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연구원으로 발령…불리한 조치"
'취재비 미지급' 근로기준법 위반도 유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내 성추행 피해 신고를 한 기자를 부당하게 인사 발령하고 불이익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언론사와 대표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희근 부장판사는 31일 근로기준법 위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진 머니투데이 법인에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원 로고. 2020.03.23 pangbin@newspim.com |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회사 기자로 근무하던 피해자를 사내 연구원으로 발령한 것은 사실상 기자로서의 지위를 박탈하는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조치"라며 피해자에 대한 직무재배치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머니투데이에서 기자를 연구원에 전보한 사례가 없는 점, 피해자가 고충처리위원회 신고 이전 징계 처분을 받은 바가 없고 오히려 기자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온 점, 연구원 전보에 앞서 피해자와 사전협의를 거치거나 피해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이후 인사권자인 박 대표가 부당한 전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는 등 위반행위를 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박 부장판사는 또 이 과정에서 회사가 기자들에게 지급하는 취재비를 피해자에게는 주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취재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임금에 해당하고 피고인 회사의 취업규칙상 피해자는 취재조사비 지급대상인 정기자에 해당한다"며 박 대표에게 취재비 미지급의 고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대표가 부사장 등에게 피해자에 대한 직무배제와 근태관리 강화를 지시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부분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상사로부터 사내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A기자를 상사와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부서 연구원으로 전보하고 A기자에 대한 근태관리를 강화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는다. 또 A기자에게 20개월 동안 총 400만원의 취재비를 지급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2016년 머니투데이에 입사한 A기자는 2018년 사내 고충처리위원회에 상사인 B기자에 대한 성추행 문제를 신고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서울노동청은 머니투데이에 B기자를 징계하라고 시정명령했고 이에 불복한 머니투데이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머니투데이와 박 대표를 벌금 500만원에 처해달라고 약식기소했으나 법원은 정식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 공판에 회부했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