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가부 폐지 담긴 조직개편안 공식발표
"지지율 상승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 비판
정책 연속성 저하·협의 과정 비공개 등 문제 제기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가 담긴 정부조직 개편안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했다. 여가부 폐지가 정부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정책을 뒷받침할 근거나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8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윤 정부는 여가부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이를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여성단체들로 구성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저지 공동행동'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2.10.11 youngar@newspim.com |
정부는 지난 6일 여가부를 폐지하고 맡고 있던 정책을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통합‧이관하는 내용이 담긴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정책 등은 보건복지부로 이관되며 부처 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고 여성고용 등은 고용노동부가 맡게 된다.
이날 공동행동은 "윤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정치적 위기 때마다 일부 여성혐오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안과 시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정부 지지율이 20%인 것에 대해 "성차별과 사회적 소수자, 서민을 외면한 국정운영 전반의 실패가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라며 "여가부 폐지를 한다고 지지율이 오를리 없다"고 꼬집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여가부가 적은 예산, 적은 인력, 정상가족주의 등의 협소한 접근으로 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면서도 "독립된 부처로 있어야 그나마 법령 제‧개정, 정책 수립, 예산 편성 등 총체적인 성평등추진사업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가부 폐지 관련 여성단체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10.10 kimkim@newspim.com |
이들에 따르면 개편안에는 여가부가 기존에 맡고 있던 일부 업무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림 사업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류다현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는 "여가부 폐지 논의 과정을 담은 전문가 간담회 회의록, 부처 간 협의 과정 기록이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며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 예산의 2/3 이상을 차지한 가족 정책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한부모가족 지원 사업 정책 집행자, 대상자들과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냐"고 반문했다.
한편 지난 10일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여성단체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여가부와 보건복지부 통합으로 보건복지분야 전반에 걸쳐 양성평등 정책의 집행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간담회 이후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참석자들이 개편안에 대해 긍정적 견을 냈다고 강조했으나 일각에서는 현 정부와 입장이 비슷한 보수성향 여성단체만이 참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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