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살인죄 적용해야"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3부(강경표 원종찬 정총령 고법판사)는 13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에 대한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과 같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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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인은 여자친구였던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함으로써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그로 인해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렀다"며 "죽음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한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땅에 끌고 다니고 112에 신고할 때도 사고경위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범행 후 정황 또한 매우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젊은 나이에 자신에게 펼쳐질 날들을 경험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고 유가족들은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거나 위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의 머리를 직접적으로 가격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피고인의 범행수법이 아주 가혹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이 유리하거나 불리한 정상들 그 밖에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해 보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선고가 끝나고 취재진들을 만난 유가족은 "외국에서는 다 살인죄가 적용되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인정이 안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본인 자식이라고 생각하시면, CC(폐쇄회로)TV를 자세히 보시면 왜 살인죄가 적용되어야 하는지 알 것이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법이 있는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재판부와 검찰이 충분히 마음만 먹으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대법원에서는 왜 딸아이가 사망한 것인지 법적으로 밝혀줬으면 좋겠다"며 상고 의지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7월 여자친구 황모 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황씨를 여러 차례 폭행했으며 의식을 잃은 황씨에 대해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3주 뒤 뇌지주막하출혈(뇌출혈)로 사망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범행 경위를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폭행하며 상해치사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의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으며 검찰은 양형부당의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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