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본부장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극단적 선택
뇌물·황무성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 받아
이재명 후보 직권남용 의혹 등 윗선 수사도 제동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대장동 개발 관련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하루 만에 윤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의 사망으로 검찰의 '성남시 윗선 수사'는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등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4시10분쯤 경기 고양시 거주지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사라져 가족들이 실종 신고를 했고, 오전 7시 40분쯤 자택 인근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남=뉴스핌] 윤창빈 기자 =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본사의 모습. 2021.09.29 pangbin@newspim.com |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 전 본부장 사망과 관련해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오는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예정돼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을 총괄하면서 2014년 여름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에게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2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대장동 개발 사업 예정지에 대한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로비 명목으로 전달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전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도 범죄사실에 '뇌물 2억원'을 적시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은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황 전 사장이 공개한 대화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 실장' 등의 지시가 있었다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정황이 담겼다. '정 실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사표 제출을 거절하는 황 전 사장에게 "사장님은 너무 모른다. 순진하다"며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일. 시장님 얘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7일까지 유 전 본부장을 여러 차례 소환해 대장동 민간사업자들로부터 한강유역환경청 로비 명목으로 2억원의 뒷돈을 받은 경위와 황 전 사장 사퇴를 압박한 사실 여부 등을 캐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뇌물수수 의혹을 계속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재명 후보의 직권남용 의혹 등 검찰의 '성남시 윗선 수사'는 제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수사팀이 우선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후 황 전 사장 사퇴 압박 의혹 수사를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이 사망하면서 황 전 사장 사퇴에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에 관한 사실확인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황 전 사장 사퇴와 관련 지난 10월 유 전 본부장, 유동규 전 본부장, 정 전 실장 뿐 아니라 이재명 후보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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