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1주일새 720억원, 기관 332억원 매도
씨티그룹이 목표가 '반토막' 보고서 낸 탓
국내 증권사, 삼성SDI 주가하락 과도해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외국계 증권사가 삼성SDI의 2차전지 시장 점유율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자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 등 국내 증시 '큰 손'이 삼성SDI를 연일 손절하고 있다. 한 달 새 삼성SDI 주식은 6% 넘게 빠졌다. 이를 바라보는 국내 증권사는 최근 삼성SDI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SDI는 전 거래일 대비 1.03%(6000원) 하락한 57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자는 최근 일주일새 삼성SDI의 주식을 각각 720억원, 332억원 팔아치웠다. 삼성SDI의 주가는 전날 코스피가 1.2% 오르고 삼성전자가 1.8%, 동종업종인 LG에너지솔루션이 2% 넘게 올랐을 때도 1.5% 하락했다. 기관은 전날 하루 동안 235억원 매물을 쏟아내며 코스피 전체 종목 중 삼성SDI 주식을 가장 많이 팔았고, 외국인은 134억원으로 4번째로 가장 많이 팔았다.
삼성SDI 연구소 전경 [사진=삼성SDI] |
삼성SDI의 주가 약세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의 '매도' 의견 리포트와 중국 경쟁사 CATL이 BMW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씨티그룹은 삼성SDI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두 단계 내리고, 목표주가를 93만원에서 48만원으로 낮췄다.
씨티그룹이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반토막 낸 이유는 ▲각형 배터리의 점유율 축소 ▲생산능력 확장에 보수적인 태도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추진 때문이다. 피터 리 씨티그룹 연구원은 "CATL 등 중국 업체의 증설로 각형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심화돼 삼성SDI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이 발전하면서 삼성SDI의 주력 제품 각형과 경쟁하고 있는 다른 배터리들의 단점이 보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SDI가 증설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삼성SDI는 중국과 한국의 다른 2차전지 경쟁자들보다 증설에 보수적"이라며 "시장 점유율이 계속 깎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SDI가 2차전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지난 2020년 5.8%에서 지난해 4.5%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1분기엔 3.6%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삼성SDI가 유일하게 합작법인을 세운 스텔란티스가 배터리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피터 리 연구원은 "완성차업체들은 최근 배터리가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이라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삼성SDI와 합작법인을 세운 스텔란티스가 프랑스 배터리업체 사프트와 2차전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도 배터리 내재화를 촉진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삼성SDI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씨티그룹이 발표한 각형 전지 경쟁 심화, 증설에 보수적, 시장 점유율하락, 자동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등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삼성SDI의 2분기 실적은 소형 전지, 자동차용 배터리 등에서 모두 매출이 증가하면서 대형 IT업체 중 가장 돋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동종 업종 내 높은 밸류에이션 매력을 지니고 있다"며 "국내 배터리 3사 중 증설에 가장 보수적이라는 점은 사실이나,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실적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