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법원·검찰

속보

더보기

[기고]독일 로스쿨 제도가 실패했다? '소설'입니다

기사입력 : 2022년10월12일 09:15

최종수정 : 2022년10월12일 09:15

김기원 변호사

지난 9월 29일 안민석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고소득층(9~10분위) 학생 비율이 45%였다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 '로스쿨이 특수하게 설계된 제3의 잘못된 제도'라고 하는 듯한 인식이 아직도 상당하며, '대륙법계 국가인 독일에서는 로스쿨이 실패했었고, 한국도 대륙법계 국가이므로 로스쿨은 안 맞는 제도다'라고 하는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김기원 변호사 [사진=한국법조인협회] 2022.06.08 peoplekim@newspim.com

독일에서 로스쿨 제도가 실패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사실이 아닙니다. 독일은 과거나 현재나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70%가량이며 법학과(로스쿨) 졸업자만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로스쿨 제도였습니다. 심지어 독일은 변호사시험 이론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법학과 졸업장조차 나오지 않고 고졸로 학교에서 쫓겨나, 변호사가 아닌 법대졸업자를 의사가 아닌 의대졸업자만큼 찾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독일이 도입했다가 1980년대 비용 상승으로 포기한 제도는 이론교육과 실무교육을 모두 로스쿨에서 하려고 했던 '1단계 양성제도'였습니다. 독일은 1단계 양성제도가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된다고 보아, 다시 학교에서는 이론 중심의 교육을 하는 '2단계 양성제도'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나라 로스쿨도 현재 독일과 유사한 '2단계 양성제도'입니다. 이를 두고 '독일은 로스쿨을 도입했다 실패하고 고시로 돌아왔다'는 소설에 가까운 소문이 10여년 전 우리나라에 퍼졌고 아직도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로스쿨 제도' 같은 단어는 없다

고시제도는 일본제국이 1800년대부터 시행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고시제도 폐지 논의가 있었고, 결국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법과대학원(로스쿨)과 신사법시험(변호사시험)이 도입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하게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과 변호사시험이 도입되었고, 2017년 사법시험은 폐지되었습니다.

로스쿨을 '대학제도'도 '고시제도'도 아닌 제3의 독창적 '로스쿨 제도'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같은 것은 없습니다. 로스쿨은 전통적이고 평범한 공교육 대학제도입니다. '로스쿨제도의 장·단점'과 대학제도의 장·단점은 대동소이합니다. '국문과 제도' '물리학과 제도' 같은 용어가 없듯이 '로스쿨 제도' 같은 단어가 구분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다수의 국민들에게 합리적 교육과 삶의 길을 주는 공교육 대학제도

공교육 대학제도에 따른 대학 입시, 회사 입사전형은 대량의 낙오자 없이 사회구성원들의 성취에 맞추어 다양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합리적 구조입니다. 공교육제도에 따른 입시·입사 전형은 '주제 파악을 못하고' 특정대학이나 회사의 입시·취업에 도전했다고 심각한 실패를 겪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취업처별로 장기간의 맞춤형 수험학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과정에서 누적된 성취('스펙'으로 폄하되는)를 평가하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명문대학 입시에 장기간 도전하다 좌절하는 소수의 사례를, 대학제도의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길을 잃고 좌절하는 대량의 실패자를 반드시 만들어내는 불합리한 고시제도

고시제도는 장기간 누적된 공교육과정에서의 성취를 고려하지 않으므로, 장기간 학원 등에서 시험의 유형에 맞춘 수험생활을 거쳐야 합격할 수 있습니다. 고시제도는 사회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적절한 교육과 동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획일적 수험만을 요구합니다. 소수의 합격자를 선발하고 나머지 대다수의 불합격자를 버리면 '간편하고 논란이 없다'하다는 편의주의에 의해 생겨난 제도입니다.

결국 고시 응시자의 상당수는 '주제 파악을 못하고 꿈을 꾸었다는 죄로' 필연적으로 소수의 합격자 뒤에는 더 할 것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좌절하거나, 갈 곳이 없어 재도전을 반복하는 낭인이 다수 생겨, 극한 절망과 불행에 빠지며 처참한 실패를 감내해야하는 불합격자가 대량으로 생깁니다. 이는 일본제국이 메이지유신 이후 급조한 조악한 채용 방식이며, 다수의 국민에게 합리적 교육을 통한 원만한 삶의 길을 주는 근대적 교육제도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근대적 공교육제도의 합리성

현대사회의 성취, 과학, 제도, 사회의 발전은 학교와 학자들이 갖는 자유주의적 창의성을 존중하며 획일성을 피하는 공교육 제도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공교육제도를 운영한 서구는 빠른 근대화를 이룩했습니다. 과거제도에 집착한 중국과 조선은 패망하고 서구식 공교육제도를 받아들였습니다.

'합격률 3%의 고시제도'를 병행하기보다는 일관된 공교육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합리적인 과정으로 공급하고, 학문·기술·사회를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방법일 것입니다. 고시제도는 일본 예비시험이 보여주듯 젊고 부유한 명문대 출신들에게 더 많은 합격 기회를 줄 뿐입니다. 통계는 공교육제도인 로스쿨이 학점은행제 출신, 경제적 취약계층, 장애인, 탈북자 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었음을 보여줍니다.

로스쿨이 불공정하다는 비판에 대한 대안 - 입학시험 성적만으로 선발하는 정시전형 도입

공교육제도인 로스쿨은 다른 학과의 방식을 참고해 개선이 가능합니다. 고시제도의 폐해를 없애면서도, 로스쿨을 비판하는 의견 중 일리있는 것을 조합하여 로스쿨 입시·제도의 개선안을 제안해보았습니다.

