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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의 작가' 전원근·박수정·앤디 하우드 3인전 '색면 추상; 빛 너머의 색'

기사입력 : 2022년09월13일 08:13

최종수정 : 2022년09월13일 08:18

30일까지 청담동 비비안초이갤러리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비비안초이갤러리는 회화의 가장 본질적 요소인 색에 중점을 두고 반복된 수행이 축적된 화면을 통해 회화에 시각적 공간과 빛을 담아내는 세 명의 작가, 전원근, 박수정, 앤디 하우드 Andy Harwood 의 3인 전, 《색면 추상; 빛 너머의 색 The Abstract Field of Color; Color Beyond the Radiance》을 개최한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가 전원근, 미국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박수정, 브리즈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호주 작가 앤디 하우드 Andy Harwood, 세 작가는 회화의 기본 구성요소인 점, 선, 면, 그리고, 색이라는 회화의 가장 본질적인 물성에 집중한다.

이들의 회화는 기하학적이거나 또는 유영(游泳)하는 색의 면(color field)으로 구성되는데 절제된 표현으로 형태가 단순하지만 색 면의 반복적인 패턴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최소한의 표현으로 회화에 접근하지만 이들이 창조하는 색은 '색'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갤

색은 세 작가들에게 작가의 감정을 전달하고 빛을 시각화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도구이며 창(窓)이다. 이들은 색을 다른 색, 또는 칼로 흠을 내어 형성한 공간과 결합시켜 색을 빛의 스펙트럼으로 확장시키고 색과 빛이 관람자의 의식과 반응하며 나타나는 공감각적 경험에 대해 탐구한다.

전원근, 박수정, 앤디 하워드 Andy Harwood, 세 작가는 색의 인위적인 조합보다는 색과 색 간의 미묘한 음영의 차이로 형성되는 색의 스펙트럼을 통해 색이 가진 무한한 확장성에 집중한다. 반복적 작업의 창작 과정에서 작가들은 색 면(color field) 간의 수평적이거나 수직적인 분할로 경계를 구분하기보다는 색과 색 사이의 미묘한 음영의 표현을 통해 미디엄(medium) 표면에서 잔잔하게 울리는 색의 진동과 진폭에 중점을 둔다.

수없이 색을 바르고 긁어내고 다시 색을 채우는 과정의 반복은 재료의 물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예술가의 수행의 과정을 화폭으로 전하며 숙연한 정신적 울림을 자아낸다.

1990년대부터 독일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전원근 작가는 '색' 이라는 회화의 근본적인 물성을 이용해 단색의 추상적인 영역과 색의 관계를 탐구하며 절제된 단색화를 작가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확장해왔다. 색은 전원근의 회화의 기본 요소이며 핵심 주제다. 작가는 시간을 두고 색을 수없이 중첩 시킴으로써 회화에 시각적 공간을 창조하고 색의 음영이 창조하는 무한한 빛과 색의 깊이를 담아왔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Won Kun Jun_Untitled _Dot 7_ 2010_ Acrylic on canvas_ 55 x 70CM [사진= VIVIAN CHOI GALLERY] 2022.09.12 digibobos@newspim.com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Won Kun Jun_Untitled 2008_ Acrylic on canvas_ 100 x 130CM [사진= VIVIAN CHOI GALLERY] 2022.09.12 digibobos@newspim.com

전원근 작가는 캔버스에 묽은 아크릴 물감을 스무 번 이상 얇게 덧칠하여 색상을 고르게 분포한 뒤 물과 붓으로 닦아 낸다. 다시 빨강, 노랑 초록, 파랑, 이 네 가지 색을 50 겹 정도 쌓아 올리고 지우는 작업을 반복하는데 이 작업은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리는 수행의 과정이다. 물감이 벗겨진 자국들과 수 겹의 색의 레이어가 서로 겹쳐져 은은하게 발색 되어 자연스러운 빛깔이 캔버스 밑에서부터 우러나온다.

작가는 여러 색의 결합이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또 다른 색이 되는 과정과 여러 겹의 색이 수없이 중첩되며 색의 미묘한 차이들이 만들어낸 명암을 화면에 담는다. 하나의 색이 다른 색과 결합하여 새로운 색의 레이어로 확장되어 색의 형태들 표면에는 광환 (corona) 이 둘러지며 광채 (radiance)를 띠는데 물감을 닦아내고 흔적을 만드는 과정이 이러한 광환 형성의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마치 도자 표면에 맑은 유약을 바른 듯 캔버스 표면에서 은은하게 새어 나온 영롱한 빛은 무한한 시간의 겹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물감을 50번 이상 올리면서 캔버스 가장자리는 물감이 흘러내리고 닦여진 흔적들이 그대로 남는다. 캔버스 옆면은 전원근의 작품 세계에서 상징적인 공간으로, 수행 과도 같은 작업의 과정과 예술가로서의 작가의 사명, 그리고 여러 겹의 시간의 흔적을 제시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Won Kun Jun_Untitled_ Tetragon 10_ 2012-2013_ Acrylic on canvas_ 100 x 130CM [사진= VIVIAN CHOI GALLERY] 2022.09.12 digibobos@newspim.com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하며 활동하는 박수정 작가의 작품은 1960년대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발생한 예술 운동, '빛과 공간', 'Light and Space Movement' 과 괘를 같이 한다. 뉴욕에서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던 1960년대, 미 서부의 작가들은 기하학적인 형태와 빛을 사용하여 '공간감'과 보는 이의 '지각'에 주목하여 옵아트, 미니멀리즘, 기하학적 추상을 발전시켰다. 미 서부의 강렬한 태양은 남부 캘리포니아의 예술가들을 오랫동안 사로잡아왔고 이들은 유리·플라스틱·아크릴과 같은 산업 소재를 이용하며 'Light and Space' 예술을 탄생시켰다.

