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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차기 총리 누가 돼도 한일관계 풍랑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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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력한 고노 다로, 역사 왜곡 '망언 제조기'로 등극
라이벌 다카이치 사나에, '아베걸'로 불리는 극우 성향 아베 추종자

[서울=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9일 투·개표 되는 총재 선거를 통해 일본 차기 총리가 결정된다. 일본 역사상 100번째 총리다.

현재 자민당 총재 경선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58) 행정개혁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64) 전 외무장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60) 전 총무장관의 3자대결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노 다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64) 전 자민당 간사장은 15일 자신의 파벌(17명) 총회에서 정식으로 선거 불출마 의사를 표명할 예정이다.

이시바 시게루의 불출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에게 패한 지난해 9월의 총재선거를 포함해 지금까지 4번이나 총재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패배를 했던 전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게 반기를 들어 당내 기반도 약하다. 철저한 파벌 중심의 총재선거에서는 여론조사 2등이라는 인기도가 별 도움이 안된다. 

이시바가 불출마하면 역시 가장 유리해지는 것은 고노 다로다. 이시바도 고노를 지지하는 쪽으로 검토해왔고, 고노 역시 발빠르게 13일 이시바를 찾아가 "내가 총재가 되면 거당(擧黨) 태세를 구축할 테니, 힘을 빌리고 싶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자신이 총리가 되면 이시바를 중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고노에게는 이시바와의 연합전선 구축 여부가 이번 선거 최대 분수령이 된다. 어떻게 해서든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득표해 결말을 내야지 2차 결선투표까지 가게 되면 매우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고노는 자신의 파벌인 아소파의 공식 지지도 아직 못받고 있는 형국이라서, 이시바의 지지 여부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당 소속 국회의원 383표와 당원·당우 383표를 합산하고, 만약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1, 2위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하지만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 383표와 47개 광역자치단체 대표 47표를 합산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회의원들의 표심이 승부를 가른다. 파벌의 영향력이 더 강해져서 국민적 인기도와 전혀 상관 없이 오로지 파벌간의 합종연횡으로 총리를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 자민당 주요 파벌은 호소다파 96명, 아소파 53명, 다케시타파 52명, 니카이파 47명, 기시다파 47명, 이시다파 17명, 이시하라파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자민당이라는 거대 정당 안에 사실상 7개의 작은 정당이 난립해 있고, 이해득실에 따른 이들간의 이전투구가 주요 정책을 결정짓는다. 따라서 일본의 정책 결정 과정에는 유권자의 표심(票心)이 들어설 자리가 거의 없다. 일본 정치가 갈수록 낙후해지는 주요 원인이다.

고노-이시바 연합에 가장 장애물이 되는 사람은 아베 신조다. 당내 최다 파벌인 호소다파의 수장으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베는 극우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지지를 선언하며 선거판을 흔들고 나섰다. 표심을 분산시켜 결선 투표까지 끌고 가 '반(反) 아베' 성향의 고노-이시바 우세를 막겠다는 전략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시바에 이어 3위를 차지한 기시다 후미오의 원래 전략은 자신의 파벌표에 아베와 호소다파의 지지를 받아 1차투표에서 끝내겠다는 것이었으나, 아베가 돌연 다카이치를 밀면서 꿈이 깨졌다. 게다가 스가 총리의 사퇴로 입지가 좁아졌다. 그 이전 상당수 젊은 의원들은 '스가만 아니면 누구라도 좋다'며 일찌감치 출마 선언을 한 기시다를 지지하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젠 판이 달라졌다. 

기시다는 일본 정치인 중 저서가 한 권도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애매모호, 우유부단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데다, 아베가 총리 시절 매우 순종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따라서 기시다는 결국 아베의 의향에 따라 다카이치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선거는 고노와 다카이치의 양자대결, 남성 대 여성의 성대결 구도로 갈 확률이 매우 높다. 만약 다카이치가 승리하면 100대 총리는 일본 최초로 여성이 맡게 된다. 다카이치는 아베가 2차 집권한 2014년 여성 최초로 총무상에 올라 최장 재임 기록을 세우는 등 각종 '여성 최초' 타이틀을 만들었다.

그런데도 다카이치는 여성을 '아기 낳는 기계'에 비유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고,  '여성 정책'도 전혀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남자만 왕위를 잇는 제도나, 결혼 여성이 남편의 성(姓)을 따르도록 한 부부동성(同姓)제 개정에도 반대한다. 그렇지만 여성이 최초의 총리가 된다는 가능성은 많은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확실히 매력적인 대목이다. 바로 그래서 아베가 "다카이치의 정치 신조와 여성이라는 점이 호소력이 있다"며 자신의 호소다파에 다카이치 지지를 요청했을 것이다.

