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양도세 이슈에 주식을 대거 처분한 국내 개인들이 다시 폭풍 매수에 나서고 있다. 매년 말 반복되는 흐름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거래규모가 큰 점에서 시장 관심을 끌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들은 1조1070억 원어치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 시장 개인 순매수 규모는 6353억 원. 양 시장을 합치면 1조7400억 원이 넘게 사모으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과세 기준일 이후에는 개인들이 빠르게 되돌림 매수세를 보인다"며 "과거와 수급 흐름이 달라질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코스피가 전날보다 17.34포인트(0.57%) 내린 3002.90에 거래를 시작한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김민지 인턴기자] |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전일 역대 최대 규모의 매물을 내놨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총 3조1586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코스피에서 1조9975억 원, 코스닥에서 1조1611억 원이다.
이른바 '슈퍼개미'들의 대주주 양도소득세 회피 목적의 매도가 컸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말 기준 특정 종목을 10억 원 이상 갖고 있으면 대주주로 간주돼 이듬해부터 시세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공통적으로 배당락일 D-2일부터 D일까지 점증하는 개인 매도세의 패턴이 관찰됐다"며 "올해에도 24, 27, 28일 대주주 양도세 회피 관련 개인들의 매도세가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배당락일을 하루 앞두고 주가 하락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매도 욕구도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배당락일엔 배당수익률만큼 주가가 떨어지기에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5916억 원어치 내던졌다. 이어 엘앤에프(1368억 원), SK하이닉스(1333억 원), 셀트리온(1106억 원) 순으로 매도 규모가 컸다.
양도세 과세 기준일이 지나가고 이날 배당락일을 맞아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과 관련해선 저점 매수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수 연구원은 "작년과 재작년 말 개인들의 매도세가 집중된 배당락일 직전에 코스닥 지수의 바닥이 관찰됐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연말 대주주 회피 물량을 누군가는 저점 매수 시그널로 인식하고 받아 역이용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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