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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외가 더 걱정하는 韓저출산 문제, 돈풀기론 안 된다

기사입력 : 2022년12월14일 07:00

최종수정 : 2022년12월14일 07:00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81명으로 세계 '꼴찌'다. 지난 3분기(7~9월)에는 0.79명으로 떨어져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최근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인데 한국은 "미국 1.6명보다 낮고, 일본 1.3명에도 못 미친다"며 "이는 연금체제를 지원하는 노동인력 부족에 직면한 고령화 국가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CNN방송이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방송은 한국 역대 정부가 지난 16년간 2000억달러(약 260조원)란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근본적인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청년들이 가정을 꾸리거나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높은 부동산 가격과 교육비 등 경제적인 요인들 때문"이라며 지원금은 일차원적인 접근이고, 지속가능한 자녀 양육을 위한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이 양육에 대한 부담이 한국의 출산율을 세계 최저로 몰다' 제하의 9월 14일자 분석기사에서 "한국에서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그 어떤 선진국들보다 비싼 값을 치른다"고 전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한국 부모가 0~24세까지 자녀 교육에 들이는 비용은 6.2년치 연봉에 맞먹고, 이 중 사교육비에 드는 비용이 42%나 된다. 블룸버그는 신한은행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기준 한국 가정의 평균 자녀 교육비는 약 840만원이었고 상당 부분이 '학원'(hagwon) 지출이었다고 소개했다.

서방에서 생소한 '학원'을 영어로 발음되는 그대로 소개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사교육에 각별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난달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한 정창렬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는 아이들은 이르면 만 2~3세부터 사교육을 받는다"며 "부모의 자산과 사교육 지출이 아이들의 성취와 미래 연봉을 결정 짓는다는 말이 나오는데,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부부는 아이를 낳는 것을 마치 죄를 짓는 듯하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자녀 교육비 이전에 '내집 마련' 부담도 크다. 블룸버그가 한국 통계청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서울 평균 집값은 18년치 평균 연봉과 맞먹는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서울 평균 집값이 10년치 연봉 수준이었을 때 합계출산율은 1이 넘었다.

사회적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사회에서 교육받는 여성이 늘고, 고물가에 맞벌이 부부가 상당하지만 가정 일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굳은살처럼 박였다는 설명이다.

범유럽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CEPR)에 따르면 한국 여성은 집안 일과 장보기와 같은 비급여 활동을 남성보다 4.4배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과 터키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25~39세 한국 여성의 경력단절률의 경우 OECD 국가 중 1위인데, 이는 "자녀 양육 및 집안일을 병행해야 하는 직장인 여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남녀 급여 차이도 2020년 기준 연봉 중간값 기준 31.5%로 30년 연속 OECD 국가 1위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The glass-ceiling index) 역시 한국이 조사 대상 29개국 중 꼴찌다. 이는 평가를 시작한 지난 2013년 이후 10년 연속 최하위다.

가정을 이루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통념도 깨졌다. 가디언이 인터뷰한 신혼 여성 최모 씨는 자신은 자녀 계획이 없다며 "내 인생과 남편과의 생활이 우선이다. 우리는 함께 즐거운 생활을 원한다. 사람들은 아이가 있어야 진정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지난해 한국의 1인 가구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40%를 찍었고, 같은 해 혼인 건수는 19만3000건으로 직전 년보다 9.8% 감소했다며 "한국에서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니다. 특히 개인 자유를 우선시 하는 여성이 자의적으로 결혼을 배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는 왜 이토록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에 관심일까. 사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선진국들이 공통으로 떠안은 숙제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 미만인 국가에 거주하는 인구는 세계의 약 60%. 오는 2050년에는 유럽 국가의 절반 이상이 인구 감소를 경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해법이 묘연한 가운데 아시아 선진국의 정책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미 시장전문매체 더스트리트는 한국이 "글로벌 기업들의 모국이자 최근에는 'K-콘텐츠'가 눈길을 사로잡았다"며 "몇 년 후 한국에 이러한 혁신의 전통을 계승할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는다면?"이란 질문을 던진다.

우리 정부는 재차 '돈풀기'에 나섰다. 13일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만 0세에 월 70만원, 만 1세에 월 35만원을 지원하고 시간제 보육과 아동돌봄서비스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제4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기존에 0~1세 아동 가정에 지급된 월 30만원의 아동수당을 신설된 '부모급여'로 통합, 지원 액수를 확대한 것이다. 오는 2024년부터는 0세 월 100만원, 1세 월 50만원까지 오른다.

비록 영유야 양육 지원금은 그 자체로 출산 장려로 이어진다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한국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과 관련해 "양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제 일시적인 지원금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할 때다. 정 교수는 "아이들이 우리 세대보다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wonjc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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