박수정 작가의 작업은 로버트 아윈 (Robert Irwin), 제임스 터렐 (James Turrell), 래리 벨(Larry Bell) 과 같은 로스엔젤레스 지역의 거장들과 같이 빛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하지만 잉크, 안료와 같은 오래되고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밀도가 높고 표면이 매우 단단한 플락시글라스(Plexiglas) 판 위에 무수한 선을 긋고 선과 선 사이의 비워진 공간에 색을 입힌다는 것은 고통에 가까운 수행의 과정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Soo Jung Park _Prim-Rosas 2022_ Ink, pigments on plexiglas_ 40.64 x 43.18CM [사진= VIVIAN CHOI GALLERY] 2022.09.12 digibobos@newspim.com

박수정 작가는 나이프 (scoring knife)로 플락시글라스 표면에 선을 긋고 사포 (hand sander)로 앞 뒷면을 갈아낸 다음 마모된 표면 위에 잉크와 안료를 문지르면서 색을 입힌다. 작가는 플락시글라스 표면에 마모된 미세한 지형적 변화를 이용하여 세심하게 색을 흡수시켜 투명한 색상에서 보다 채도가 높은 색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의 음영을 만든다.

박수정 작가는 선 과 선 사이에 매번 테이프를 붙이고 색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는 하나의 색 선이 반복되지 않고 제 각기 다른 색을 조합하여 색의 음영을 만들기 위한 작가 만의 고유한 작업 방식이다. 이 때문에 중복되는 색은 없고 같아 보이는 레드 컬러도 실제로 똑 같은 레드가 아니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Soo Jung Park _Maurie 2022_ Ink, pigments on plexiglas_ 33x 43CM [사진= VIVIAN CHOI GALLERY] 2022.09.12 digibobos@newspim.com

플락시글라스 패널의 앞 면과 뒷 면에 그어진 수평선들에 흡수된 안료의 미세한 입자는 플락시글라스의 질감의 흐름 따라 깊이 분산되면서 한층 더 풍부하고 다양한 빛깔을 품는다. 플락시글라스의 불투명한 표면 안쪽에서도 투명도를 유지하는 것은 전통적인 캔버스에서는 만들어 질 수 없는데, 이는 빛이 투과될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워내고 다시 색으로 채우며 재료의 물성을 다루는 작가의 원숙한 숙련의 결과이다.

근거리에서 보면 나이프로 힘껏 내어 그은 날카로운 선이 표면에 드러나며 마치 액션 페인팅처럼 작가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상기시키는데 이는 작품 전체에서 느껴지는 사색적이고 고요하며 명상적인 정서와 대조된다. 이렇듯 자세히 보면 부분적으로 칼로 새겨진 동적 라인들이 도출되며 긴장을 유발하는데 표면에 그어진 수많은 선들은 채색을 위해 만든 공간으로 색과 빛이 결합할 수 있도록 작가가 창조하는 공간이며 에너지와 색의 유기적인 흐름을 터 주는 공간이다.

패널의 가장자리는 비스듬히 사선으로 커팅 (beveled cut)되어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굴절시키고 사방으로 반향 시키면서 무한한 빛의 스펙트럼을 창조한다. 이는 색과 빛의 융합의 효과를 탐구하고 공간과 반응하는 빛이 관람자에게 전달하는 유기적 경험을 도출하기 위한 박수정 작가의 고유한 작업 방식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Soo Jung Park _Cove (diptych #1) 2022_ Ink, pigments on plexiglas_ 38x 45CM  [사진= VIVIAN CHOI GALLERY] 2022.09.12 digibobos@newspim.com

이번 전시에서는 박수정 작가의 싱글 패널 (single panel)과 여러 개의 패널을 함께 배치한 멀티 패널 (multi panel) 작품을 선보이는데 직사각형 패널의 단순한 배열은 미니멀리즘 Minimalism을 대표하는 도널드 저드 Donald Judd 의 작품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색과 빛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와 생동감은 맥시멀리즘 Maximalism 의 화려함과 풍성함 또한 느끼게 한다.

