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가 한국 등 '비우호국'에 대한 특허 도용을 사실상 합법화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 7일 내린 명령에는 비우호국에 등록돼 있거나, 비우호국에서 사업을 하는 특허 소유자에 대한 보호를 파기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비우호국 국적의 특허 소유자에게도 해당된다.
특허 보호가 없어지면 현지에 진출한 비우호국 기업들에 타격이다. 특정 전자제품 기술이나 설계, 컴퓨터 프로그램 등이 도용될 수 있어서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이유로 서방의 제재를 받자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싱가포르 등 48개국을 비우호국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 모스크바 거리 위의 시민들. 한 여성 시민의 손에 맥도날드 음료잔이 보인다. 2022.03.09 wonjc6@newspim.com |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40여개다. 특허 보호가 사라진다는 것은 "러시아 기업들이 허가 없이 특정 특허를 사용해도 피해 기업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WP는 설명했다.
러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내에서는 상표권 보호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수의 외국 기업이 러시아 사업에서 손을 떼는 가운데 상품권 보호 규제 완화는 사업 철수 브랜드를 현지 업체가 계속 상표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맥도날드의 러시아 사업 철수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글로벌 전체 매출 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는 비중이 9%나 되기 때문이다. 현재 맥도날드는 러시아 내 매장 850여곳의 영업을 중단한 상황인데 상표 보호 제약이 사라지면 현지 업체가 문닫은 매장을 그대로 운영할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를 의식해 사업을 철수한 맥도날드로써는 난감하다.
특허 관련 명령에 상표권 보호 제약 완화 말고도 추가 지식재산권 보호 파기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은 서방 제재에 디폴트(default·채무 불이행) 위기까지 맞이한 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외국 기업 자산의 국유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 더가디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관료들과 화상회의에서 "정부는 법정관리를 시도한 후 원하는 사람에게 기업을 이전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실제로 러시아 의회에서는 러시아를 떠난 외국 기업의 자산을 국유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러 타스통신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은 비우호국 외국인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하면 외부 법정관리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제안했는데, 이는 사실상의 국유화 수순으로 해석된다.
미국 지식재산권(IP) 변호인 조쉬 거번은 특허 보호 파기 명령과 기타 IP 보호 철폐는 우크라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서방의 러시아 투자에 장기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한다.
가뜩이나 러시아 정부와 기업, 개인이 비우호국 명단에 오른 국가의 채권자에 가치가 폭락한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게 한 가운데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의 시름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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