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보수적 문화 속 이례적 여성 재단대표
기업의 ESG 역할론↑..."재단에 보다 힘 실릴 수 있어"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LG가(家)의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재단 대표로서 처음으로 대외활동에 나섰다.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장녀이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동생이기도 한 구 대표의 행보에 언론과 관련업계는 관심을 보였다.
'저신장아동 성장호르몬제 기증식'에 참석하는 복지재단 대표로 하는 통상적인 사회공헌활동이었음에도 관심을 보인 이유는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LG그룹의 특수성 때문이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지난 19일 저신장 아동에게 성장호르몬제 기증서를 주고 있다. [사진=LG] |
LG그룹은 총수일가 여성들이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않기로 유명한 보수적인 기업문화를 가졌다. 1994년 구본무 전 회장이 사고로 외아들을 잃자 2004년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입적해 자신의 뒤를 잇게 한 점은 LG가(家)의 보수적인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구연경 대표가 지난 4월 LG복지재단 대표 자리에 오를 때, 재계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 이어졌다. LG복지재단은 1991년 고(故)구자경 LG그룹 전 명예회장이 설립한 이후 구본무 전 회장이 바통을 이어 받는 식으로 그룹의 회장이 재단 대표직을 겸직했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은 LG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고 자신은 경영활동에 집중하고 재단 일은 전문적인 사람이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복지재단 대표로 이문호 LG그룹 공익재단 이사장이 대표직을 겸하게 됐다.
이어 지난 4월엔 이 이사장이 개인 사정으로 대표직을 내려놓자, 구연경 대표가 복지재단 대표직을 이어받았다. 구연경 대표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와 미국 워싱턴대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미국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사회사업학을 전공하며 복지 관련 전문성을 키웠다.
물론 재단 대표가 사업의 직접 경영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LG그룹의 보수적 기업문화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하긴 어렵다. 예를 들어 삼성에서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의 첫째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회사 경영을 한다거나 둘째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과거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직을 수행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부분은 최근 기업 경영의 트렌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부상한 가운데, 기업에서 ESG 활동과 관련된 일을 하는 재단의 역할이 커졌다는 점이다. 최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글로버리서치에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연구실 고문을 겸직하게 됐는데, 이것은 오너일가의 ESG 경영 참여로 ESG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ESG 경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 오너 일가인 구연경 대표가 LG복지재단 대표로 활동하며 재단 활동에 보다 더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이라는 점 역시 재단에서 보다 섬세하게 일을 챙길 수 있단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