로스쿨은 법학적성시험, 면접, 학점, 외국어능력, 이력, 자기소개서 등 과거와 현재의 종합적 성취를 모두 고려해 학생을 선발합니다. 이는 대학입시의 수시·학생부종합전형과 비슷합니다. 이는 주관적인 요소를 점수로 평가하는 정성평가가 개입되므로, 불공정할 여지가 있습니다.

입시·인사 제도는 '절대 불공정하지 않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공정 여지에 대한 비판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대학입시의 정시전형과 같이 로스쿨도 법학적성시험 성적만으로 학생을 일정비율 이상 선발하는 정시전형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경제적 약자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에 대한 대안 - 학석사연계과정 도입

우리나라의 로스쿨은 다양한 전공·경험을 가진 자를 변호사로 양성한다는 기치에 따라 석사과정만을 운영합니다. 이는 미국·일본·한국 외의 국가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는 방식입니다. 석사과정에만 로스쿨 과정을 두면, 고등학생의 입장에서 장래예측이 어려워, 로스쿨 진학시도를 실질적으로 주저하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의대 등은 고졸자에게 조기에 장래의 지위를 보장하고 예측가능성을 주므로, 등록금이 비싸고 6년이나 다녀야 한다는 이유로 진학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것과 비교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석사과정에 로스쿨을 두는 취지를 혼합하여, 학석사연계과정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학사과정 학생 선발시 '장래 로스쿨 석사과정 진학을 대학교 1학년에게 바로 보장하는' 지위를 주는 것입니다.

21세기에 맞는 공교육 개선의 필요성

지금은 구시대의 고시제도나 전통적 공교육제도가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형태로 논의·채택되어 22세기까지도 쓰일만한 공교육제도의 구조적 개선과 혁신을 제안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공교육 제도를 합리화하여 보다 21세기에 어울리는 교육을 제공하면서도, 공정하게 인재를 선별할 수 있는 정교한 교육제도에 대하여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

 

김기원 변호사 법무법인 서린

한국법조인협회 회장(변호사시험 5회)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폭염에 '온열질환자' 속출…환자 425명 [세종=뉴스핌] 신도경 기자 = 지난 30일 서울 전역에 첫 폭염주의보가 시작되면서 올해 온열질환자가 400명을 넘었다. 1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29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425명으로 사망자는 3명에 달했다. 온열질환은 더운 날씨로 인해 열탈진, 열사병, 열 부종 등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40도 이상의 고열이나 현기증, 두통, 오한 등이 나타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전역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마장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뜨거운 햇볕을 피해 걷고 있다. 2025.06.30 yooksa@newspim.com 기상청은 지난 30일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과천, 성남, 구리, 화성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경기도 가평, 광주는 폭염주의보가 폭염경보로 격상됐다. 1일에도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0도, 강릉 35도, 대전 32도, 광주 35도, 제주 31도로 더운 날씨가 계속될 전망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온열질환자 수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5월 15일부터 5월 31일까지 온열환자 수는 62명으로 사망자는 없었다. 이 기간 중 하루 최대로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21명이다. 반면 지난 28일에는 하루 최대로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가 52명으로 늘었다. 지난 1일부터 29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 수는 361명으로 사망자는 3명에 달하며 급증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연령별 현황에 따르면 온열질환자는 대부분 고령층에서 발생했다. 60대가 78명(18.4%)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70명(16.5%), 30대와 40대는 각각 61명(14.4%)으로 집계됐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직업은 미상을 제외하고 단순 노무 종사자로 68명(16%)에 달했다. 농림어업숙련종사자 40명(9.4%), 무직 39명(9.2%) 순으로 나타났다. 열탄진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222명(52.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열사병 85명(20%), 열경련 61명(14.4%), 열실신 53명(12.5%)이다. 하루 중 온열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한 시간대는 오후 4∼5시(13.6%)다. 오전 10∼11시(11.8%), 오후 3∼4시(11.5%) 등의 순이었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을 자주 마시고 시원한 곳에서 지내야 한다. 더운 시간대의 활동을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체온 조절이 원활하지 않은 만성질환자, 어린이, 어르신은 더위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 육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온열질환은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더운 낮 시간대 활동을 피하는 것만으로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라며 "방치할 때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육 교수는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 온열질환이 발생할 경우 체열을 신속히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옷을 느슨하게 풀고, 찬물에 적신 수건을 몸통에 덮거나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부위에 찬 물병이나 선풍기 바람을 활용해 체온을 낮추는 응급조치가 도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dk1991@newspim.com 2025-07-01 11:24
사진
내란 특검 "5일 오전 9시까지 출석 통지"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내란 특검(특별검사)'이 1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 2차 소환조사 일자를 다시 통지했다. 특검팀이 다시 통지한 일자는 오는 5일 오전 9시다. 박지영 특별검사보(특검보)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이 금일 특검 출석에 응하지 않고 불응했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는 5일 오전 9시까지 출석하라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뉴스핌DB] 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5일 오전 9시 출석하지 않는 경우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전날 윤 전 대통령 측이 제출한 의견서에서 5일 이후 출석에는 응하겠단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만약 그때도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 요건이 다 갖춰진 이상 법원에서도 (체포영장을) 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특검보는 특검이 재통보한 일정에 윤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는 경우 형사소송법상 마지막 단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hyun9@newspim.com 2025-07-01 11:29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