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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수은 대외채무보증 확대' 재추진…2년전 '제식구 챙기기' 재탕

기사입력 : 2023년01월09일 15:48

최종수정 : 2023년01월09일 16:26

수은 보증비율 인수금액 35→50% 확대 추진
2021년 文정부시절 '꼼수 추진' 논란에 보류
수은-무보 업무 중복…불필요한 경쟁 우려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기획재정부가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확대를 강행하면서 무역보험공사와의 '업무 중복'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시절 기재부가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꼬리를 내린 바 있다. '허위자료 논란'이 일자 '해외수출 활력 제고 및 고도화 방안'(2021년 7월 5일 발표)에서 해당 내용을 슬그머니 삭제하고 없었던 일로 했던 것(아래 표 참고). < 관련기사 : [단독] 도둑이 제발 저린 기재부…'수은 보증확대' 허위자료 논란에 증거인멸 >

무엇보다 수은과 무보의 업무가 중복되면서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수출지원 기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기재부, 또 '제식구 챙기기'…이유는 근거없는 '해외수주 실패'

기획재정부는 9일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에 대한 제도개선을 담은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수은은 현행 법령상 대출과 연계해야만 대외채무보증에 나설 수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예외 조항이 신설, 현지통화로 사업을 수행하는 경우에 대출과 연계하지 않고 대외채무보증 지원이 가능하다. 

또 수은이 연간 보증할 수 있는 대외채무보증 총금액 한도를 '무역보험법'에 따른 보험으로 연간 인수하는 총금액의 50%로 확대한다. 기존에는 35% 수준이었으나 이번 조치를 통해 우리나라 수출·수주기업의 대외채무보증 수요에 맞출 수 있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본사 전경 [사진=수출입은행]

기재부는 수은의 대외채무보증이 연평균 10억달러 이상 증가할 뿐더러 자금 수요가 급증하는 방산·원전 분야에 대외채무보증이 적극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는 올해 1분기 중 공포·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수출업계가 보이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당초 기재부는 2021년 7월 5일 '해외수주 활력 제고 및 고도화방안'을 발표하며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확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기재부는 무보 연간보험 인수금액의 35%로 제한돼 있던 수은 대외채무보증 총액제한 비율을 50%로 확대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러면서 낮은 총액제한비율로 121억달러 규모의 해외수주가 무산됐다는 점을 근거로 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무보 노동조합측은 "환경문제로 사업 추진이 중단되거나 사업성 부족 때문이지 금융지원 부족에 따른 수주 실패가 아니다"라고 강경하게 반발했다.

'허위자료 논란'이 일자 기획재정부가 슬그머니 삭제한 '해외수출 활력 제고 및 고도화 방안'(2021년 7월 5일 발표) [자료=대한민국정책브리핑 누리집] 2022.01.06 fedor01@newspim.com

◆ 무보 노조, 수은법 개정안 강하게 반대…논란 확산

이번에도 무보 노조는 입장을 내놓고 수은법 개정안 강행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와 관련 노조측은 입법 예고된 개정안에 대해 기존의 반대 의사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무보 한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 반발하고 있고 보다 강경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재부와 수은이 새 정부의 방위산업과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힘을 쏟겠다는 명분을 제시했으나 업계에서는 재정당국의 자기 식구 챙기기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실제 수은의 경우 기재부 산하 금융기관이며 무보는 산업부에 소속된 금융기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돈줄을 쥐고 있는 기재부가 산하 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각 기관의 성격이 다른데 이제와서 비슷한 업무를 맡긴다면 결국 양 기관간 출혈경쟁을 유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의왕=뉴스핌] 윤창빈 기자 = 경기 의왕시 의왕ICD 제2터미널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2.12.06 pangbin@newspim.com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기재부의 기대효과와는 달리 수출업계 현장에서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확대하는 것이라는 비난도 들린다.

기존 무보의 보증업무를 일부 떼어내 수은에 맡기는 만큼 무보가 보증해주고 있는 중소기업에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될 수 있어서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무보만 보증업무를 통해 얻은 수익을 중소기업의 적자를 메우는 데 쓴다"며 "결국 무보의 수익이 줄어들면 앞으로 중소기업의 무역보증료의 인상이 불가피해 피해는 중소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부 내부에서는 수은의 보증 업무에 대한 역량이 향상됐다는 기재부의 인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 개정안은 부처간 협의를 통해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며 "이와 관련 각 기관이 보증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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