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이재명 58%, 윤석열 60%, 홍준표 64%"
내년 3월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 여야 유력주자들의 지지율이 아니다. 비호감도 여론조사(한국갤럽, 지난 9월 14~16일, 전국 1001명 대상) 결과다.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30% 안팎을 기록하는 후보들이니 비호감도가 지지율의 2배 수준이다.
캠프에 몸담고 있지 않은 정치권 인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면 "누가 대통령이 될 거 같아?"라는 질문 못지 않게 많이 듣는 말은 "왜 이렇게 뽑을 사람이 없어"다.
각 지역별 '맹주'들이 있었던 3김시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를 지나 고(故) 노무현 전 통령 시대까지 여야 정쟁은 있었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대선에 희망을 가졌다. 군부 독재 정권을 끝내고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며 차기 대통령 후보에게 '어떤 미래'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지나며 문재인 정부까지 우리나라는 '혐오의 정치' 시대를 보내고 있다. 급기야 현재는 과거 지역감정 시절보다 더 지독한 진영 논리 정치만이 난무하고 있다.
미증유의 인류 재앙인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겪으며 양극화는 심화되고 민생은 피폐해졌다. 어느 때보다 차기 정부에 희망과 기대를 가질 시점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대선을 불과 140여일 앞두고 언론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덮는 이슈는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뿐이다.
대장동 이슈를 두고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게이트'로,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이재명 게이트'로 각각 규정하고 상호 비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미 본질은 사라진 채 국민들은 "부동산 개발을 통해 누군가는 1000억원, 50억원. 가늠도 안되는 이익을 챙겼구나"라는 허탈감만 가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에는 맹목적 지지를 보내게 되고, 상대 후보에는 무조건적인 비아냥과 욕설을 할 뿐이다.
고발 사주 의혹 역시 폭로에 폭로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 민생과 관심 모두에서 동떨어져 있다.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 후보의 비호감도는 '게이트급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이 후보는 당 내 경선 초반 형수 욕설 논란, 여배우 스캔들로 경쟁자들에게 공격받았다.
윤 후보 역시 TV토론 중 3차례나 왼쪽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오며 '무속 논란'에 휩싸였다. 무속 논란은 '천공 스승' '정법' 등 주술 네거티브로 이어졌다. 홍 후보 역시 과거 '돼지 발정제' '바퀴벌레' 등의 표현 논란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전국민이 보는 TV토론에서 오가는 ㄴ주제가 참담하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로 꼽히는 2016년 미국 대선과 간혹 비교된다. 당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붙었던 대선에서 선거 전 트럼프와 클린턴의 비호감도는 각각 60%, 59%에 달했다.
트럼프가 승리했지만 그는 보통 8년 임기를 보냈던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재선에서 낙선하고 백악관에서 퇴출됐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 '절대 강자' 후보가 없는 이번 대선은 치열한 경쟁 구도 속 질 낮은 네거티브 공방과 고소·고발이 난무할 가능성이 짙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2년 넘게 마스크조차 벗지 못하고 고통 받고 있는 국민들이 가려진 입을 통해 정치권에 어떤 말을 하고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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