 

총무장관 시절 야스쿠니(靖国)신사에 방문해 참배하는 '아베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사진=NHK]

다카이치는 과거사 인식이나 평화헌법 개정 등에서 가장 아베와 근접한 극우 인물이다. 그래서 '아베걸'로 불린다. 그녀는 8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무라야마(村山) 담화 때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사죄를 하는 것이었지만, 아베 내각의 70년 담화는 과거로부터 역사를 세계사적으로 돌이켜보고 있다. 당시는 세계 각국, 특히 구미에서 식민지 지배란 것도 있었고, 전쟁에 돌입해 버린 불행한 역사도 있었다"며 침략 전쟁의 책임을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를 깎아내렸다. 대신 일본의 전쟁과 식민 행위는 세계사적으로 비슷한 일이 많았다고 물타기하면서 아베를 치켜세웠다.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위안부라 불리는 분들은 있었지만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본군 성노예 강제동원 책임을 부인했다. 또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신앙의 자유를 바탕으로 참배를 계속하는데, 이것이 비판받는 것은 유감스럽고 안타깝다"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총리가 돼도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 하겠다는 초강경 태도를 보인다. 이런 다카이치가 총리가 된다면 한일관계의 개선은 커녕 더 악화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고노 다로는 어떨까. 사실 고노 다로는 일본군의 위안부 문제 개입과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의 주역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장남으로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였다. 아버지 고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절친했던 인물이고, 고노 역시 초기 중의원 시절에는 한국인 비서를 채용하고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어 홈페이지도 만들어 한일 우호적 교류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친한파로 꼽혔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꾸준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를 교훈 삼아 탈원전을 실현하자는 국회의원 모임인 '원전 제로 모임' 공동 대표를 맡는 등 개혁성향으로 자민당 동료 의원들에게서 "공산당이나 사회당으로 가 버려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였다.

그러나 2015년 아베 3차 내각에서 행정개혁담당장관이자 국가공안위원장으로 첫 입각하면서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발표한 고노 담화에 대해 침묵하고, 그의 블로그에서 원전 재가동에 비판적인 글은 대부분 사라졌다. 

2017년 8월 외무장관이 되면서부터는 더욱 원색적인 발언들이 쏟아졌다. 취임 첫마디부터 한일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한국이 역사를 바꿔 쓰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한국은 무례하다" "국제법 위반 시정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도력 발휘가 필요하다" "독도는 일본 땅" "일한 협정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한 양국 간의 약속이다. 이를 지키는 것은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원칙" 등등의 망언이 줄기차게 쏟아져 나왔다.

 

[지바 지지통신=뉴스핌] 조용준 논설위원 = 방위장관 시절의 고노 다로(河野太郎)가 2020년 1월 지바(千葉)현 후나바시(船橋)시의 육상자위대 주둔지에서 강하 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2021.09.14 digibobos@newspim.com

이런 사실로만 보자면 그가 총리가 되었다고 해서 한일관계에 전향적인 태도로 바뀔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그의 과거 발언들은 아베의 뒤를 이을 '포스트 아베''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계산된, 일본 내 반한 감정에 편승한 자세라는 시각도 있다. 속마음과 달리 일부러 그렇게 했다는 옹호 논리다. 아울러  과거사 문제에 대해 가장 전향적인 태도와 인식을 가진 아버지 후광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노심초사해서 더욱 과도한 제스쳐를 보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개혁 성향이었던 과거의 행적을 보더라도 그가 총리가 되면 아베나 스가와는 다른 외교적 자세를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가 잘 통하고 이성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자신의 카운터파트였던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겉으로는 연일 냉랭한 분위기를 유지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주 휴대폰으로 통화할 만큼 친분이 깊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고노가 총리가 된다해도, 그의 개인적 성향과 상관 없이 일본의 속사정이 그의 전향적 태도 변화에 제약을 가할 것이다. 일본에서 혐한론이 득세하고 혐한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결국 일본을 추월하는 한국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이 근본적 원인이다. 자신들이 아시아의 선두주자이자 최고라고 자부하면서 한 세기를 살아왔는데, 식민지였던 한국이 어느새 턱밑까지 쫒아오는가 하면 상당수 부문에서 자신들을 앞지르는 현상을 도저히 그냥 지켜보기 힘든 지경이 된 것이다.

누가 총리가 되든 이런 일반 정서를 무시하기 어렵다. 계속 인기를 얻고 정권을 유지하려면 혐한 정서에 부합하는, 때로는 '국내 정치용'으로 이를 더욱 강경하게 부추기는 발언과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다카이치는 성향이 원래 그렇고, 고노는 매우 계산된 처신으로 강경태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의 풍랑은 계속 거칠게 일렁일 전망이다. 

digibobo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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