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방미 직후 이달 방문에서 선거 이후 추진으로
"기시다 내각·여당, 보수층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오는 15일까지 미국을 방문중인 박진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이 예상보다 늦어진 다음달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 이후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애초 외교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특사로 방문했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이 지난달 9일 방일을 초청하면서 박 장관이 오는 15일까지 미국을 방문한 직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9일 서울에서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회담에 앞서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2022.5.9 [사진=외교부] |
그러나 내달 10일께로 예상되는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이 박 장관의 방일 일정을 선거 이후로 조정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의 첫 일본 방문 일정이 늦어지면서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윤 대통령과 기사다 총리 간 첫 대면도 공식 회담이 아닌 사전에 의제를 정하지 않는 '약식(pull-aside) 회담'이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기시다 총리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13일 박 장관의 방일 일정과 관련해 "지난달 9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하야시 외무대신은 우리 외교장관을 일본으로 초청한 바 있다"며 "양측이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일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도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방일 일정에 대해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일본과 조율해서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문할 것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참의원 선거 전의 (한일) 정상회담은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과 일본 모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양국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선거를 앞둔 상황을 고려할 때 일본 보수층이 민감해하는 한일 정상회담이나 외교장관 회담을 다소 늦추는 게 기시다 내각과 여당이 자민당 입장에서 향후 정국 운영에 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국 외교장관의 상대국 양자 방문은 상당히 무게감이 있는 외교적 이벤트"라며 "외교장관 회담이나 정상회담이 열리면 그에 걸맞은 성과나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회담을 한 외교장관이나 정상들이 악수를 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직 한일 간에는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현 단계에선 양국 모두 외교장관이나 정상회담 추진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 외교장관이 다자회담 등 계기가 아닌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목적으로 일본을 찾은 것은 2017년 12월 당시 강경화 장관이 마지막이다.
일본은 오는 22일께 참의원 선거를 공시한 후 투표는 내달 10일 정도 실시할 전망이다. 일본 선거 일정은 정부가 각의(閣議·한국 국무회의 격)를 통해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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