑을 관계는 고착화 된다. 결국 특권이 문제다. 부패척결은 특권을 없애는 특효약이다. 반대로 특권 철폐 없이 부패는 절대 청산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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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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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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