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방침
인수위 발표 후 서울 非강남권 아파트 매물 증가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인기 끈 '똘똘한 한 채'
새 정부 규제 완화에도 여전, 집값 양극화 우려
인수위, 집값 꿈틀대자 부동산 정책 속도 조절
[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방침을 밝힌 이후 서울의 아파트 매물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비(非)강남권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새 정부의 부동산 세제 완화 시그널이 강남권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수요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향후 고가 1주택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서울 집값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세제 정상화'라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앞세워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려던 인수위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하락 흐름이 꺾이기 시작하자 속도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양도세 중과 배제 소식에 아파트 매물 늘어
9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지난달 3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해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기본세율(6∼45%)만 적용하고 중과(2주택자 20%포인트, 3주택자 30%포인트 추가)세율을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안으로 새 정부가 내달 10일 출범하면 국회 동의 없이 곧바로 추진할 수 있다.
인수위 방침이 전해지자 주택시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7일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인수위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31일과 비교해 1.6% 증가했다.
그러나 매물 증가는 주로 비강남권에서 나타났다. 종로구가 445건에서 472건으로 6.0%, 마포구가 1841건에서 1937건으로 5.2%, 강서구가 2608건에서 2719건으로 4.2% 각각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 외에도 ▲중랑구(1479건→1535건, 3.7%) ▲노원구(4100건→4230건, 3.1%) ▲구로구(2381건→2457건, 3.1%) ▲성북구(2588건→2660건, 2.7%) ▲서대문구(1824건→1856건, 2.2%) ▲양천구(2107건→2153건, 2.1%) 등에서 매물이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구는 4147건에서 4075건으로 1.8%, 용산구는 927건에서 921건으로 0.7%, 서초구는 3799건에서 3786건으로 0.4% 각각 감소했다. 강남구, 서초구와 함께 강남3구로 통하는 송파구는 지난달 31일 3224건에서 이달 5일 3188건으로 감소했다가 7일 3287건으로 증가했다. 대체로 강남3구와 각종 개발 호재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효과가 기대되는 용산구에서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에서 중소형 아파트를 한 채 마련하는 데 필요한 돈이 평균 1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KB국민은행 리브브동산이 발표한 KB월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4월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8658만 원으로, 2년 전 대비 42.1%(2억9237만 원)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1.04.27 mironj19@newspim.com |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집값 양극화 가시화
개발 호재가 있거나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매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고가 1주택,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다주택자 세부담을 강화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면서 서울에서는 가격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강남 등 가격 오름세가 가파르거나 재건축·재개발이 예상되는 지역의 아파트만 남기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가 양도세 중과 완화 방침을 밝히자 다주택자들이 가장 좋은 물건은 남겨두고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물건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똘똘한 한 채'의 인기가 여전한 셈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미래 가치가 높고 각종 개발 호재로 대기 수요가 많은 강남권 물건 가지고 있으려는 다주택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서울 집값의 양극화가 심화할 우려가 있다. 대선 후 서울의 아파트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는 수억원씩 뛰는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대선 직후(3월10일∼28) 서울 아파트 거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선 직후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상위 10개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32억1900만원으로, 직전 최고가보다 평균 6억9000만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129.97㎡가 지난달 24일 종전 최고가보다 12억원 높은 63억원에 팔리는 등 강남권 '똘똘한 한 채'를 중심으로 신(新)고가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멈췄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첫째주(4일 기준)에 서울 강북권은 하락폭이 축소되고, 강남권은 재건축과 중대형 위주로 상승하며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이 하락에서 보합으로 전환됐다. 강남구·용산구·서초구(0.02%), 송파구(0.01%)가 하락세를 끝냈고, 노원구·성북구(-0.01%) 등 하락세가 짙던 지역도 하락폭이 축소됐다.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집값이 들썩이자 인수위도 정책 입안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최근 "큰 시장 변동이나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은 최대한 막겠다는 입장"이라며 "(부동산 정책) 발표 시기와 순서 등을 전략적으로 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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