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아시아나 합병 까다로운 심사 직면한 대한항공, 글로벌 경쟁당국 설득할까

기사입력 : 2022년11월16일 16:10

최종수정 : 2022년11월16일 17:20

미국 심사 강화에 이어 기간 연장…연내 결론 불분명
추가 경쟁제한 완화요구할까…EU·영국·중국도 복병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미국의 심사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양사 합병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이 잇따라 까다로운 심사를 선언한 셈이어서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 설득을 위해 더 많은 양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 절차를 강화한 데 이어 심사 일정까지 연장하기로 한 미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일부 슬롯을 포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른 미국, 영국 외에 유럽연합(EU), 중국 등 까다로운 심사가 예상되는 국가도 줄줄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미국, 독점노선 외 추가 슬롯반납 요구 가능성…주요 슬롯 포기 조언도

16일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DOJ)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결론을 15일(현지시간)까지 내리기로 했던 일정을 미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애초 미 법무부가 심사를 언제까지 결론 내겠다고 못박은 것은 아니다"며 "사안이 크고 관련 인터뷰가 지난주에 마무리 돼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심사 절차가 늦어지는 것은 미국이 두 항공사 합병 영향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은 양사 합병을 '간편'에서 '심화'로 강화하는 '세컨드 리퀘스트'를 적용했다. 이 절차에 따라 8월 심사자료 제출 후 75일 내로 결론이 날 거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미 법무부는 추가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유럽연합(EU)를 제외하고 합병시 독과점 노선이 가장 많아지는 국가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인천~LA·뉴욕·시애틀 3개 노선이 양사 합병으로 독점이 된다. 슬롯의 절반을 다른 항공사에 넘겨 통합 항공사 점유율을 50% 이하로 낮춰야만 최소 합병 요건을 갖춘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던 대한항공의 기대가 사실상 퇴색된다는 의미다. 

독점이 아니더라도 합병 기준 50% 이상 점유율을 가진 노선도 경쟁제한성을 낮춰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인천~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에서 통합 항공사가 각각 69%, 83%의 슬롯을 운영하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 경쟁당국 역시 합병 기준 50% 이상 슬롯을 보유한 노선 반납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낸 바 있다. 한국 공정위 판단 외에 추가로 미국, 유럽 등이 슬롯, 운수권 반납을 추가로 요구하면 합병에 따른 시너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와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이 미주 노선 운항을 확대하면 미국 노선의 경쟁 제한을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이 자국 항공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심사를 연장한 만큼 추가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항공이 주요 슬롯을 포기해야만 합병 심사를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대한항공이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해 일부 슬롯을 포기하면 뉴욕, LA,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노선 점유율이 하락할 거라고 전망했다. 다만 인수 후 통합 항공사 점유율은 50%를 넘을 거라고 내다봤다. 당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합병이 대한항공에 수혜가 될 거라는 의미다.

◆ EU 외에 새로운 복병으로 떠오른 영국…'재무불안' 아시아나 합병해도 문제

미국 이외에 영국과 EU도 만만치 않은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된다. 경쟁 제한성 완화를 위해 신규 항공사의 진입을 요구한 미국, EU, 영국, 호주 가운데 호주만 유일하게 경쟁 제한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호주 항공사인 콴타스와 제트스타가 곧 시드니 직항노선 운항을 시작할 거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EU 경쟁당국은 그 동안 항공사 간 합병을 가장 까다롭게 심사해왔다. 지난해 캐나다 1, 3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샛의 합병을 반대해 기업결합을 무산시켰고 스페인 1위 항공사 이베리아항공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 IAG(International Airlines Group)의 스페인의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 인수도 불허 결정을 내렸다. IAG는 EU 방침에 따라 합병에 따른 시정 점유율을 낮출 수 있도록 신규 사업자 2곳을 확보했지만 EU 경쟁당국을 설득하지 못했다.

영국도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영국 시장경쟁청(CMA)은 양사 합병으로 항공권 가격이 오르고 서비스는 저하될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인천~런던 직항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게 운항하고 있어 고객들은 경유 항공편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CMA는 설명했다. 항공화물 역시 경쟁이 제한돼 물류비가 증가할 거라는 입장이다. 영국의 버진애틀랜틱이 인천~런던 노선 취항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영국 총리의 잇따른 교체 등 내부 혼란을 고려하면 심사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도 자국기업 보호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국은 단일국가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18개 노선에서 경쟁제한성을 검토받고 있다. 한중 관계가 합병 심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만큼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완전자본잠식을 겨우 면할 만큼 재무상황이 악화한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으면 자칫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려도 나온다. 만약 대한항공이 각국의 합병심사 가운데 한 국가에서라도 심사가 불허되면 합병은 무산된다.

반면 대한항공은 지난 3월까지 자문사 선임비용으로 350억원을 지출하는 등 각국의 합병심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며 "향후 심사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잘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앞서 작년 1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한국, 태국, 터키, 베트남, 대만 등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했고 이 중 미국, 영국, EU, 일본, 중국의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미국은 이달 말 추수감사절 이후 사실상 휴가시즌에 접어들어 올해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EU, 일본, 중국도 내년 초에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합병 일정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unsaid@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돌연 취소된 '2+2 통상협상' 왜?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25일(현지 시각) 미국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재무·통상 협의'가 돌연 취소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 대표단에 '양해'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지만, 외교상 결례에도 불구하고 협의를 미뤄야 했던 배경에는 한국 협상단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경 이메일로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취소를 통보 받았다. 이날 오전 구 부총리는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당시 인천공항 대기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이 같은 사실을 오전 9시 30분께 언론에 공개했고, 구 부총리는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전 9시 50분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날 회의가 취소가 된 배경에 대해 기재부 측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긴급한 일정'에 대한 설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측이 이메일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협상 관련 구체적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과의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등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스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난다. 하지만 양국 경제·통상 수장이 구체적 이유 없이 협의를 돌연 취소한 배경으로 한미간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아니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으로 출국한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지만, 고위급 협상에 진전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1000억달러(약137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에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보다 먼저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짠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5500억달러(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약속하고 미국과의 상호관세 15%부과에 합의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2+2 통상 협의가 연기된 24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국 직전 취소 소식을 듣고 인천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2025.07.24 yooksa@newspim.com 다만 한국 정부가 제시할 투자 규모에 미국 정부가 만족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최근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공개한 일본 대표단과의 협상 사진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대미 투자액을 상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액이 나온다. 애초 일본이 제시한 투자액 4000억달러는 펜으로 그어져 있고, 그 위에 5000억달러라는 숫자가 써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일본의 대미국 투자액은 5500억달러라고 공개했다. 협상액보다 500억 달러가 높아진 셈이다. 촉박한 협상 일정을 무기 삼아 미국이 비관세 영역도 손보려는 의도가 아니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미국 무역대표부의 비관세 장벽 보고서(NTE)에서도 한국의 방산·통신·원전 분야를 지적했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과 통신은 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라는 측면에서 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wideopen@newspim.com 2025-07-24 18:42
사진
특검, 한덕수 자택·총리공관 압수수색"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내란특검팀이 24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국무총리실은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특검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날 한덕수 전 총리 자택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에서 조사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7.02 leehs@newspim.com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고도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한 전 총리 등을 다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검토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sheep@newspim.com 2025-07-24 13:5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