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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혼외자에게 재산 물려준다는 사인증여, 철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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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은 내연녀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출산했다. 갑은 자신이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 미성년자인 어린 혼외자가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제대로 양육될 수 있을지가 걱정됐다. 이에 갑은 자신이 사망하면 혼외자에게 재산을 증여한다는 각서를 작성하여 혼외자의 모친인 내연녀에게 위 각서를 교부했고, 위 각서상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내연녀에게 갑의 부동산에 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그러나 이후 갑과 내연녀의 내연관계는 파탄됐고, 갑은 혼외자를 인지해 법적인 아들이자 상속인으로 인정하면서 혼외자에게 충분한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갑의 혼외자는 갑으로부터 양육비도 받고, 갑이 갑자기 사망하더라도 상속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갑은 갑작스런 자신의 사망을 대비해 혼외자의 양육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사인증여 계약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연녀와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 마당이니 내연녀에게 설정해준 근저당권도 말소시키고 싶다. 하지만 사인증여 계약도 계약인데, 갑의 마음대로 철회할 수 있는 것일까?

사례에서 갑은 혼외자의 대리인인 내연녀와 사인증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해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로서 생전에 미리 계약을 체결하지만 그 효력은 증여자의 사망으로 발생하는 증여다(민법 제562조).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양소라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2022.09.05 peoplekim@newspim.com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양 당사자의 합의로 성립하는 계약이다. 따라서 증여자가 사망 후 재산을 증여하겠다고 수증자에게 청약하고, 수증자가 증여를 받겠다고 승낙해야 성립한다. 사인증여는 수증자의 승낙이 있어야 성립한다는 점에서, 수증자의 승낙 없이 증여자가 일방적으로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의사표시만으로 성립하는 단독행위인 유증(유언으로 인한 증여)과는 다르다.

다만, 사인증여 역시 증여자의 사망 후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유증과 같으므로 민법은 사인증여에도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민법 제1108조는 유언자가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서 유언의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유언자는 자신이 사망하면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유언을 했더라도 그 후 이를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다. 만약 유언 철회 규정이 사인증여에도 준용된다면, 증여자는 사인증여 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를 철회할 수 있게 된다.

이에 관해 명시적인 대법원 판결이 없었기에 ①사인증여는 유증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므로 유증철회 규정을 사인증여에도 준용해 자유로운 철회를 인정하자는 견해와 ②사인증여도 계약이므로, 위 규정을 준용하여 자유로운 철회를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견해가 대립해왔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에서 유증 철회 규정도 사인증여 계약에 준용되므로, 사인증여 계약 역시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민법 제562조는 사인증여에는 유증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고,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유증자는 그 유증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에 언제든지 유언 또는 생전행위로써 유증 전부나 일부를 철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사인증여는 증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이 발생하는 무상행위로 그 실제적 기능이 유증과 다르지 않으므로, 증여자의 사망 후 재산 처분에 관하여 유증과 같이 증여자의 최종적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증여자가 사망하지 않아 사인증여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임에도 사인증여가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적 성질상 철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증의 철회에 관한 민법 제1108조 제1항은 사인증여에 준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갑은 혼외자에게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사인증여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이를 언제든지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다. 갑이 사인증여 계약을 철회하면 사인증여에 기하여 부담하는 채무 역시 소멸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담보하기 위해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역시 존재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갑은 내연녀에게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부존재로 인해 근저당권 설정 등기가 무효라는 이유로 위 근저당권 설정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한편, 위 대법원 판결로 인해 사인증여 계약은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상속수단으로 유증 외에도 사인증여가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그 동안은 피상속인인 부모가 사후에 상속인인 자녀들에게 재산을 어떻게 물려줄지 정함에 있어 사인증여보다는 유언이 많이 활용돼 왔다. 

비록 유증은 민법이 정한 유언의 엄격한 방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부모가 언제든지 유언을 철회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사인증여는 이러한 방식에 구애 받지 않으므로 훨씬 간편하고 쉽게 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계약이므로 자유롭게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아 많이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금번 대법원 판결로 사인증여는 일반적인 계약과 같이 간편한 방식으로 체결할 수 있으면서도, 철회는 자유롭다는 것이므로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활용성이 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양소라 법무법인(유)화우 변호사

-2004년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37기 졸업

-2008년부터 법무법인(유)화우 근무

-법무법인(유)화우 기업송무팀(기업 송무 및 상속, 신탁 등) 파트너 변호사

-'상속의 기술' 출간, 한국가족법학회 및 한국상속법학회 회원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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