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더 이상 딸아이와 같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길"...엄벌 촉구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검찰이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피고인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죗값을 치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서울고법 형사6-3부(강경표 원종찬 정총령 고법판사)는 8일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말다툼을 벌인 30대 남성 A씨와 여자친구 B씨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B씨가 쫓아가 뒷머리를 때리자 A씨는 B씨를세게 밀치는 등 폭행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B씨는병원 이송 후 약 3주 뒤에 사망했다. 2021.09.10.2021.12.13 filter@newspim.com [화면캡쳐=SBS 8시 뉴스] |
이씨는 "저의 죄는 너무나 무겁고 저의 잘못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어떻게 하면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님께 용서를 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피해자 가족들의 평안을 위한 기도와 글을 쓰는 일 뿐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저의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를 부정하거나 회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그러나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할 용기와 기회가 없었기에 2심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피해자와 피해자 부모님에게 그리고 피해자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신 모든 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며 "재판장님께서 어떤 결과를 내려주시든 겸허히 받아들이고 평생을 반성하고 뉘우치며 살겠다"고 최후 변론을 마쳤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피해자의 유족들은 "거짓말 하지 마라", "아이고 아이고" 등의 소리를 지르며 오열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딸아이를 잃은 엄마로써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왜 우리 딸이 그 어린 나이에 죽어야 했는지, 피고인은 의식이 쓰러진 아이를 왜 또 때린 것인지, 어떻게 때렸길래 아이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인지, 119신고 도중에 전화는 왜 끊었던 것인지 이런 의문이 들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이런 피고인에게 징역 7년은 너무 적다. 진심어린 반성은 커녕 변명만 늘어놓는 피고인을 보면서 용서라는 단어는 제 머릿속에서 지웠다"며 "부디 피고인에게 엄벌을 처해 우리 사회에 더 이상 딸아이와 같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저희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이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선고공판은 오는 7월 13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7월 여자친구 황모 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황씨를 여러 차례 폭행했으며 의식을 잃은 황씨에게 구급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3주 뒤 뇌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직전 다툼을 피하고자 오피스텔에서 나가려고 했다가 피고인을 따라 나온 피해자를 폭행했다"며 "범행 경위를 고려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폭행하며 상해치사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살해 의도를 인정하기 어렵고 이는 교제살인 내지 폭행살인의 유형으로서 살인에 이르는 경우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