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불복 이준석, '윤핵관'과 충돌 불가피
박지현, 당권 좌절에 지도부·이재명 맹공
"한국 정치, 청년을 소비하고 말아버려" 지적도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이준석과 박지현. 여야를 대표하는 전·현직 2030세대 청년 당 대표들이 동반으로 시련의 '7월'을 맞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한편,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 또한 비대위·당무위의 반대에 부딪히며 당 대표 출마가 무산된 것이다.
이들은 당내 기존 정치세력의 배척에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정치를 하겠다며 결연한 '전투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처럼 청년 정치인들을 몰아내는 것을 '옹졸한 기득권 정치'로 규정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 관련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7.07 kilroy023@newspim.com |
◆ 이준석 "징계 처분권 대표에...처분 보류" 버티기 모드
이 대표에 대한 '성 상납 의혹'은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 의해 처음 제기됐다. 당시 윤리위는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가세연은 지난 3월 '이 대표 측근인 김철근 정무실장이 제보자를 만나 성상납이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으며 7억원의 투자각서를 써줬다'며 이 대표를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에 재차 제소했다.
당시 윤리위는 "당시 없었던 녹취록이나 증거 인멸을 약속한 증서 같은 구체적 증거가 나왔따"며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으며 이후 두 달여 만인 지난 8일 오전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징계가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며 총력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윤리위 규정을 보면 징계 처분권이 당 대표에게 있다.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니면 우선 징계 처분을 보류할 생각"이라며 가처분·재심 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실상 윤리위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와의 당내 전면전에 나서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게다가 이날 새벽 징계로 이 대표의 직무가 즉시 정지됐다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주장과, 최종 징계 처분권은 당 대표에게 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이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지도체제를 둘러싼 내홍이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07.01 kilroy023@newspim.com |
◆ 박지현, 당권 도전 좌절에 연일 지도부·이재명 비판
한편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를 불허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 비대위는 지난 4일 회의에서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논의했으나 최종적으로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당헌·당규상 당직이나 피선거권을 가지려면 이달 1일 기준으로 6개월 이전에 입당한 권리당원이어야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월에 입당해 권리당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이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들어 비대위 의결을 요구했으나, 비대위는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의 소중한 인재임에도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후 당무위도 만장일치로 박 전 위원장의 출마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리자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은 구멍가게 수준으로 일을 처리하지 말라. 원칙을 지키라"며 "오늘 당무위가 안건 상정조차 하지 않고 비대위 의견을 존중한다며 불가 결정을 발표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처럼 민주당이 자신의 출마를 가로막는 것을 '토사구팽'으로 규정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필요할 땐 온갖 감언이설로 회유해 이용해 먹고, 자신들의 기득권에 도전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토사구팽' 하는 정치판에 남는 게 옳은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며 민주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당 지도부뿐만 아니라 자신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했던 이재명 의원과도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는 김남국 의원과 SNS상으로 설전을 주고 받던 와중에 "김 의원이 답변할 필요 없다. 저를 추천하셨고 처럼회를 지휘하고 계신 이 의원이 직접 답변해달라"며 "저를 장식품으로 앉혀 놓으신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한편 당 일각에서도 비대위가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막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막은 이 정치적 결정은 잘못됐다"며 "옹졸하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비대위원장까지 맡겨 놓고 당 대표 출마자격이 없고, 당원 자격이 없다? 이게 문구상으론 말이 되지만 이러한 정치적 판단을 국민들이 승복하겠느냐"며 "그러니 옹졸한 정당, 기득권 정당이라고 욕먹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용진 의원 또한 "본인이 본인 입으로 토사구팽됐다고 하는 말을 보고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민주당을 비롯한 한국 정치가 청년 정치인들을 이렇게 소비하고 말아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표와 박 전 위원장의 상황을 아울러 "양쪽에 존재하는 전현직 리스크가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하면 안 된다는 이상한 인식의 확산으로 가진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