박수정 작가의 작품은 작가 스스로의 감정적 인식의 탐구에서 시작되었지만, 작가는 작품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나 묘사보다는 작품 전반에 흐르는 시적이고 낭만적이며, 평온하고, 단순한 아름다움, 그리고 선과 선 사이의 공간에 의해 유도되는 끝없는 관점의 반향을 경험하라고 전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Soo Jung Park _Hollis (diptych #2) 2022_ Ink, pigments on plexiglas_ 38x 45CM [사진= VIVIAN CHOI GALLERY] 2022.09.12 digibobos@newspim.com

호주 태생의 앤디 하우드 Andy Harwood는 브리즈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15년 이상 시드니, 마드리드, 런던, 오스트리아의 여러 갤러리와 미술관 전시에 참여했다. 특히 2020년에 앤디 하우드의 최근작인 <9 to the Power of 9 (2)> 는 브리즈번 미술관 Museum of Brisbane의 전시인 《Bauhaus NOW》에 포함되며 미술관 큐레이터들과 세계 컬렉터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2004년에 퀸즐랜드 대학 Queensland College of Art 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앤디 하우드 Andy Harwood는 몬드리안 Piet Mondrian, 말레비치 Kazimir Malevich 그리고 조셉 알버스 Josef Albers 에서 받은 영향과 자신의 디자인 전공 배경을 결합하여 작가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확립하였다.

앤디 하우드 Andy Harwood는 기하학적이고 비구상 색 면 (abstract color field)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작가만의 시각적 언어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 《색면 추상; 빛 너머의 색》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작가의 최근작 <Future Rumination 2022> 시리즈의 일부로 추상 기하학이 관객에게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능력에 대한 연구이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Andy Harwood_Portal (Magenta / Ultramarine) 2022_ Synthetic polymer on canvas_102cm x 102cm [사진= VIVIAN CHOI GALLERY] 2022.09.12 digibobos@newspim.com

이 시리즈는 옵아트 Optical Art, 특히 조셉 알버스 Josef Albers의 작품, <정사각형에 대한 경의 Homage to the Square> 에 대한 오마주이다. 리처드 에누즈키에위즈 Richard Annuszkiewicz의 <템플 Temple> 시리즈에 영향을 받은 <Future Rumination> 시리즈는 망막과 뇌의 지각 사이의 기능적 관계를 탐구한다.

하우드는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서 유동하는 인간의 뇌의 감각에 관심을 두고 수학적인 비율을 통해 기하학적이고 비구상의 형태가 전달하는 심리적 효과를 탐구한다. 특히 형태와 구조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인간의 시각과 작품의 형태, 크기, 위치, 색 그리고 공간의 상호 작용에 주목한다. 작품의 구성은 균형과 비율로 도출되는 압도적인 감각을 만들기 위해 수학적으로 계산된다. 서로 대조되는 색의 스펙트럼과 일정한 색 면 패턴은 관객이 새롭고 다양한 시각적 내러티브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작가는 다양한 질감의 레이어링으로 밑그림을 그려서 화폭에 에너지와 움직임을 부여한다. 반복되는 패턴은 캔버스를 가로질러 전경과 배경이 겹쳐지며 관람자의 시선을 중심 초점에서 빗나가게 한다. 관람자의 시선은 캔버스 안쪽과 바깥쪽 공간 사이의 장력 張力에 따라 움직이는데, 캔버스 안쪽으로 초점을 맞추는 형태의 가장자리는 밝은 색에서 어두운 색으로 전환하며 마치 인피니티 미러(infinity mirror)처럼 시선을 캔버스 중앙으로 끌어당긴다.

하우드는 형상이 후퇴하고 전진하는 반향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반투명하고 화사한 색의 층, 즉 색의 레이어 (layer of colors)를 만든다. 색을 혼합하여 점진적인 색의 그라데이션을 만들어 기하학적 형태의 구조적 정밀도를 형성한다. 기하학적인 형태와 색채의 장력을 통해 형상이 후퇴하고 전진하는 모습을 동시에 보면서 보는 이의 공간감과 현실감이 왜곡된다.

[서울=뉴스핌] 조용준 기자 = Andy Harwood_ Portal (Aqua Green / Dioxazine Purple / Magenta) 2022_Synthetic polymer on canvas_ 102cm x 102cm [사진= VIVIAN CHOI GALLERY] 2022.09.12 digibobos@newspim.com

색깔과 형태의 반복은 생각의 반복을 반영하는데, 깊이 반추할수록 생각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고, 과도한 분석은 역설적으로 생각을 제 자리에 얼어붙게 한다는 역설을 작가는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우물 (infinity well) 형태로 표현한다. 색 기둥 (columns) 그리고 네온 불빛과 같은 형광색 (fluorescent color)을 특징으로 하는 <Future Rumination> 작품은 질서와 무질서, 움직임과 정적 사이의 경계로 관객의 시선을 안내한다.

색의 시각적 영역을 공감각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전원근, 박수정, 앤디 하우드 Andy Harwood, 세 작가가 선보이는 3인전, 《색면 추상; 빛 너머의 색 The Abstract Field of Color; Color Beyond the Radiance 》을 통해 색과 빛이 만들어 내는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경험을 느껴보기 바란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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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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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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