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위 예산 고작 88억
정원도 31명에 불과
국교위 설립 목적에 따른 운영에 '물음표'
이배용 초대 국교위원장, 교과서 국정화 주도 논란
[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국가의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할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총 21명의 위원 중 19명에 대한 인선을 마치고 오는 27일 출범을 예고했다.
하지만 교육의 정치적 독립을 외치며 출범할 국교위가 출범 초기부터 지명된 위원들의 성향을 놓고 애초 설립 취지를 잃고 이념과 정쟁의 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위원회 규모나 예산이 예상보다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산적한 교육과제에 대한 논의를 제대로 끌어갈 수 있을지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국교위 설립 목적에 따른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교육 발전' 등에 기여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의 이배용 특별고문 [사진 = 당선인 대변인실] 2022.03.24 oneway@newspim.com |
교육부는 22일 국교위 초대 위원장에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지명됐다고 밝혔다.
이날 이 전 총장을 제외한 대통령 지명 위원 4명에 대한 인선이 모두 마무리되면서 국교위는 직제령이 시행되는 오는 27일 출범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 위원 추천과 관련해 소송 중인 교원관련단체 추천 2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문제는 지명된 위원들의 성향이다. 정파성이 짙은 위원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교육정책보다는 정쟁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다.
우선 초대 위원장으로 이 전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특별고문을, 현재는 청와대 관리활용자문단 단장을 맡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발행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자문기구인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을 맡으면서 교과서 국정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와 함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정치권에서의 반발도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과거 교과서 국정화, 친일 등 논란이 있는 인물이 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위원회가 정쟁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유기홍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사실상 정치인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이 전 총장은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선덕여왕에 빗댄 찬조 연설을 한 바 있다"며 "사회적 합의,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위원회인 국교위의 정원과 예산 편성도 논란이다.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직제안에 따르면, 국교위 정원은 31명에 불과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계한 104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장관급 위원장, 차관급 상임위원 2명을 포함 21명의 위원을 둔 위원회를 정상 운영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교육계 중론이다. 유사한 행정위원회인 방송통신위원회 234명, 국가인권위원회 205명, 개인정보보호위원회 163명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재석 261인, 찬성 165인, 반대 91인, 기권 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1.07.01 kilroy023@newspim.com |
턱없이 낮은 예산도 논란이다. 국교위 예산은 국회예산정책처가 추계한 152억의 절반 수준인 88억에 불과하다.
지명된 위원의 전문성과 위원회 내부에서 정치적 잡음이 발생할 경우 이를 조율할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경영학과 교수나 기업 관련 경력을 가진 위원이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장기적 정책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석환 교육부 국교위설립준비단장(기획조정실장)은 "국교위에 주어진 범위 내에서 위원장과 위원들이 충실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어 "(초대 위원장과 관련해) 경력과 전문성 고려할 때 리더십과 교육분야 전문 지식 갖췄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명된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연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국교위 법에 경제·사회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명시돼 있다"며 "이에 따라 전문가가 지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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