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시 당 서기로 산둥성 출신의 멍판리 임명 등
고위 관료에 '현지인' 대신 '타지 출신' 임명 잇달아
관영 씽크탱크 사회과학원 수장도 '시 측근'으로 교체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지방 정부 고위 관료에 현지 출신 인물을 중용하던 관례가 사라지고 있다. 올 가을로 예정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공산당 중앙 지도부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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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지방 정부 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있어 현지 출신의 인물이 배제되고 중앙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타지 출신 인재 등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것이 중국에서 권력의 중앙 집중화 경향이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빅터 시 캘리포니아-샌디에이고대 교수는 "타지 출신 관료를 통해 지방의 전통적 지배권력을 무너뜨리고, 중앙정부의 이념을 강화하는 데 이 같은 방법이 유효할 것"이라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쓰여왔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인사가 단행된 곳은 광둥(廣東)성이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의 당서기는 '출세 등용문'으로 불리는 자리로서 멍판리(孟凡利) 전 네이멍구(內蒙古) 바오터우(包頭)시 당서기가 지난 4월 광둥성 부서기 겸 선전시 당서기로 임명됐다.
산둥(山東)성 출신의 멍판리에 대해 SCMP는 "최근의 지방 정부 인사 개편에서 전통적으로 현지인에게 갔던 핵심 직책에 타지 출신 인물이 오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멍 신임 서기 임명 이유를 시진핑 주석의 '충성파'라는 점에서 찾았다. 실제로 멍판리는 취임 직후 첫 공식 활동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에 우리의 사상과 정치, 행동을 일관되게 맞춰야 한다"고 발언함으로써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드러낸 바 있다.
중국 전역에서도 광둥성, 특히 '개혁개방 1번지'인 선전의 정부 고위 관료 및 당 간부 인선에 '낙하산식' 인사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은 선전에 찍혔던 방점이 '경제'에서 '정치'로 옮겨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란 해석이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을 20차 당대회를 위해 충성도가 높은 인물을 주요 자리에 앉힘으로써 지방 정부 및 시 주석에 대한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SCMP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 "2017년 마지막 당 대회 이후 시진핑 측근과 충성파 다수가 국가의 가장 중요한 도시 및 지방의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특히 광둥성에서의 경험이 국가 지도자들에게 플러스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과기대 사회과학부 장둥(張棟) 조교수는 "중앙 지도부는 충성파를 광둥과 선전의 핵심 직책으로 보내 '향후 승진을 위한' 정치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최고 지도부의 신뢰를 받는 것이 임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향후 승진'이란 중앙정치국 입성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 핵심 권력 집단인 중앙정치국원 입성이 점쳐지는 마싱루이(馬興瑞) 신장자치구 서기와 왕웨이중(王偉中) 광둥성 성장 등 모두 선전시 서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옥스퍼드대학교 역사 및 중국 현대 정치학 교수 래너 미터(Rana Mitter)는 "그동안은 현지 관료의 광둥어 실력과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중국 중앙 지도부가 기업가 정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 전역에서 이념적 일치와 동질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마찰 없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 관료적이고 정통한 지도자를 갖는 데 중국 지도부의 관심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마카오대학교 정부 및 행정학과 리타오 부교수 역시 "정치적 지역주의는 중국 전역에서 축소될 것"이라며 "타지 출신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광둥성은 다른 성보다 중앙집권화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지도부의 영향력 강화는 학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SCMP 등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관변 싱크탱크 중국사회과학원(이하 사과원) 원장에 스타이펑(石泰峰) 전 네이멍구 자치구 서기가 임명됐다.
사과원은 1997년 설립된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이자 정책 자문기관 겸 연구기관이다. 중국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정부 정책에 대해 조언하고 정책 수립의 배경이 되는 이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스 원장은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強) 총리 모두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이 2007~2012년 공산당 중앙당교 주석이었을 당시 부주석이었고, 리 총리와는 베이징대학교 법학과 동문이다.
스 원장이 사과원 원장으로 임명된 것은 네이멍구 자치구 서기 재임 기간 주도한 석탄산업 관련 반부패 운동과 자치구 내 학교들의 공식 언어를 중국어로 바꾼 것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스 원장은 2019년 네이멍구 자치구 서임으로 부임해 당 간부 및 관료들이 연루된 석탄 산업 관련 부정부패 사건을 조사했고, 그 결과 당시 60명 이상의 고위급 간부들이 낙마했다.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알프레드 우 부교수는 "사과원 원장으로의 임명은 그(스타이펑)가 내년 공산당 서열 2위로 승진할 수 있는 가능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