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다음달 4일이면 일본의 100대 총리직을 시작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자민당 총재는 한일관계 개선과 소득격차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중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소득격차 개선을 위한 정책 추진은 가능하겠지만 한일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The Guardian) 등에 따르면 오는 11월 중순에 있는 일본 중의원 선거가 기시다 총재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다.
기시다는 자민당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수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선언해 놓은 상태다.
◆ 소득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에 방점
기시다는 우선 총리로서 중의원 선거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제정책에 더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는 당총재로 당선된 직후에 "연말까지 수십조엔 규모의 코로나19대응 지원책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재 선거에서 그는 이미 '아베-스가로 이어져온 신자유주의 규제철폐에서 벗어나 소득격차 해소로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꿀 것'이라고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가 활기를 잃은 상황에서 곧바로 소득격차 해소로 정책 무게를 옮기는 것은 무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시다는 자민당 총재 당선 직후에 "일본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 다시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뭐라고 해도 경제가 관건이고 성장 과실을 확실히 분배하지 않으면 '성장과 분배 선순환'은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아베노믹스 정책의 목표도 기업활동을 통해 가계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경로를 선택했지만, 목표와는 달리 기업들이 법인세 인하 등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임금인상 등을 지연시켜 오히려 소득격차가 더 확대되는 역작용을 낳은 것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아베노믹스의 근간에 대한 일대 수술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기시다는 "대다수 국민의 소득을 확실히 끌어올리는 경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복지정책을 축소하고 노동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분배에 나서는 방식으로 경제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9월 첫 저서인 [기시다 비전: 분단에서 협조로]를 출간해 기시다는 고이즈미 시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부터의 전환을 주장하며 분배를 강조해 왔다.
◆ 한일관계 등에서는 아베 노선 추종할 것
FT는 자민당 총재로 당선된 기시다를 '미스터 현상유지(Mr. Status Quo)'라고 별칭했다. 오는 4일 총리 지명을 거쳐 정식으로 총리가 되는 기시다는 내각 구성과 함께 경제 대책 등 표심을 살 수 있는 정책을 내세우는 등 준비에 돌입했다.
내각발족 후에는 중의원 선거 정책 홍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가 평소 강조해 오던 지역안보와 미사일능력에서 일본의 위상제고 등 국제관계 특히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별칭 그대로 '현상유지'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의 정치관계지 도쿄인사이드라인의 다카오 도시카와 편장장은 "기시다는 '미스터 현상유지'라면서 이는 그가 지난 9년간 지속된 아베와 스가의 외교정책에서 한치도 벗어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더십 강화를 위해 그리고 중의원 선거에 이기기 위해 기시다는 내각에 주요 파벌들을 골고루 기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베 전 총리가 속한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의 지지를 얻기 위해 보수적인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역사문제에서 강경론으로 내달린 아베정권 시절 약 4년 8개월 동안 외무상으로 재직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당사자다.
자민당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기시다는 "한일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한국 측이 약속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독도와 관련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해 한일 관계가 빠르게 누그러질 전망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기시다는 한국과의 안보협력 등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기 때문에 한일 갈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여부에는 조금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기시다가 과거 한일 위안부 합의를 끌어낸 인물이라고 소개한 뒤 "신중하면서도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차기 총리 기시다 후미오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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