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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수장고…박물관 개방형 수장고 전시, 관람객과 더 가까이

기사입력 : 2022년12월02일 17:29

최종수정 : 2022년12월27일 11:32

국립현대미술관, 국내 미술관 최초 수장고 개방 전시
국립민속박물관, 지난해 파주 수장고 개관…특별전 기획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수장고(收藏庫)는 귀한 것을 고이 간직하는 창고라는 뜻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수장고는 전시 전 유물과 작품을 보존하고 보관하는 공간이다. 수장고는 유물의 보존을 가장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 조절이 관건. 그래서 누구에게나 쉽게 개방할 수 없는 닫힌 공간으로 통했다.

국립중앙박물관만 해도 지난 2018년 수장고를 공개했을 때 대단한 관심을 받았다. 2005년 10월 이후 13년 만에 언론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수장고가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며 관람객과 공유되고 있다. 수장고의 굳게 닫힌 문이 열리면서 관람객과의 거리도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1층 수장고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2.12.02 89hklee@newspim.com

국내서 가장 먼저 개방형 수장고 전시를 선보인 미술관은 2018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다. 이곳의 공식 명칭은 '국립미술품수장센터'다. 본래 청주관은 포화 상태인 서울, 과천관의 미술품을 이전해 수장고 기능을 할 예정이었으나 지역 주민들이 기관에 전시 기능을 요청하면서 청주관은 기획전시실과 개방형 수장고 등을 운영하고 있다. 청주관은 개관 100일 만에 7만여 명이 찾는 등 화제를 모았다.

청주관엔 '개방형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가 모두 있다. 1층에 4m 높이의 '개방형 수장고'가 마련돼 있는데 이곳은 특별한 주제와 상관 없이 작품을 보관하면서 전시하고 있어 누구나 부담 없이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다. 온도와 습도에 예민하지 않은 공예, 조각품들이 주로 전시돼 있다. 또 3층에 위치한 '보이는 수장고'인 미술품수장센터 미술은행에는 다양한 현대미술작가들의 회화가 펼쳐진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개방형 수장고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2.12.02 89hklee@newspim.com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세계적인 미술관·박물관의 개방형 수장고 전시가 활발한 점을 착안해 개방형 수장고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수장고는 이제 단순히 폐쇄형이 아니라 개방형로 바뀌고 있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라며 "청주관의 개방형 수장고 전시장의 경우 스위스 바젤의 샤올라거, 프랑스 루브르 랑스 등을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미술관의 개방형 수장고 전시 사례를 보면 전체를 다 수장고형으로 두는 곳도 있고, 부분적으로 한층 정도만 수장고 형태로하는 경우도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7월 국립민숙박물관 파주도 포화 상태에 이른 서울관의 수장고와 유물 자료를 보관하기 위해 파주로 수장고를 이동시켰다. 애초부터 '열린 수장고'와 '보이는 수장고' 개념을 결합한 '개방형 수장고'를 지향하는 시설인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박물관이 보유한 유물과 자료 중 약 80%를 관리하고 있다. 개방형 수장고에는 도·토기류, 석 재질의 유물을 주로 선보이고 목가구는 수장고 내부 공간처럼 꾸며 전시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수장고 산책:유리정원' 전시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2.12.02 89hklee@newspim.com

민속박물관 파주는 수장고 시설의 개방을 넘어 박물관의 '지식과 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하며 활용하는' 개방형 수장고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개방형 수장고에 특별전을 기획해 관람객과 공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별전은 해설을 통해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개방형 수장고만의 새로운 관람 방식을 채택했다.

김종태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유물을 공개하는 개방형 수장고 형태"라며 "개방형 수장고에 스토링텔링을 입혀 특별전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개방형 수장고는 유물을 바로 볼 수 있다는게 이점이다. 우리 박물관은 전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해당 유물을 구분해 놓아 전시를 구성하는데, 해설사가 안내하고 유물에 대해 설명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며 "해설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큰데 해설사가 있으면 유물 정보에 대한 전달력이 더 좋다"라고 설명했다. 해설은 하루에 4회 정도 진행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수장고 산책:유리정원' 전시 [사진=국립민속박물관] 2022.12.02 89hklee@newspim.com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1일부터 내년 2월26일까지 수장고 산책 겨울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이번 전시는 파주관 개관 이후 두 번째 시도하는 개방형 전시다. '수장고 산책:유리정원'은 개방형 수장고 내 보관된 도토기·석 재질의 유물 가운데 식물 문양으로 장식된 것들을 주제로 묶어 해설사와 함께 돌아보는 새로운 형태의 수장형 전시 프로그램이다. '수장고 산책:유리정원'에는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6개의 열린 수장고를 정원으로 꾸몄다. 선비의 기개를 상징하는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를 비롯해 부귀와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모란, 국화 등 식물 문양 소장품 70여점을 선보인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미술관, 박물관의 개방형 수장고 전시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홍경한 평론가는 "수장고가 과거에 금지된 공간이었다면 현재 개방하면서 대중과 접점을 도모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관의 문턱을 낮춘다고 해도 답보 상태에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정도였는데 수장고 전시를 여니 관람객의 반응이 좋다"며 "외국에는 개방형 수장고 전시가 많지만 국내에는 차츰 생기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시도 그렇고 이러한 전시는 신선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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