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2022년도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 다툼으로 지구촌은 이리 기울고 저리 기울 형국이다.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만을 가운데 둔 각종 무력시위가 지속되고 생산요소를 둘러싼 양국간의 줄달이기는 주변국에게 공개적으로 비공개적으로 어느편이냐고 끊임없이 묻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진영과 중국 진영은 올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윤곽을 잡을 전망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21년의 화두로 중국의 '공동부유'(Common Prosperity)를 꼽았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0년 후반에 부르짖기 시작한 '공동부유'는 향후 15년에 걸쳐 중국이 나아갈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으로 이 신문은 평가했다. 소득이 아니라 부의 재분배와 보다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통해 불평등을 최대한 줄인다는 정치적인 목표인 것이다.
지난 40년간 노력한 끝에 굳힌 절대빈곤 제로(0)라는 발판 위에서 이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자는 중국은 공동부유를 주창하면서도 다른 편에서는 공동부유가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는 '일하지 않는 게으름'에 대한 경계도 높였다.
이렇게 주요외신이 중국을 주목하는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미국을 추격하던 일본이 플라자합의로 고꾸라지면서 미국은 절대로 도전받지 않을 것이라는 미신을 여기저기서 만들어 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그 바통을 중국이 이어받아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잘 짚어낸 사람이 추이톈카이(崔天凱) 전 주미 중국대사이다. 중국국제문제연구원에서 가진 '미·중 관계에 대한 몇 가지 사고'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추이톈카이는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미국은 사회제도, 이데올로기, 문화 전통, 인종이 모두 다른 대국의 부상을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 세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심지어 한계도 없이 중국에 대한 압박, 억제, 편 가르기, 포위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 국기. 2018.11.09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경제적으로 필요하면 활용한다...요소수에 이어 희토류까지
그간 세계의 공장으로 역할을 해 오던 중국이 탈탄소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광물자원, 요소, 액화천연가스(LNG) 및 천연가스 등 전세계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탈탄소 과정에서 새로운 수요 증가, 기존 화석연료의 단기적인 미스매치 등에 더해 중국 리스크까지 가세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계도 예외없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2022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친환경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가 각 공장에 화석연료 사용 억제를 당부하고 있어 이에 따른 일부 공장의 전력난, 일부 품목 생산 차질 등이 전반적으로 원자재 가격 인상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탈탄소 정책은 세계 원자재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과 맞물려 중국 내 배터리 기업들이 희토류, 니켈,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필수 원재료 사용 및 비축량을 늘리면서 배터리 원재료 가격이 빠르게 상승중이다.
중국이 석탄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으로 여겨지는 LNG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중을 늘리면서 LNG 가격 인상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등 자국 내 희토류에 대한 통제와 해외 원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향후 이를 자원무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 삼는다는 건 이미 오래된 얘기다. 최근 중국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희토류 기업이 탄생했다. 기존 국유기업 3곳과 국유 연구기관 2곳을 통폐합 해 '중국희토그룹'을 만든 것이다.
이 '중국희토그룹'의 최대 주주가 중국 정부니, 러시아 가스처럼 체계적 무기화 준비에 나선 거나 다름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지난 2010년 일본이 희토류 때문에 중국에 무릎을 꿇은 사실이 있다. 당시 센카쿠를 둘러싸고 중·일 두 나라가 갈등을 빚었는데, 중국이 희토류 수출 안 한다고 하자 3일 만에 일본이 꼬리 내렸다.센카쿠 해역에서 체포된 중국 선장을 무조건 석방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미사일, 잠수함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 이는 단지 중국 내 매장량이 많아서만이 아니다. 중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활용해 해외 광산을 뭉터기로 사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리튬이다. 리튬 자체는 남미, 호주 등에 많지만 광산을 중국이 통째로 사들였다.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했고 가격 결정력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
◆ 지구에서 그리고 우주에서 격화되는 군사갈등
지난해는 미국과 중국간의 패권 경쟁이 유난히 격화됐다. 고래들의 싸움터가 된 타이완(臺灣)이 이제는 전쟁 위험지역이 된 형국이다.
중국은 수백 차례 전투기와 수송기 등을 동원해 타이완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입했다. 사실상 언제든 침공이 가능하다는 위협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에 올해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신장(新疆)위구르지역 인권탄압 문제를 명분으로 보이콧한 것이다.
문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이 대중견제 성격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하면서 양국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직접적인 양자택일 압박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주의 진영 간 협력을 확대하면서 일본, 호주 등 동맹국에 집중해 '자국 편들기'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저강도 핵무기에서 극초음속 비행기까지 미국을 앞서는 듯하고 우주에서도 이미 달의 이면에 착륙하는 기술 수준을 뽐냈다.
미군 서열 1위인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확인하며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데 이어 존 하이튼 합참차장도 중국의 군사력 증강 속도를 두고 "충격적(stunning)"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하이튼 합참차장은 "중국이 움직이는 속도는 충격적이다. 이 속도와 궤적대로라면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을 따라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는 게임(의 판도)을 바꾸게 된다는 점에서 미국뿐 아니라 우리 동맹국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또 오랫동안 공들인 아프리카를 미국 견제를 위해 군사적으로 이용할 속내도 드러냈다. 뉴욕 워싱턴 등 미국 동부 주요 도시들과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서아프리카 대서양 연안국 적도기니에 상설 군사기지 건설을 추진 중인 것이다.
적도기니에 중국이 군사기지를 세우는 것은 오로지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과거 옛 소련이 미국 턱밑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던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미국은 중국과 패권 경쟁을 놓고 경제ㆍ안보ㆍ기술 외에 타이완과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충돌에 나섰다. 미국은 대중국 포위망 구축을 위해 기존 동맹 복원과 함께 세 확산의 필요성이 커졌다.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사진] 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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