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중국 정부의 코로나 봉쇄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11일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상반기 가계 저축 증가액은 18조 8200억 위안(약 365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 위안 넘게 증가했다.
2분기 저축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8.3%로 1분기와 비교했을 때 3.6%포인트 늘어난 반면 투자를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17.9%로 3.7%포인트 감소했다. 소비 선호 응답자는 23.8%로 전 분기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광저우(廣州)에 사는 자영업자 뤄 모 씨는 "올해 3월부터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잘리거나 임금이 깎이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밥줄이 끊길까 걱정돼 매일 마시던 밀크티도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에 위치한 알리바바 신선매장 허마셴셩(盒马鲜生) 매장에서 마스크를 쓴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저축은 느는데 소비는 줄어드는 모양새다. 중국 매체 잉상왕(贏商網)이 중국 4127개 매장을 기준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4월 중국 쇼핑센터 일평균 방문 고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었다. 중국의 4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1% 급감했다.
빈 상점도 늘었다. 2분기 상하이 공실률은 9.8%, 광저우와 청두는 각각 14.1%, 8.7%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대도시 평균 공실률은 6.1%였다.
천샤오(陳曉) 경제평론가는 "상하이와 광저우의 폐점이 늘어나는 것은 계속된 코로나 규제로 인한 심리적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소비 의욕 저하는 실업자 수 증가와 관련이 있다"며 "경제가 힘들다 보니 상가 공실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상하이 핵심 상권의 월평균 임대료는 100㎡당 약 7만4000위안(약 1400만원)이다.
나단 차우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산발적 지역 봉쇄와 임금 삭감, 채용 감소로 노동시장이 경색되면서 중국은 수요 부진이라는 가장 어려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의 재건축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커지면서 소비심리에 훈풍이 불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로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은 지난 1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2020년과 같은 반등을 기대할 순 없다"며 하반기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로치 전 회장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통화긴축,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과 안보가 심각하게 훼손돼 세계 경제는 앞으로 몇 년 간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6일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당초보다 1.1%포인트 낮춰 잡았으며 제로 코로나 외에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중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6월부터 본격적인 경제활동 재개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 0%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2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로 우한이 봉쇄됐던 2020년 1분기(-6.8%)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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