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이제 막 닻을 올린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벌써부터 인선 문제로 시끄러운 분위기다.
민주당은 지난 1일 1차 인선안을 발표하고 이튿날 선대위 출범식을 가졌다. 외형적으론 일단 한 팀을 꾸렸지만, 진정한 '원팀'으로 합을 맞추긴 쉽지 않아보인다. 지난 경선 과정에서 터진 내홍이 쉽사리 아물지 않는 데다, 이번엔 주요 직을 놓고 각 후보 캠프 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불편한 기류도 흐르고 있다.
선대위 인선에 깊이 관여하는 이재명 후보 측 의원 A도 고충을 토로했다.
"169명 의원들에게 자리 하나씩 챙겨주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용광로 선대위 꾸리자고 NY·SK계 의원들에게 요직을 주자니, 경선 초반부터 이재명 후보를 도왔던 의원들 입장에서도 서운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자와 대화를 나눈 짧은 시간에도 A의 핸드폰이 쉼없이 울렸다. A는 수화기 넘어 누군가와 선대위 인선을 조율하는 듯한 대화를 끊임없이 주고 받았다.
각 후보 캠프서도 앓는 소리가 나온다. NY·SK계 의원들은 "어차피 실권은 이재명 후보 측이 쥐고 있다. 우린 들러리일 뿐"이란 반응이 나온다.
최근 이재명 대선후보와 술자리를 가진 이낙연 전 대표 측 의원 B는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가 '중요한 자리를 맡아줘야 한다'며 치켜세워주긴 하는데, 무슨 중요한 자리를 주려나." 이미 요직은 이 후보 측근들이 가져갔고, 본인에게 떨어질 직이 남아있지 않다는 불평으로 들렸다.
후보 측 인사들도 불만이 많기는 매한가지다. 이 후보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7인회'는 일단 요직에서 물러났다. 용광로 선대위를 꾸리기 위해 타 후보 측 인사들에게 핵심 자리를 양보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좀처럼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후보 측근인 의원 C는 "NY·SK계에 주요 자리를 모두 내어주겠다고 단언하긴 했는데, 막상 인선을 하자니 능력을 안 볼 수가 없다. 이 후보 측근들 중에서도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은데 외부 시선을 의식해 일부러 등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나눠주기식' 인선에 불만을 제기했다. 한 직책에 너무 많은 인사를 임명하면 누가 키를 잡고 가냐는 지적이다. 공동선대위원장만 12명, 총괄선거대책본부장도 6명이다.
측근들의 서운함을 의식한 듯 이 후보는 지난 3일 저녁 7인회와 만찬 자리를 가졌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나와의 친분이 중요하지, 직이 중요하냐. 요직에 배치하지 못했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말라"며 다독였다고 한다.
각 후보 캠프에서 경선에 뛴 원외인사들의 불만도 없진 않다. 선대위 인선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원내 인사들 위주로 인선이 이뤄지면서, 원외 인선은 뒷전이란 식이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 D는 "민주당 국회의원만 169명이다. 이들에게 직을 하나씩 나눠주는 것도 쉽지 않아, 없는 직을 만들어야 할 지경인데 원외 인사들까지 인선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선대위가 출범한 지 겨우 이틀 지났는데 벌써부터 인사 문제로 불평불만이 들끓고 있다. 한 원내 핵심관계자는 "이러다가 배가 산으로 가겠다"며 "컨트롤 타워는 없고 사공이 너무 많다"며 우려를 표했다. 내부 자리다툼이 팽팽한 이상 이들이 외치는 '진정한 원팀'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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